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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고도, 가족들과 즐겁게 겨울방학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렇다. 집안에서 생산적으로 놀 방법엔 운동이 최고이리라. 방학 중 느슨해지기 쉬운 생활패턴도 잡고 덩달아 체력도 기르니 일석이조다. 그런 이유로 하루 종일 인터넷 쇼핑몰을 뒤적이다 찾아낸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미니 탁구세트였다.

넉넉한 사은품까지 포함하여 탁구세트를 3만원선에 구입할 수 있다니, 눈이 확 뜨이고도 남는다.
 넉넉한 사은품까지 포함하여 탁구세트를 3만원선에 구입할 수 있다니, 눈이 확 뜨이고도 남는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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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나이에 걸맞은 것이라면 딱 이거야, 늦잠을 자고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며 하루를 보내느니 운동도 되고 추위도 날리고…. 역시, 난 천재야!'

더 찾아보고 알아볼 것도 없다. 화면으로 본 탁구세트는 비교적 소형이었다. 크기는 표시되어 있었으나, 정확한 감이 오지 않아 '이왕 사는 것 큰 걸로 하자'라는 생각으로 과감히 중형으로 주문했다.

3만원대에 구입한 탁구세트... 모처럼 우쭐하며 '아빠노릇' 

크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주문했는데도 택배비를 포함하여 3만4천원. 이 가격에 탁구대와 소형라켓, 게다가 어른용 라켓에 탁구공을 10개나 덤으로 주다니 과연 판매자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가?

그리고 며칠 후, 손꼽아 기다리던 탁구세트가 도착했다. 아내는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니 나까지 기분이 덩달아 좋아지는 게 아빠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뿌듯함까지 만끽한다. 역시 요란한(?) 포장박스에서 풍기는 강력한 포스는 우리 가족을 제압하기에 충분했다.

'실제와 똑 같은 탁구게임!(Real Ping Pong Action. Let's Play Together!)'이라는 포장박스의 환상적인 문구가 믿음직스러워 보이는데...
 '실제와 똑 같은 탁구게임!(Real Ping Pong Action. Let's Play Together!)'이라는 포장박스의 환상적인 문구가 믿음직스러워 보이는데...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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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이제 (집에서도) 실제와 똑 같은 탁구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Real Ping Pong Action. Let's Play Together!)'라는 포장박스의 환상적인 문구는 우리를 압도하고 말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포장박스가 조금 작다는 느낌은 '조립식이라 그런 거겠지'라는 위안으로 이내 무시하고 말았다. 표지모델로 기용된 국적불명의 미취학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게 '2%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미묘한 불안감이 스치지만 그게 무슨 대수랴.

'라켓 2개 포함(Included 2 Rackets)'이라는 착실한 안내에 영어설명도 부족해 4개 국어로 친절하게 사용법을 일러주니 금상첨화다.
 '라켓 2개 포함(Included 2 Rackets)'이라는 착실한 안내에 영어설명도 부족해 4개 국어로 친절하게 사용법을 일러주니 금상첨화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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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 외관의 친절한 설명에 이어, '라켓 2개 포함(Included 2 Rackets)'이라는 착실한 안내에 영어설명도 부족해 4개 국어로 친절하게 사용법을 일러준다. 어? 그런데, 결정적으로 눈에 들어온 제조원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철석같이 믿고 있던 우리 가족은 여기서부터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왠지 보이스피싱에 당하고 있는 느낌 비슷한….)

'메이드 인 차이나'...

못 볼 것을 봐 버린 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가슴은 요동친다. 어쨌든 좋았던 처음 기분만을 생각하며, 박스의 외관은 보는 둥 마는 둥 대충 훑어보고 단숨에 내용물을 개봉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 확인하자 밀려오는 불안감은 '낚인 건가?'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주요 구성품들을 모두 꺼내 하나씩 살펴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랬다. 뭔가 잘못 되어 가고 있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었을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함께 제공하는 어린이용 라켓은 두께 1~2mm의 플라스틱판에 대충 고무판만 붙여놓았다. 크기도 라켓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함께 제공하는 어린이용 라켓은 두께 1~2mm의 플라스틱판에 대충 고무판만 붙여놓았다. 크기도 라켓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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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포장과는 달리, 조잡한 탁구대에 다리(높이)는 검지 길이만도 못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함께 들어 있다는 라켓은 두께 1~2mm의 플라스틱판에 대충 고무판만 붙여 놓았다. 사은품이라는 성인용 라켓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 말이 그물망이지, 얼기설기 엮은 그물조각을 부실하고 약한 플라스틱 지지대에 넣어 탁구대 구멍에 끼우는 식으로 되어 있으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결국, 조립 5분 만에 지지대가 부러져, 순간접착제의 재물이 되고 말았다.)

