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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개인 트위터에 "1번 전쟁, 2번 평화", "비겁한 오세훈 표로 심판합시다" 등의 게시물을 올려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KBS 새노조 조합원 황보영근(49)씨에게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KBS "트위터에 특정 후보자 지지·반대 표명, '정치활동 금지' 사규위반"

KBS 새노조 조합원 황보영근씨가 지난 21일 사측으로부터 받은 징계처분통보서.
 KBS 새노조 조합원 황보영근씨가 지난 21일 사측으로부터 받은 징계처분통보서.
ⓒ 황보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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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 2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황보영근씨가 쌍방향으로 다중에게 개방되어 있는 트위터 상에서 특정 후보자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글을 게시한 것은 공사 직원의 정치활동 참여를 금지한 취업규칙 7조를 위반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영방송 직원으로서 기본적인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이와 같이 결정했다. 앞서 KBS는 황보씨를 지난 11월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사측이 황보씨가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의 내용을 알게 된 것은 지난 6월 3일. 김제송신소가 자체 실시하는 직무연수에서 황보씨가 직원 30여 명을 모아놓고 트위터 활용법을 강의하던 중이었다. 황보씨는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무래도 선거 다음날이다 보니 제 트위터에 선거와 관련된 내용이 많았는데 (당시 김제송신소장이었던) 강아무개 전 소장이 그걸 다 캡처해서 본사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강 전 소장이 해당 내용을 본사에 보고한 이유에 대해 황보씨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사원행동('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을 하면서 2008년 9월 이곳 김제송신소로 쫓겨났는데, 여기에서도 부당인사를 당하면서 강 전 소장과 마찰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황보씨에 따르면, 6월 7일 강 전 소장은 황보씨를 불러 "트위터를 통한 선거운동과 관련해 본사 법무팀에 조치를 의뢰했더니 법무팀장이 '외부로 조치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고 (KBS 내부) 감사팀에서 자체 조사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전했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후 황보씨는 트위터에 대한 내용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11월 3일, 사측은 황보씨를 선거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측이 황보씨의 게시물 내용을 인지한 지 무려 5개월 만이었다. KBS 사측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무래도 내부 직원 문제다 보니 법적인 검토와 의사결정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11월에 검찰 고발을 한 것은 선거 사범의 경우 공소시효가 6개월 이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보씨가 트위터에 선거관련 게시물을 올린 것은 5월 말에서 6월 초다. 

그리고 지난 14일, 황보씨는 사측으로부터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황보씨는 "자체조사도 하지 않고 검찰고발부터 했으면 판결을 기다린 다음에 징계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사법기관 내 판단과 회사 내 징계절차는 별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수신료 거부운동', '김인규 사장 비판' 글 쓴 직원에 대한 보복성 징계?

7월 2일 오후 여의도 KBS 신관앞에서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집결한 가운데 파업 2일차 집회가 열리고 있다(자료사진).
 7월 2일 오후 여의도 KBS 신관앞에서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집결한 가운데 파업 2일차 집회가 열리고 있다(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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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영근씨가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KBS 기술본부에 입사한 황보씨는 <다음> 아고라에 남긴 "만약 정(연주) 사장 보내고 낙하산 못 막는다면 수신료 거부운동에 광고 불매운동도 추가하십시오"라는 댓글이 문제가 되어 지난해 8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또한 지난 1월에는 사내게시판에 올린 김인규 KBS 사장 비판 글이 몇 시간 만에 차단되기도 했다. '정직 6개월'이라는 중징계가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황보씨의 생각이다. 사측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직원에 대한 '보복성 징계'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측이 황보씨에게 보낸 징계통보서를 보면 "특히 황보씨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수신료 거부운동과 광고 불매운동을 선동하는 글을 올리는 등의 해사행위로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중하지 않고 직원의 정치활동 참여금지 의무를 위반한 행위를 한 것은 더욱 엄중히 문책하여야 할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측은 '황보씨에 대한 징계가 보복성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사측 관계자는 "공영방송의 직원이 트위터라는 매체를 통해 정치활동에 연루될 경우 자칫하면 공영방송이 정치활동에 관여되는 것처럼, 그 사람의 메시지가 공영방송의 메시지처럼 대변될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황보씨는 자신의 트위터 게시물이 선거법 위반도, 사규위반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황보씨는 사측 인사위원회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공직선거법 제 58조는 선거 및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 및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고 있지 않다"며 "제가 정보통신망(트위터) 내 제한된 공간 안에서 단순히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두고 정치활동으로 규정한 것은 부당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황보씨는 "사적인 공간에서의 200자 이내의 단순 의견만을 가지고 '포괄적인 정치행위'로 규정해, 검찰고발에 이어 별도의 징계를 회부한 것은 회사의 과한 처분"이라고 성토했다. 황보씨는 인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재심을 신청할 계획이다. 


태그:#황보영근 , #KBS , #KBS 새노조, #김인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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