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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라이브러리(Human library)는 원래 시민운동가이자 학생인 로니 아버겔(Ronni Abergel)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덴마크 청소년 음악축제에서 청소년들의 시야를 넓히고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 사이의 간격을 좁혀 좋은 이웃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휴먼 라이브러리(Human library)인 것. 이 행사는 유럽을 넘어 세계적인 단체로 발전했다.

 

작은 불꽃이 모이면 큰 불이 된다. 불붙인 장작을 여러 개 모아놓으면 그 불은 커지고 사방을 밝게 한다. 김수정의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를 읽은 한 학생이 이대로 한 번 해봐야겠다고 결심, 네 명의 학생들이(김혜연, 하소현, 이은비, 김민재)뭉쳐 휴먼 라이브러리 공식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기초적인 틀을 잡았고 그들이 주축이 되어 로고스서원과 함께 손잡고 휴먼 라이브러리 행사를 개최했다.

 

로고스서원의 후원으로 개최된 사람 책 행사는 토요일(12.18)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뜨거운 열의와 모험으로 진행되었다. 초대된 사람 책은 탈북자, 여행가, 노숙자, 비건(채식주의자), 유학생, 6월 민주항쟁 참여자 총 6명의 책이었다. 로고스서원에 속한 학생들이 '사람 책'을 각 20분 동안 읽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자기가 읽고 싶은 사람 책 순서대로 찾아가서 자유스럽게 질문하고 진지하게 들었다. 수영 엘레브 2층 커피숍 안, 원탁을 앞에 놓고 각 6명의 사람 책은 앉아 있고 학생들은 사람 책을 찾아가서 읽는다. 6명의 사람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과 정보를 얻는가하면 편견과 선입관을 허물고 또 시야를 넓히고 마음 문을 연다.

 

로고스서원 학생들의 시간이었지만 같은 로고스서원 식구들인 사람들도 여러 명 함께 참여하였다. 나는 취재를 위해 간 것이지만 이런 좋은 사람 책을 읽을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 싶어서 몇 명의 사람 책을 만나보았다. 먼저 비건(채식주의자)에서부터 시작해서 여행가, 노숙자, 탈북자 등의 순서로 사람 책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사람 책 읽기를 통해 내가 알지 못하던 새로운 사실과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우리 삶의 한정된 공간에서 다 만날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삶과 세계를 만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여기서 다 언급할 순 없지만 대략 사람 책을 만난 것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맨 먼저 만난 사람 책은 채식주의자. 그는 고등학교 교사다. 처음엔 건강문제로 채식을 시작했지만 차츰 환경 문제에 눈을 돌렸다. 처음 가족들은 계란, 우유까지도 안 먹는 그를 많이 걱정했지만, 지금은 가족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한다. 채식을 하다보니 집안에 바퀴벌레 같은 것도 안 생기고 따로 소독을 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채식을 하기 때문일까. 자녀들도 머리가 맑아서인지 집중력이 높고 공부도 더 잘한다. 채식을 하면 정서순화에도 좋을 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이 세상은 부와 명예, 권력, 힘 이런 것을 추구하지만 그것은 수단일 뿐이다. 비건을 하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지구를 살릴 수 있다. 모든 생명을 살리는 길이다. 맛과 생명, 이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일주일이 고비다. 일주일만 잘 극복하면 고기 생각 안 난다. 우리의 입맛, 이 맛 때문에 쉽게 채식으로 못 바꾸는 것 같다. 지금 전 세계가 평화협정 운운하는데 비건이 되어야 한다. 동물을 해치지 않는다면 사람도 해칠 수 없다. 평화는 비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평화 사랑의 가장 실천 쉬운 방법은 비건이다. 식탁에서부터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사람은 한 권의 펼쳐보지 않은 책과 같고, 가 보지 않은 여행지다. 두 번째 사람 책은 여행가(부산 경성대학교 철학과 교수)다. 설레는 마음으로 학생들과 함께 여행가를 만났다.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그러나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답변하는 여행가는 말문을 열었다.

 

"여행지가 미국 등 선진국이라면 당연이 물가가 비싸니까 돈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나라보다 못 살아서 체류비가 아주 적게 드는 나라들도 많다. 돈 많이 든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인도에서 50일간 체류한 적이 있는데 하루 저녁 2천 원 하는 그런 저렴한 곳도 있었다. 먹고, 자고, 차 타고 돌아다니고 50일 동안 든 비용이 57만 원이었다.

