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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5만원권 지폐가 세상에 나온 지 그래도 꽤 됐습니다. 제 지갑에는 거의 있는 날이 없지만, 이 5만원권 지폐가 이런 저런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택시비로 5000원권과 5만원권을 헷갈려서 잘못냈다는 것입니다. 지갑에 5만원권과 5000원권이 각 한 장씩 있었는데, 술 깬 뒤 지갑을 확인해 보니 단 몇 천 원뿐이라면? 이런 경우 택시 기사는 굉장히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불로소득이라는 생각에 뒷맛이 개운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횡재한 기분일 것입니다. 저라도 그럴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돈을 낸 사람은 얼마나 속이 쓰릴까요? 술에 속 쓰리고, 돈에 또 쓰리고 여기에 마누라한테 지청구 들으면 더 쓰리겠지요. 이것은 다 5만원권이 고액권인데 5000원짜리와 비슷해서 생긴 사고 아닌 사고일 것입니다.

그런데 시중에 나오는 상품권 중에 이렇게 5만원권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것이 있습니다. 만들고 유통시킨 이는 그럴 의도가 없을 지라도 이런 상품권으로 사기를 치기도 하고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5만원 짜리와 비슷한 파일 다운로드 이용권
▲ 파일 다운로드 이용권 5만원 짜리와 비슷한 파일 다운로드 이용권
ⓒ 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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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용권은 제가 인터넷 쇼핑에서 아이들 화장품을 샀는데 함께 배송되어 온 사은품입니다. 저희는 인터넷에서 영화나 노래를 다운 받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이런 이용권이 오면 그냥 버립니다. 이날도 포장 상자와 함께 버리려고 놔뒀는데 거실에 들어온 남편은 "왜 5만원짜리가 상자 안에 들어 있지?"하며 집어 봤답니다.

정말 비슷하지요? 저녁 어스름에 물건 값으로 다른 돈과 함께 섞어서 이 이용권을 낸다면 속을 가능성이 큽니다. 바쁜 시간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남편의 대학 학과 후배 중에 중국인 유학생이 있는데, 이 친구가 가스 충전소에서 오후 6시부터 야간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이 충전소는 광주광역시에서 손님이 많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드나드는 사람이 많으니 충전과 계산이 빨리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르바이트생은 업무 시간이 끝나서 계산을 하는데 계산이 맞지 않으면 아르바이트생이 모두 채워 넣어야 한다고 합니다. 일을 하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스 충전 손님 중 한 명이 5만원권을 내고 돈을 거슬러 갔는데, 나중에 정산을 할 때 보니 위와 비슷한 상품권이 있었다는 겁니다.

아르바이트 급여가 시간당 얼마인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4000원으로 잡는다면 약 사흘 치 급여를 잃어버린 셈입니다. 그래도 이 친구는 남편에게 "형, 그래도 나는 괜찮은 편이야. 다른 형은 십만 원 물어줬어"라며 웃더랍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비슷한 상품권을 보니 저녁 시간이나 야간에는 충분히 속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 친구가 계산하다가 돈이 아니란 것을 알고 그 손님에게 말한다면 실수라고, 미안하다고 하고 돈을 냈을 테고, 눈치 채지 못하면 사기에 성공한 것이지요.

상품권을 낸 것이 고의인지, 아니면 실수인지는 그 손님만 아는 것인데 제 생각엔 충전소에 온 시간이나 그 이용권을 다른 지폐 아래에 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고의성이 다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 저녁 시내에서는 만원권으로 보이는 지폐가 길에 떨어져 있기도 합니다. 저도 한 번 주운 적이 있는데 한 면은 돈을 복사한 것이고, 다른 면은 광고였습니다. 그냥 광고지는 거의 줍지 않지만 돈은 대부분 사람들이 주우니까 그런 방법으로 광고를 하기도 합니다. 홍보를 해야 하는 입장에선 돈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한 번 더 보게 된다면 성공한 홍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악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지갑에도 금박을 한 5만원권이 있습니다. 2010년 초에 엄마가 돈 많이 벌라고 부적을 만들어 주셨는데 그 부적이 가짜 5만원권에 인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종이 질감이 전혀 달라서 계산할 때 실수로 그 부적을 주는 일은 없었습니다.

돈의 색이나 그림을 이용해 광고를 한다면, 진짜 돈이 아니란 것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종이 질감이나 크기를 전혀 다르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5만원 권, #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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