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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은 지난 3일 사립학교법을 위반해 이사장의 친인척이 교육청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불법으로 교장을 하고 있던 10개 사학법인 산하 12개교의 교장 해임을 요구했다. 또 9개 사학법인 산하 11개교에 국민의 혈세로 지급된 교장 인건비 13억7900여만 원을 회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12명 해임요구 참 잘했다, 곽노현 서울교육감

서울교육청은 10개법인 12개 학교의 학교장에 대해서 교장 해임을 요구하고 임금 환수를 결정했다. 그런데 많은 학교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누락되었다. 환수금맥만 무려 14억에 가깝다.
 서울교육청은 10개법인 12개 학교의 학교장에 대해서 교장 해임을 요구하고 임금 환수를 결정했다. 그런데 많은 학교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누락되었다. 환수금맥만 무려 14억에 가깝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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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이사회 2/3 이상 찬성과 관할청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사장의 친인척이 학교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사학들은 여전히 사립학교를 족벌로 운영하면서 아무런 견제 없이 이사장, 교장, 행정실장 등 요직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오마이뉴스>(한번 교장은 영원한 교장? 연봉 8천↑, 50년 집권...물러날 땐 가족에게)와 <한겨레>, <경향신문> 등이 이를 보도하면서 서울교육청은 뒤늦게 실태파악에 나섰다.

그리하여 최소 20여 개 학교의 '불법 교장'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조처를 검토한 결과, 지난 3일 이들 중 12명의 해임을 요구하고 불법으로 지급된 임금을 환수토록 한 것이다. 이미 경기도교육청 이 같은 사례의 사립학교 교장 5명에 대해 해임을 요구하고 임금을 환수한 바 있어 이런 결과는 예상된 것이었다.

기존의 사립학교 교장들, 특히 친인척 교장들은 임기도, 정년도 없이 수십 년 동안 교장을 해왔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도 아무런 제어 없이 교장을 할 수 있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춘진(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전국 사립 초중고 교장 10명 중 한 명은 정년(62세) 초과 교장이었고, 이들 중 40.7%는 국민의 혈세인 재정결함보조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정년을 20년 이상 초과해 40년간 교장을 해오면서 학생들 앞에서 교사를 폭행해 문제가 된 경기도 평택 H고등학교 교장이었다.

경기교육청에 이어 서울교육청이 불법 교장들에 대해 해임을 요구한 것은 당연하고도 잘 한 일이다. 서울교육청은 이와 더불어 이사장 친인척 교장 임명 승인을 위한 몇 가지 기준을 새롭게 만들어 제시했는데 이 또한 칭찬 받을 일임이 틀림없다.

불법 교장 문제되자 사후승인 요청... 받아준 서울교육청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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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울교육청의 이런 조치를 마냥 잘했다고 칭찬만 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먼저 교장 해임 요구나 임금 환수 대상에서 누락된 학교들이 여럿 있다.

지난 8월 국회교육상임위원회 안민석 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이사장 친인척 교장 중 교육청 승인을 받은 학교는 서울공연예술고, 상명고, 서서울생활과학고 이렇게 3곳 밖에 없다.

안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동일여고는 아내와 남편(2010년 9월 이후에는 어머니와 아들), 서울외고는 아들과 어머니, 염광여자메디텍고와 강동고는 아버지와 딸, 서울디자인고는 어머니와 아들이 각각 이사장과 교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학교들은 교장 해임과 임금 환수 대상에서 빠졌다. 2대에 걸쳐 부모와 아들이 100억 대 횡령으로 이들 이사장과 교장 등이 모두 쫓겨난 서울외고도 임금환수 대상에서 누락됐다.

특히, 동일여고는 올해 8월까지 이사장의 남편(87세)이 학교장을 하다가 갑자기 사망했고 이후 아들 김아무개씨가 교장으로 취임했는데도 환수 대상에서 누락됐다. 그리고 아버지 교장의 임금 환수와 별개로 동일여고 김 교장은 교장 연수를 받지 않았다(2010년 9월 1일로 부임, 이후에 교장 연수가 실시되지 않음). 교장자격증이 없으면 정식 교장으로 취임할 수 없고 직무대행만 할 수 있다. 교장이나 교감 직무대리를 전임으로 하는 것은 불법이며 올해 4월 감사원도 불법 편법 교장직무대리에 대한 시정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런데 서울교육청은 동일여고 김아무개 교장을 정식 교장으로 임명 승인했다. 서울교육청 담당자는 몇몇 학교들이 이후에 교장 승인 요청을 해왔고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학교는 불법 교장이 문제가 되자 관할청 승인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 동명학원 이사장의 남편인 동명여고와 동명여정산고 정아무개 교장은 서울교육청으로부터 해임요구와 임금환수 조치를 받았다. 정 교장은 설립자 이아무개(사망)의 아들로 정년도, 임기도 없이 23년째 교장을 하고 있다. 개정 사립학교법은 학교장의 정년을 62세(사립학교의 경우 학원 정관에 명기)로, 임기는 4년 이내(사립학교는 4년 이내로 정관에 정함)로 정하고 있다.