 

외국여행을 하게 된 지 20년이다. 국내 여행은 고1때부터 다녔으니까 더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다. 고교시절엔 역사, 지리, 사회과목을 좋아했고 초등학교 때는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노는 것이 취미였다. 글은 많이 안 쓴다. 카페 블로그 같은 것은 하지만 올 봄에 겨우 책 한 권 펴냈다. <여행의 숲을 여행하다>라는 책이다. 여행을 할 때마다 몰랐던 것을 깨닫게 되고 내 시야가 좁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반 사람들은 흔히 여행이라고 해봤자 길어야 일주일이지만 나는 학교에 있는 관계로 자주는 못해도 꽤 긴 시간동안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그동안 50여 개국을 여행했다. 소아프리카엔 아직 가 보지 못했다. 예전에는 혼자서 여행했지만 요즘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기도 한다. 여행은 어떤 자세로 가느냐가 중요하다. 단순히 놀기만 하는 게 아니란 생각으로 해야 한다. 관광객들은 어떤 나라, 어떤 도시의 이름 있는 곳을 찾는다. 그것만 돌면 끝이다. 옛날엔 나도 유명한 곳 좋다는 곳을 중점으로 여행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장, 뒷골목, 사람들... 눈길 닿지 않는 곳을 찾고 그런 곳을 사진에 담는다. 만약에 프랑스 에펠탑을 보고 아무리 멋있는 사진을 찍은들 무슨 소용인가. 나 보다 더 좋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사진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차라리 그 밑에 있는 사람들, 뒷골목을 찍는 게 낫다.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10개 국어는 대충 한다. 중남미에 가려면 스페인어를, 중국에 가려면 중국어는 필수다. 10개 국어를 다 잘하진 못한다. 잊고 지내다가 그 나라를 여행갈 때 다시 공부한다. 길게는 1년 혹은 6개월, 짧게는 한 달 동안 준비해서 간다. 그 나라 말을 한 마디라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그 나라 말을 하면 1천 원 하면 살 수 있는 것을 영어로 하면 3천원, 영어도 못하면 5천원을 부를 정도로 대우 자체가 다르다. 해서 외국어를 배워 놓는 게 좋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사하라 사막이다. 별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라 하늘 전체가 별이다. 별을 볼 수 있는 곳이 세 군데 있다. 높은 산, 외딴 섬, 사막이다. 여행갈 때 꼭 필요한 것이라면 많겠지만 그 중에 꼭 필요한 것은 나침반, 다용도 칼, 저 같은 경우는 사진을 찍으니까 카메라가 필수다."

 

여행가 책을 들으면서 마음이 여행하고 싶은 마음으로 점점 더 부풀어 올랐다. 할 수만 있다면 사하라 사막에서 밤하늘의 별을 지금 이 순간 바라보고 있고 싶었다.

 

 

이외에도 노숙 경험자이면서 지금은 노숙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 책과 탈북자 등을 순서대로 만났다. 노숙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는 분과의 대화 중에 깨달은 점도 많지만 가슴에 와 닿은 말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바라볼 때 게을러서 여기 누워 있구나 까지만 생각하지 왜 누워 있는 것일까. 왜 저기 있는 것일까 까지는 생각하지 못한다. 게을러서 노숙자가 된 것 만은 아니다. 내 생명 스스로 끊지 못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노숙자들에게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들이 바로 우리들 아버지, 어머니, 친구, 이웃일 수도 있다."


탈북자는 젊은 사람이었다. 24살이었는데 12살 때 탈북을 했단다. 한국에 처음 와서 공부하는데 무척 힘들었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맑음과 순수함이 묻어났다.

 

"북한에서 나와서 중국, 베트남 등을 갔다가 한국에 왔는데 일단 말이 통해서 좋았다. 안정감이 있고 신기한 것은 컴퓨터, 비행기, 차, 기차가 있다는 것이었다. 꿈이 있다면, 이제 경북대학 응용생명공학부에 가는데, 열심히 공부해서 먹을 것 없어서 고생하는 북한을 돕고 싶다. 한국 사람들은 몸으로 하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직접 나가서 일하면서 돕는 자가 되고 싶다."


 

참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지면상 다 싣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이었고 흥미롭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로고스서원에 속한 중·고등학생들은 물론 이 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어쨌든 아주 좋았다. 이번 휴먼 라이브러리 행사가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꼭 행사까지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 속에서 작은 휴먼 라이브러리를 실천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당신의 편견은 무엇인가? 선입관과 편견과 고정관념은 살아가면서 경험 속에서 축적되는 것이기에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 같다. 편견의 벽을 허물고 안목을 기르며 폭넓은 만남과 배움이 있는 휴먼 라이브러리,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한 권의 사람 책 그 이상이다. 사람 책을 읽자.

덧붙이는 글 | 지난 토요일(12. 18)개최하였습니다. 


태그:#휴먼 라이브러리, #사람 책, #로고스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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