장착 5분만에 부러진 그물망 지지대.
 장착 5분만에 부러진 그물망 지지대.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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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충 감이 온다. 사실 처음 박스를 받아 전면부에 인쇄된 내용을 봤을 때부터 어렴풋이 짐작은 했었지만, 어딘지 모를 기대감으로 애써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간단히 말하면 60cm 널빤지 두 개를 조립하여, 탁구공만 대충 튀게 하면 된다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세살 먹은 아이도 만들어 낼 대륙의 제품, 이쯤 되니 기대가 완전히 사라진다.

난감한 나는 "하하, 크기는 조금 작아도 노는 데는 그럭저럭 쓸 만한데?"라며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실망한 가족들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여기서 자포자기하면 쪽팔림은 둘째 치더라도 가족들의 원망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시간이 흐를수록 식은땀이 흐른다.

10cm도 안되는 탁구대... 엉거주춤 포즈는 다리 여기저기에 경련

아무튼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그래도 혹시 다른 쪽(?)으로 쓸모는 있나 궁리를 해본다. 호오, 예상과는 달리 공은 제법 잘 튀긴다. '겨울철에 집에서 뒹구느니 재미삼아 추위를 잊는 용도로는 쓸 만하겠네? 몇 번만 써먹어도 본전은 뽑겠지!' 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곧이어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탁구대의 높이는 10cm내외로 운동용품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탁구대의 높이는 10cm내외로 운동용품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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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을 잡고 막상 포즈를 잡아보니, 이건 설 수도 앉을 수도 없다. 탁구대의 높이가 지면에서 10cm 정도밖에 안되니 엉거주춤 앉을 수밖에 없다. 이 상태로 공을 치기 위해 움직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슬슬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어차피, 이젠 '기대'라는 차원을 넘었기에 결과는 큰 상관없다.

라켓을 잡고 막상 포즈를 잡아보면, 엉거주춤 앉을 수밖에 없어 곧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라켓을 잡고 막상 포즈를 잡아보면, 엉거주춤 앉을 수밖에 없어 곧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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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혹시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사실 버려도 상관없지만, 개조하여 책상이나 장식장 또는 바둑판으로 사용할 요량으로 마감상태를 확인해 보았더니 그것도 어렵겠다. 표면상태가 조잡하기 짝이 없을 뿐더러, 테두리 부분은 마감처리가 아주 거칠어 다치기 십상이다.

짐작은 했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다른 방향으로 용도전환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후, 현재 탁구세트는 박스에 모셔진 후 베란다 한 귀퉁이에 박혀 있다. (엄밀히 말하면, 봄철 화분 받침대로 사용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잘난 척은 혼자 다한다"며 가족들에게 당한 수모는 지면관계상 생략하며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포장 박스에 이른바 '실제와 똑 같은 탁구게임'이라고 자랑하던 놀라운 대륙의 신상품. 뒤늦게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보니 이런 저가의 탁구세트가 판을 치고 있다.

저가 중국산 이젠 '신물'... 제값 받고 품질 높여 제대로 평가받아라

'이거 진짜 팔려고 만든 것일까? 아니면, 진짜 팔려고 수입한 걸까?'

지금까지 이러한 제품들이 미치는 피해가 금액적으로 미미했기 때문에 사실상 심각한 문제로까지는 볼 수 없었다. 좀 더 대범한 시각에서 바라보자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그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기엔 쓴웃음이 앞선다.

"판매자 여러분, 저가의 중국산에 신물이 난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고 돈을 더 받더라도 질 좋은 제품으로 공급해주시길 간곡히 바라옵니다. 박스 디자인은 베꼈을지라도, 품질은 아직 매우 아니올시다."

그래도 나름대로 저가형도 매력 있다고? 하지만, 제품의 바닥이나 뒷면에 인쇄된 '메이드 인 차이나', 운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아직까지는 어딘지 모르게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가족들의 안전과 평화를 생각한다면, 저가형 중국산은 다시 한 번 생각하시라. 화분 받침대를 3만 4천원에 사고 싶지 않다면….

저가 중국산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어디 이뿐이었으랴. 혹시나 해서 샀던 중국산 제품들은 하나같이 실망을 주고 말았다. 작동만 하면 주변바닥을 흥건하게 적시는 가습기(왼쪽)와 여기 저기 부러지기 일쑤인 부실하기 짝이 없는 무선헬기(오른쪽).
▲ 또 다른 '애물단지' 저가 중국산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어디 이뿐이었으랴. 혹시나 해서 샀던 중국산 제품들은 하나같이 실망을 주고 말았다. 작동만 하면 주변바닥을 흥건하게 적시는 가습기(왼쪽)와 여기 저기 부러지기 일쑤인 부실하기 짝이 없는 무선헬기(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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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니탁구, #중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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