지난 10월 8일 동명여고 교장실에서는 동명학원 이사회가 열렸다. 동명학원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아내인 김아무개 이사장이 "정OO에 대한 교장 임명을 정년만료 익일인 2008년 3월 1일부터 추인하도록 제청하오니 결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교장 임명안을 제안하고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즉, 2010년 10월 8일에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서, 2008년 3월 1일에 해야 했던 교장 임명을 결의한 것이다.

이처럼 인사를 사후 추인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게 교육청의 판단이다. 양천구 목동고도 불법 교장의 재임용 절차를 밟는 등 거의 모든 학교들이 다시 교장 임용을 추진하고 있다.

해임 요구 교장은 3년간 취임금지... 서울교육청은 모르나?

문제는 또 있다. 서울교육청은 사학법인들이 해임 요구된 교장들의 학교장 재임용 승인을 요청하면 이를 수용할 방침이다. 교육계에서는 "불법 교장을 해도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고, 들켜도 다시 재임용 요청하면 승인해 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54조의3(학교장 임명의 제한)은 이사장의 친인척 학교장을 금지하고 있다. 또 동법 제54조의3(학교장의 해임 요구)에 의하면 관할청은 학교장이 사학법이나 교육관계법령을 위반했을 때에 해임을 요구할 수 있으며 사학법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따라야 한다. 그리고 제54조의3 제1항에 의하면 "관할청의 해임 요구에 의하여 해임되고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학교장에 취임할 수 없"으며, 동법 제20조의2(임원취임 승인취소)에 의하면 관할청의 교장 해임 요구를 거부하면 이사 승인이 취소된다. 즉, 교육청의 해임요구에 의해 물러난 교장들은 최소 3년간은 학교장에 취임할 수 없다. 그런데도 서울교육청은 불법 교장의 재임용 승인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경기교육청은 지난 11월 이미 불법 친인척 교장의 임용을 취소하고 임금도 환수했으며, 현재 교장 공모제 등의 방법을 통해서 새로운 교장을 뽑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때문에 서울교육청은 사학 봐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교장에 임용된 적이 없기 때문에 임용 승인을 해 주는 것이 문제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이들 교장이 학교에서 한 결재는 모두 무효가 돼 교무학사 업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이들은 권한 없이 교장 행세를 했기 때문에 모두 업무방해죄로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래저래 불법 시비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서 한 교사는 "교장이 법을 우습게 알고 지키지도 않을 뿐더러 들키면 과거로 돌아가서 시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교육청도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이를 승인해 준다. 이런 학교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지 한심하다"고 밝혔다.

설립자 아닌 정년초과 교장, 임금 환수 왜 안 하나

민주당 김춘진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0년 10월 현재 서울에만 정년 초과 교장이 54명(전체의 14.7%) 있는데, 이들 중 법인회계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14곳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학생등록금과 국민 세금인 학교회계에서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특히, 동명여고, 송곡여정산고, 서울여상고, 강서고 등 13개 학교는 국민의 세금인 재정결함보조금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서울교육청은 설립자 또는 설립자의 후손(직계 가족)이라는 이유로 정년초과 교장들에게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상위법에 그 근거를 찾기도 힘들 뿐 아니라 서울교육청 지침에 의하더라도 설립자 교장만 정년 후에 임금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설립자의 친인척은 지원 근거가 없다.

한 해 수억(2010년 10억 추산)의 혈세가 사립학교 정년 초과 교장들의 인건비로 지원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설립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대상이 아니다.
 한 해 수억(2010년 10억 추산)의 혈세가 사립학교 정년 초과 교장들의 인건비로 지원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설립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대상이 아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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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학년도 사립학교 재정결함지원금 지원계획'(2010.2 서울특별시교육청 사학지원과)을 살펴보자.

