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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먹을거리와 잠자리. 블라디보스토크 여행기 5탄!! 러시아의 전통요리 샤슬릭과 그곳에서의 하룻밤을 책임진 나의 숙소 블라디보스토크호텔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러시아 전통요리 샤슬릭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의 구한촌 거리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의 구한촌 거리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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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트 거리에서 10분여를 걸어서 도착한 곳은 구한촌 거리.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그루지아 공화국 전통의 한 식당을 찾았다. 배가 슬슬 고파지고 있었는데 눈길을 걸었더니 뱃속에서 밥 달라고 난리가 났다. 해외여행 때마다 입맛이 안 맞아서 잘 못 먹었던 터라 이번에도 역시 불안하지만 시장이 반이라니….

가이드의 도움으로 현지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니 가장 먼저 빨간물과 빵을 내어놓는다. 의문의 빨간물은 한국식으로 말하면 '식혜'란다. 러시아에서 와인 만들 때 쓰는 산딸기를 빻아서 설탕이랑 섞어 발효를 시키면 러시아판 식혜 '모르스'가 완성된다.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는다. 시큼한 것이 까다로운 내 입맛에는 별로. 러시아에서는 식사를 할 때 물 대신 차나 음료 등을 곁들인다니 물이 아쉬운 순간이다.

그루지아식 코스요리
샐러드(왼쪽위), 보르쉬(오른쪽위), 하치푸라(왼쪽아래), 샤슬릭(오른쪽아래)
 그루지아식 코스요리 샐러드(왼쪽위), 보르쉬(오른쪽위), 하치푸라(왼쪽아래), 샤슬릭(오른쪽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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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코스에서나 마찬가지로 역시나 다음으로 샐러드가 나온다. 소스가 특이하긴 하지만 무난하게 먹을 만하다.

다음은 러시아의 대표 수프인 '보르쉬(borsch)'. 보르쉬는 감자, 당근, 양파, 양배추를 넣고 비트와 토마토소스로 붉게 색깔을 낸 수프이다. 러시아와 폴란드의 대표적인 요리이지만 우크라이나의 전통음식이다. 이 스프는 모스크바식, 우크라이나식, 시베리아식, 키예프식 등 각 지방의 향토색이 풍부한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크라이나 지방에서는 돼지고기를 넣고 모스크바에서는 뼈가 붙은 베이컨을 넣는다.

색깔이 붉고 기름진 것이 겉보기에는 우리나라의 육개장국물과 비슷하지만 맛은 다르다. 육개장은 시원하고 얼큰하지만 이건 조금 느끼하고 진하다. 원래 보르쉬는 샤워크림을 끼얹어 쇠고기와 양파로 속을 채운 반원형의 파이인 피로시키(piroschkis)를 같이 곁들여서 먹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식당에서는 그렇게 나오지 않았다. 원래대로 먹었다면 샤워크림 때문에 더 느끼했을지도 모르겠다. 첫 맛은 좋았지만 몇 스푼 뜨나보니 금세 질려서 숟가락을 내려놓고 만다.

잠시 후 따끈따끈한 피자 한판이 식탁으로 배달된다.

'아니, 토핑이 하나도 없는 이런 쿨한 피자가….'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피자인데 그루지아의 전통빵 '하치푸라'란다. 드디어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았다. 한 입 베어 물자마자 환호를 했다. "와~ 맛있어~" 조금은 짭쪼롬하면서 치즈의 향이 입 안 가득 느껴진다. 너무 좋아하는 롯데리아의 치즈스틱을 먹은 느낌이랄까? 다른 것 다 제쳐두고 이것만 집어먹고 싶지만 그러기엔 주위의 사람들도 하치푸라를 좋아하고 있다. 단 한 조각이 남았을 때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하는 나의 소심함이여.

마지막으로 메인요리인 '샤슬릭'이 나왔다. 샤슬릭은 러시아의 전통음식으로 '꼬치구이'라는 뜻의 터키어 '시시'에서부터 유래되었다. 러시아에서는 집집마다 샤슬릭을 구워먹기 위한 화로를 가지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 우리나라로 치면 삼겹살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의 샤슬릭은 식초나 레몬, 토마토, 양파, 각종 향신료, 탄산수 등으로 양념을 한 고기를 숙성시켰다가 꼬치에 구워먹는 음식이지만 이 음식점에서는 구운 고기를 감자, 양파와 함께 내어준다. 양념 때문에 샤슬릭이 짜서 감자나 양파를 곁들여 먹으라고 함께 내어준 것이라는데 내 입맛엔 짜지 않다. 주변에서는 짜다고 난리인데 내 입맛엔 담백하기만 하다. 역시 전라도 태생으로 길들여진 입맛이 한몫 하나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하룻밤, 블라디보스토크 호텔에서

블라디보스톡 호텔의 외관
 블라디보스톡 호텔의 외관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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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마치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룻밤을 보낼 숙소로 이동한다. 묵을 곳은 해변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 호텔. 출발 전 평이 별로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 일단 호텔 외관은 깔끔하다. 게다가 해변이 바로 옆에 있고, 모든 객실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객실 창문을 통해서 블라디보스토크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으니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블라디보스톡호텔의 로비
 블라디보스톡호텔의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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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로비에 들어서니 꼬마전구가 불빛을 반짝이며 맞이한다.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겨 기분이 좋아진다. 일단 여기까지는 합격점!! 호텔의 로비나 복도등도 전체적으로 깔끔한 편이다.

블라디보스토크호텔의 객실
 블라디보스토크호텔의 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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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로 방을 배정했는데 어쩌다보니 독방에 당첨되었다. 2인실을 혼자서 써야 한다니 조금은 외롭고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조금 지나니 혼자라는 것이 오히려 편해진다. 타인에게 불편을 줄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내 마음대로 온 방을 전세낼 수 있으니까….

블라디보스토크호텔의 화장실
 블라디보스토크호텔의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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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호텔은 화장실 시설에서 점수를 깎아먹는다. 전부 리모델링을 한 듯 보이지만 화장실만은 우리나라 여관 수준의 시설이다. 촌스러운 샤워커튼, 허름한 세면대며 변기 등이 아주 많이 실망스럽다. 게다가 샤워기를 틀면 녹물이 나온다. 한국에 돌아와 내 얼굴에 뾰루지가 하나 둘 생기더니 아마 이 녹물 때문이 아니었을까싶다.

블라디보스토크호텔의 조식뷔페
 블라디보스토크호텔의 조식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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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호텔의 조식시간은 7시부터 한 시간 정도가 주어지며 1층에 위치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이뤄진다.

체크인때 받은 아침식사권을 카운터에 제시하기만 하면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다. 어느 호텔이나 비슷하듯이 이곳 조식도 뷔페식이다. 갓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빵류와 소시지, 베이컨, 야채, 과일, 시리얼, 요거트 등이 주 메뉴를 이룬다. 언제나처럼 해외에만 오면 한국식 백반이 더욱더 그리워진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뼛속까지 한국사람. 입맛 땡기는 대로 음식을 담아 자리를 잡았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역시 창가가 좋다. 의자를 감싸고 있는 푹신한 쿠션들도 편안한 식사시간을 만들어준다.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아침식사를 마치고, 달달한 사과쥬스를 한 모금 삼키고는 다음 여행을 준비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둘째 날, 어떤 풍경이 나를 맞이할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마지막 날이기도 한 오늘,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왠지 짧기만한 시간이 아쉽다.

덧붙이는 글 | http://dandyjihye.blog.me/140119914144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태그:#블라디보스토크, #크루즈여행, #샤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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