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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평구의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모임인 '부평구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범시민위원회(이하 범시민위원회)'가 5일 인천시청을 방문해 송영길 인천시장에게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건의문을 전달한 가운데, 범시민위원회 위원장이 구청장 재직 시절 뇌물수수죄로 구속돼 징역을 살고 나온 인물이라 뒷말이 무성하다.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지난해 취임 후 '구정방향 설명회'와 '부평구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부평구의 열악한 재정 여건을 알려왔다. 이 과정에서 지역원로,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기업체 관계자 등으로 범시민위원회를 조직했으며, 범시민위원회는 위원장으로 전 부평구청장인 박수묵(70)씨를 선출했다. 범시민위원회는 작년 12월 13일 준비모임을 가진 데 이어 이번 건의문 전달을 계기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박씨는 뇌물수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인물이라, 과연 부평구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얻어내는 데 적합한 인물이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박씨는 구청장 재임 시절인 2002년 5월 건축업자 박아무개씨 등 2명으로부터 구청의 각종 허가업무와 관련 8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당시 재판부는 "구청장의 직위를 남용해 민원인에게 먼저 금품을 요구하는 등 죄질이 나빠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실형으로 3년을 복역한 박씨는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박씨가 범시민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홍 구청장의 의중이 반영됐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민주당에서 범시민위원회를 주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이야기가 범시민위원회 내에서 나오고 있다.

 

범시민위원회 참석하고 있는 한 위원은 5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박씨가 위원장을 한다기에 위원회에 참석하기가 싫었다. 시장이 민주당이라 민주당 출신의 박씨가 위원장으로 나와 호선된 것 같다"며 "박씨가 위원장이 된 것이 오히려 부평에 망신살이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른 위원도 "난 다른 사람을 생각했다. 다만 '한시적으로 가는 것이니 내부(민주당)에서 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나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와 관련, 김응호 민주노동당 부평지역위원장은 "부평구민에서 현재 재정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위원회 구성과 활동이 협소해 안타깝다"고 원론적 수준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부평구의회 한나라당 소속 K 의원은 "구청장 재임시절 뇌물수수로 징역을 산 사람을 어떻게 위원장으로 세울 수 있냐, 내 귀를 의심했다"며 "부평에 사람이 그렇게 없는 것이냐, 소통을 강조한 구청장이 사업을 크게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부평 토박이인 이아무개(48)씨도 "많이 양보해 취지를 동의해도 그 역할이 구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자리인데, 문제를 일으켜서 잊힌 분을 모셔서 어떻게 미래를 도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업의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평구 관계공무원은 "위원장은 위원들이 상의해서 선출한 것이고, 지역 원로와 종교계 등이 참석했다. 구는 장소 제공과 자료 지원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부평구, #인천시, #재정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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