- 설립자로서 만62세를 초과한 교장인 경우, 공립교원 정년에 도달하는 당시의 호봉을 기준으로 고정하여 지원(호봉승급 제한) ※설립자가 아닌 정년초과 사립학교 기간제 교장은 2008. 3월부터 지원 중단(4쪽)

공립교원 정년을 초과한 교원의 인건비는 수요액 산정에서 제외하되, 설립자로서 공립교원 정년을 초과한 교장인 경우는 사립학교법과 해당학교 유지법인 정관이 정한 바에 의하여 인건비 수요액으로 산정할 수 있음(8쪽)

이처럼 '설립자 교장'에 한해서만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교육청은 이를 잘못 해석하여 설립자 가족까지 임금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법률상 정년을 초과한 교원은 정규교원이 될 수 없고 1년 단위 기간제교원만 할 수 있다. 2008년 이후 서울교육청은 지침으로 설립자 교장을 제외한 정년 초과 교장에 대해서 임금 지원을 중단했다. 그런데 2010년 현재 임금을 지원받는 교장 중에서 설립자 교장은 광영고, 서울여상고, 송곡여정산고, 덕일전자공고, 강서고 등 5학교에 불과하다. 나머지 학교들은 설립자가 아니라 설립자의 친인척들일 뿐이다.

은평구 예일디자인고의 김아무개 교장(87세)은 설립자라는 이유로 현재까지 무려 50년 동안 교장을 하고 있으며 혈세로 임금을 받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는 예일디자인고의 설립자라기보다는 인수자다. 문성여상이라는 기존 학교를 인수하여 학교 이름을 예일여실로 바꾸고 다시 예일디자인고로 교명 변경했다는 점을 학교 홈페이지에서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김아무개 교장은 학교 인수자라는 점에서 재정결함보조금 지원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교육청 담당자는 "설립자가 누군지를 엄격히 따져보지 않아 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상문고도 설립자에 대한 논쟁이 있어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만약 기존 학교의 운영자만 바뀐 것이라면 지원대상이 아닌 게 맞는 것 같다. 앞으로는 이런 논란을 벌일 것도 없이 공립학교처럼 정년 초과 교장은 인건비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송곡학원의 경우 설립자인 아버지와 그의 딸이 모두 정년 초과 교장으로 임금을 세금으로 받아가고 있는데, 딸인 송곡여고 왕아무개 교장 역시 설립자가 아니라 설립자 자녀이다. 이렇게 동명여고, 숭문고, 예일디자인고, 송곡여고 등 최소 9개 학교장은 설립자 교장이 아니므로 혈세 지원을 중단하고 이미 지급된 임금도 환수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설립자가 아닌 친인척 학교장에게 인건비를 재정결함보조금으로 지급한다는 원칙은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지금은 폐지되고 없어서 근거로 삼기가 어렵지만 이전에 교육부 지침에서 설립자를 '설립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비속'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친인척 교장과 정년 초과 교장의 인건비만 환수하여도 1년 수십억의 혈세를 절약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교육청은 설립자 교장 여부에 대해서 실태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으며 환수 계획도 세우지 않고 다만 내년부터 정년 초과 교장의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족벌교장 심사 기준 제대로 만들어야

서울교육청은 이번에 이사장 친인척 학교장 승인 요건 몇 가지를 마련해 발표했다. 먼저 국공립학교와 같이 사립학교 설립자라도 정년 만62세를 초과한 교장에 대해서는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또 2개교 이상을 경영하는 사학법인은 1개 학교에만 친인척 학교장을 채용할 수 있도록 했고, 연령은 만 70세로 제한했다.

그리고 성추행, 시험문제 유출, 성적조작, 금품수수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징계요구 중이거나 기소된 사람도 사립학교장이 될 수 없도록 했다. 이는 족벌 교장 임명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을 위해서다. 그러나 친인척 교장에 의한 족벌운영의 폐해를 막기에는 너무도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이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불법 찬조금으로 문제가 되었던 대원외고의 교장이나 교사 폭행으로 문제가 된 경기도 평택H고 교장도 징계를 받았거나 기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교장을 할 수 있다. 최소 공립학교 교장 연임이나 승진 제한처럼 '징계 등으로 승급 제한 기간에 해당하는 자' 또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정이사 선임 기준 '비리, 도덕성, 학교경영역량 등 사회 상규와 국민 법 감정에 비추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때' 정도는 포함되어야 성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족벌 사학의 비민주적 운영이나 비리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현실에서 분명 이번 서울교육청과 지난 경기도 교육청의 불법 친인척 교장 해임 요구와 임금 환수 조치는 타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서울, 경기뿐 아니라 교과부와 모든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불법 친인척 교장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동시에 친인척 학교장 임명 승인을 위한 보다 철저하고 엄격한 기준과 절차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교육청의 더 큰 분발이 필요하다.


태그:#친인척 교장, #정년초과, #족벌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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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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