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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통큰치킨 논란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1라운드의 핵심이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진출이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 한다는 것 이였다면, 2라운드는 소비자권리가 핵심이다. 초기에는 여론도 영세상인의 생존권 위협에 동조하는 분위기였고, 일부 정부관계자도 롯데마트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분위기속에 롯데마트는 지난 15일 소위 대박상품인 통큰치킨의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후 논란이 더 뜨겁다. 특히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치킨의 원가가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치킨가격이 지나치게 비쌌다고 느끼게 되었고 이에 통큰치킨의 재판매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7일 mbc백분토론에서 통큰치킨논란과 관련된 토론이 있었고, 한 시민이 통큰치킨 판매중단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 통큰치킨 판매중단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시민 지난 17일 mbc백분토론에서 통큰치킨논란과 관련된 토론이 있었고, 한 시민이 통큰치킨 판매중단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 mbc 100분토론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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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은 "(5000원 치킨 판매중단은) 우리에게 비싼치킨을 사먹으라고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권리를 침해당한 기분이 든다."고 말할 정도로 치킨판매중단의 후폭풍이 거세다. 물론 이와 반대되는 의견도 있다. 자동차, 주택, 심지어는 커피까지 대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의 원가는 따지지 않으면서 치킨원가만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통큰치킨 이제 소비자의 선택인가?

지난 17일 mbc백분토론에 패널로 출연한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이 통큰치킨논란과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지난 17일 mbc백분토론에 패널로 출연한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이 통큰치킨논란과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 mbc 100분토론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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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상인들의 생존권과 소비자의 권리가 충돌하는 시점에서 이제 남은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다. 이에 대해 자유기업원의 김정호원장은 한 방송국 토론회에서 "이제 우리가 선택을 해야 한다." 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사이좋게 지낸다면 그 말은 서로 경쟁을 안 한다는 이야기고, 값을 높이 받는다는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가 그런(경쟁을 안 하고 값을 높이는) 상태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치열한 경쟁을 해서 그 결과로 소비자인 우리가 양질의 제품을 싸게 공급을 받을 것인가, 두 개를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대기업과 영세상인사이의 경쟁은 이미 승자가 결정된 게임이기 때문에 절대 공정한 게임일 수 없다. 이번 치킨사태만 보더라고 치킨매출이 전부인 지역상인들이 타격을 입은데 반면 롯데마트는 치킨을 미끼상품으로 오히려 더 큰 이익을 남겼다. 치킨 가격인하로 인해 지역상인들의 매출이 급락하는 동안 오히려 롯데마트는 매출이 늘어나 자연스레 수익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통큰치킨을 사기위해 많은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통큰치킨을 사기위해 줄을 서 있는 시민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통큰치킨을 사기위해 많은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mbc 100분토론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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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 치킨 판매한 1주동안 매출 급상승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을 판매한 지난 12월 9일부터 15일까지 1주 동안 매장 전체 매출이 급상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일 아침 치킨을 사러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다보니 아침에 번호표를 받아도 오후나 저녁이 되어서야 치킨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러다 보니 하루에 두 번 매장을 오게 되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동안 쇼핑을 함으로서 매출이 신장한 것이다. 롯데마트 한 매장의 회코너 직원은 "회 매출이 평소보다 두 배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치킨으로 아낀 돈으로 다른 상품을 더 산 것이다.

대형할인점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여기서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남는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롯데마트의 치킨 판매중지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인가. 만약 이들의 논리처럼 무한경쟁을 통해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론 당장은 낮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공급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격이 다시 올라가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원재료 공급업체는 대형할인점의 독점적인 매입구조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결국 유통환경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은 대형할인점간 과대경쟁으로 우리는 이미 경험한바 있다. 기업은 오직 이윤추구를 위해 운영되고, 대형할인점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가격만 싸면 무조건 좋아했나?

이번 통큰치킨 판매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몇 시간을 기다리거나 하루를 다 투자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치킨이 가격 면에서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통큰치킨을 사먹은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콜라, 무, 소스까지 포함하면 가격이 7000원에서 8000원 사이다. 거기다 하루 종일 기다린 인권비는 제외하더라도 왕복차비를 천원씩만 계산해 넣어도 전체금액은 만원 가량 된다. 그런데 배달 치킨 가운데도 이정도 가격은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으로 두 마리씩 묶음 판매하는 한 치킨의 경우만 보아도 가격이 대략 두 마리에 16000원 정도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브랜드 치킨을 선호 한 것은 차별화된 맛과 홍보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이 문제 삼았던 홍보비 때문에 브랜드치킨이 업계 상위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소비자들이 가격만을 따지지 않았던 것이다.

대형할인점은 무조건 싸다?

대형할인점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마트가 유통구조를 개선해서 싼 가격으로 좋은 상품을 제공함으로서 소비자들의 경제에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공산품이나 행사상품의 경우 그런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 상품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형할인점은 많은 매장이 판매금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주고 있는 곳이다.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30% 가까운 수수료를 주고 있다. 이 말은 소비자가 마트에서 구매한 상품에는 수수료매장의 마진과 마트에 주는 수수료가 동시에 붙는 것이다. 일부 상품은 적어도 두 배의 마진을 봐야 자신들도 남는다는게 수수료매장 관계자의 말이다. 예를 들면 원가가 만원인 경우에 이만원에는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무조건 싸다는 그들의 논리는 타당하지도 진실되지도 않다. 이외에도 대형할인점이 더 비싼 상품들은 수 없이 많다.

소비자로서 의무는 없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롯데마트 통큰치킨을 다시 팔도록 만들자는 요구를 하고 있다. 그것을 통해 소비자의 권리를 찾자는 것이다. 지당한 이야기다. 폭리가 만연한 우리사회의 유통구조 속에서 소비자들의 권리찾기는 정당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시민단체와 개별적 시민들이 해왔고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다. 다만 이시점에서 혹시 우리가 지금껏 소비자의 권리만 주장해왔지 소비자로서의 의무는 등한시 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소비자의 권리라면 보다 공정한 구매는 소비자의 의무다. 힘의 논리에 의해서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게 돼서 왜곡되는 가격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다. 또한 퇴출당한 지역상인들은 우리가 사회적 비용을 들여 책임져야 할 이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숙된 시민으로서 당장의 이익에 일희일비하지말고 좀 더 멀리 바라보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을 쓴 김동일기자는 울산시민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통큰치킨 , #통큰치킨2라운드, #대형할인점, #소비자권리, #소비자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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