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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초 직장 동료 12명과 3박4일 일정으로 일본 북해도(北海道)에 다녀왔다. 북해도 여행은 처음이라 우선은 눈, 온천, 해산물, 라면, 맥주, 낙농, 농산물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출발을 했다. 

북해도는 19세기 중반 메이지시대에 일본인(야마토 민족)들에 의해 새롭게 개척된 곳으로 원래는 아이누 민족의 땅이었다. 일본인들의 개척은 남쪽의 하코다테(函館)를 시작으로 차츰 북상하여 지금은 러시아와 영토분쟁을 하고 있는 사할린(Ostrov Sakhalin, 일본명 가라후토 樺太)의 일부까지 확장했다.   

이번에 우리 일행들은 세계 3대 미항으로 알려져 있으며 야경이 아름다운 하코다테를 시작으로 상업도시며, 일본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국내에 잘 알려진 오타루(小樽), 세계적인 눈과 얼음 축제로 특히 겨울 관광지로 인기가 높은 삿포로(札幌)까지를 둘러보고 오는 짧은 여행을 했다.
        
참 예쁜 수도원이었다
▲ 트라피스치누 수도원 참 예쁜 수도원이었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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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목) 아침 7시에 인천공항에 집결한 일행들은 9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북해도의 하코다테공항으로 날아갔다. 점심은 간단하게 비행기 기내식으로 빵과 음료수로 해결했다. 여러 곳의 여행사가 공동으로 모집한 단체 관광이라 전체 일행은 40명 정도로 하코다테공항에 도착하기 무섭게 버스를 타고 일정을 시작했다.

하코다테는 1854년 미일화친조약에 의하여 남쪽의 시모다(下田)와 함께 일본 최초의 개항장이 되어 홋카이도 제일도시로 발전했던 곳이다. 하지만 1871년 도청의 삿포로 이전에 따라 행정기능은 상실했으나 본토와의 연락항, 북양어업기지로서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이다.

현재 일본 본토와는 비행기나 배를 타고 이동이 가능하지만. 1983년 개통된 혼슈 북단의 아오모리(靑森)와 해저터널로 열차나 자동차로도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마리아 상
▲ 북해도 트라피스치누 수도원 마리아 상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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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이 공항에서 내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20분 거리의 '트라피스치누 수도원'이다. 이곳은 지난 1898년 프랑스에서 파견된 8명의 수녀에 의해 설립된 곳으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으로 현재 60~70여명의 수녀들의 성베네딕트 계율에 따라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앞쪽은 공개가 된 곳이고, 담 뒤편은 비 공개 지역이다
▲ 북해도 트라피스치누 수도원 앞쪽은 공개가 된 곳이고, 담 뒤편은 비 공개 지역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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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전체가 개방되어 있지 않아, 전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입구의 매점과 내부 안쪽 좌측면에 세워진 성모 마리아 상과 잔다르크 상이 서있는 앞쪽 마당은 공개되어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수도원에서는 여행자들을 위해 또한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수공업적 단계의 물품들을 만들어 매점에서 팔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연우에게 줄 수도원 전경사진이 있는 화이트 쵸콜렛을 하나 샀다. 천주교 신자인 일부 동료들은 목걸이와 묵주, 엽서 등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본 북해도 트라피스치누 수도원
▲ 수도원 일본 북해도 트라피스치누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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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 내외부를 둘러보면서 언덕 위에 세워진 수도원의 전경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마당의 조경과 성모 마리아 상, 잔다르크 상이 누구에게나 간단하게라도 묵도를 하게 만드는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수도원을 나오니 이미 동료들은 북해도에서 유명하다는 생우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 있었다. 너무 담백하고 고소한 것이 북해도에 온 것을 실감하게 하는 맛이었다. 나는 약간 배가 고파 우유빵도 하나 더 사서 먹었다. 밀가루가 좋고 우유도 최상급이라서 그런지 목 넘김이 좋은 맥주를 한잔하는 기분이 들었다.

서울보다 위도는 높은 북해도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곳이라 그런지 별로 춥지 않아 방한 잠바를 입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날씨가 맑고 따뜻해, 초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과 빵을 야외에서 떨지 않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에도 막부의 성으로 서양식 건축물이다.
▲ 북해도 고료가쿠 에도 막부의 성으로 서양식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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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버스를 30분 정도 타고 이동한 곳은 에도 말기인 1857년부터 7년간 에도 막부가 북해도 관리 목적과 러시아 남하를 막기 위해 축조된 일본최초의 서양식 성곽인 고료가쿠(五稜郭-다섯 개의 모서리가 있는 성)이다.
           
외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 성과 해자 외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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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료가쿠는 해자가 별모양을 이루고 있으며 성안과 밖에 벚나무가 수 만 그루 형성되어있어 특히 봄에 관광객이 많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오각형의 별 모양을 하고 있어 전쟁에 대비해 만든 성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시간이 되면 이웃한 전망대에 올라 성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케다 선생
▲ 고료가쿠의 건축가 다케다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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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료가쿠는 동양의 건축물로는 몇 안 되게 건축가 다케다 아야사부로(武田斐三郞)의 이름이 정확하게 알려져 있는 곳이며, 그의 기념비 흉상까지도 설치되어 있다.

21세기 현대에 와서도 건축주(시행사)와 시공사만 있고 건축가는 없는 우리의 현실에 비해, 100년도 넘게 된 성을 건축한 건축가의 이름이 새겨진 흉상을 발견하고는 한국의 현실과 너무 극명하게 비교가 되는 것이라 느낌이 남달랐다. 내 기억에 우리의 고건축물 중에 건축가의 이름이 알려진 곳은 수원성이 유일한 것 같다. 그래서 남다른 생각으로 건축가의 흉상을 한 장 찍어왔다.
          
탄탄하게 보인다
▲ 성벽 탄탄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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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성곽의 끝을 별 모양으로 돌출시켜 공격성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사각지대를 없애 방어에도 효율성을 높였으며, 성곽 주위에는 오사카성과 구마모토성처럼 돌담을 만들어 적의 침입을 힘들게 했다.

하지만 고료가쿠는 러시아와의 전쟁이 아닌 1868년 메이지 신정부군과 에도 막부군 사이에 일어난 내전인 하코다테 전쟁에 이용되었으며, 1914년에는 공원으로 일반에게 개방되어 1952년에 국가특별사적으로 지정되었다.
           
박물관
▲ 성 내부의 박물관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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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에 있는 박물관에서는 하코다테 전쟁의 경과와 여러 역사 자료를 살펴볼 수 있으며, 박물관 입구에는 건축가인 다케다 아야사부로의 흉상과 메이지 신정부군과 에도 막부군이 사용한 대포 2문이 전시되어 있다.
        
대포의 크기를 비교해 보면 당시 정부군과 막부군의 군사력과 재정능력을 느낄 수 있으며, 동일한 제조사에서 만든 크기가 다른 포를 두 곳에서 각각 사용했다는 재미있는 사실도 알 수 있어 웃음이 나온다. 자본의 이익에는 국적도 윤리도 없다는 숨은 진실도 배울 수 있다.
         
정부군은 큰 것을 막부군은 작은 것을 사용했다. 그런데 제작사는 동일하다
▲ 2개의 포 정부군은 큰 것을 막부군은 작은 것을 사용했다. 그런데 제작사는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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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입구에 있는 전망대와 매점에서 연우에게 줄 장난감과 과자를 조금 샀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성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시간이 별로 없고 추운 겨울이라 별로 볼 것이 없을 것 같아 다시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곤부관(다시마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태그:#일본, #북해도 , #하코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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