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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멀티플렉스. 매점 앞은 팝콘을 구입하려는 이용객들로 붐빈다.
▲ 멀티플랙스 매점 주말 오후 멀티플렉스. 매점 앞은 팝콘을 구입하려는 이용객들로 붐빈다.
ⓒ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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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8일) 영등포에 있는 대형 멀티플렉스는 휴일을 맞아 영화 관람에 나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영화관에서 인파가 몰리는 곳은 크게 세 곳이었다. 매표소 앞과 상영관 입구, 그리고 팝콘을 판매하는 매점 계산대.

특히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인파는 줄어들기 무섭게 바로 옆 매점으로 이어졌다. 관객들은 저마다 큼지막한 팝콘 컵을 손에 들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그들을 따라 진한 팝콘 냄새도 상영관 복도를 가득 메웠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이 모두 떠난 상영관에도 팝콘은 넘쳐났다. 계단 이곳저곳에 먹다가 만 팝콘이 컵 채로 뒹굴었다. 출구 앞에 놓인 쓰레기통도 예외는 아니었다. 먹다 남은 팝콘을 들고 나가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이날 마지막으로 상영관을 빠져나가던 정아무개(28)씨는 "아깝긴 하지만 가지고 나가도 먹지 않는다"며 반 이상 남은 팝콘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버려지는 팝콘, 무엇이 문제일까?

1편의 영화가 끝난 후 수거된 팝콘 쓰레기.
▲ 극장 쓰레기 1편의 영화가 끝난 후 수거된 팝콘 쓰레기.
ⓒ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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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작은 사이즈는 없고 대부분 너무 큰 것부터 시작하니까 부담스럽죠".

이날 영화를 보러온 문승욱(42)씨의 말이다. 부인과 극장을 찾은 그는 간식거리로 M사이즈 음료 2잔과 L사이즈 팝콘 1개로 구성된 콤보세트를 구입하고 8천 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그는 "양이 많은 콤보를 먹는 것이 이득인 것 같아 구입했지만 이거 다 못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멀티플렉스에서 판매되는 팝콘 가격은 가장 큰 L사이즈 판매에 유리하도록 구성돼 있다. 메가박스의 경우 M사이즈(46oz) 팝콘이 4000원인데 비해, L사이즈(92oz) 팝콘이 4500원이다. 이들 둘의 가격 차이는 불과 500원. 그러나 양은 2배 차이가 난다. 다른 멀티플렉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판매되는 팝콘도 M사이즈와 L사이즈의 가격 차이는 500원으로 동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다 먹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부분 500원을 더 주고 L사이즈 팝콘을 구입한다. M사이즈 구입이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관련 업체에서 공개한 사이즈 별 팝콘 판매비율도 4:6으로 L사이즈의 판매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렇게 버려지는 팝콘의 양이 늘어날수록 멀티플렉스 매점매출은 늘어나고 있는 것.

S사이즈는 왜 사라졌나

주말 오후 멀티플렉스. 매점 앞은 팝콘을 구입하려는 이용객들로 붐빈다.
▲ 멀티플렉스 매점 주말 오후 멀티플렉스. 매점 앞은 팝콘을 구입하려는 이용객들로 붐빈다.
ⓒ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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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에서 버려지는 팝콘이 많은 또 다른 이유는 사이즈 구성이다. 과거 S(소), M(중), L(대) 사이즈로 판매되던 팝콘은 L사이즈 가격이 4500원으로 동결되던 지난 2008년 이후 약속이나 한 듯이 대부분 M과 L로 사이즈가 이분화되었다. 가장 작은 S사이즈가 사라진 것이다.

최정희(38)씨는 "가끔 혼자 오는데, S사이즈가 없어진 이후로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너무 많은 양 때문에 팝콘을 먹을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최씨처럼 나홀로 관객들에게 '많아지고 비싸진' 팝콘은 안 사자니 먹고 싶고, 사자니 반 이상을 버려야 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매점에서 팝콘을 파는 직원들도 사이즈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영등포에 있는 멀티플렉스 매점에서 팝콘 용량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작은 거랑 큰 게 500원 차이가 나는데요, 양은 두 배… 아니 두 배 이상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이와 관련해 <오마이뉴스>가 만난 한 멀티플렉스 홍보팀 관계자는 "팝콘이 세 가지 사이즈로 판매될 당시 중간사이즈에 해당하는 팝콘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며 사이즈를 이분화한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책정된 M사이즈(4000원)와 L사이즈(4500원)의 가격에 대해서는 "L사이즈 팝콘 판매가 더 많기 때문에 수익효율성을 고려해 모든 제품가격을 L사이즈 기준으로 책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주말이면 건물 전체가 팝콘 홍수

고양시 일산에 소재한 대형 멀티플렉스 쓰레기 집하장.
▲ 멀티플렉스 쓰레기 집하장 고양시 일산에 소재한 대형 멀티플렉스 쓰레기 집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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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팝콘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극장 청소를 담당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에게도 골칫거리다. 대형 멀티플렉스가 입주한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상가건물 지하2층. 극장 쓰레기가 모이는 지하주차장 한편에서 만난 관리반장은 "주말이면 건물 전체가 팝콘 홍수"라며 20분 넘도록 팝콘 쓰레기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상영관에서 수거한 팝콘 쓰레기도 많지만 관객들이 극장 밖으로도 팝콘을 버린다는 것이다.

사정은 고양시 소재 대형 쇼핑몰에 입주한 멀티플렉스도 다르지 않았다. 청소용역업체 소속으로 극장 청소를 담당한다는 김아무개씨는 "팝콘 사이즈가 중하고 대 두 가지다 보니까 버려지는 양이 많다"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상영관에 팝콘을 포장해서 가져갈 수 있도록 비닐봉지를 가져다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팔다 남은 팝콘의 양도 상당해 하루에 100리터들이 쓰레기 봉지로 여러 개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멀티플렉스 측에서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기자와 만난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쓰레기 배출량 및 관리비용 공개를 요청한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턴키(일괄) 입찰로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전체적인 관리를 맡기기 때문에 구체적인 쓰레기 배출량 파악이 어렵다"며 "자료가 없을뿐더러 팝콘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용산구에 입점한 대형 멀티플렉스 한 곳의 한 달 평균 쓰레기 배출량은 8만4000ℓ에 달한다. 이중 별도로 처리되는 팝콘 쓰레기는 전체 폐기물의 10.7%인 9000ℓ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음식물로 분류되는 팝콘의 경우 쓰레기 처리비용은 한 달 평균 88만2천 원으로 생각보다 적은 액수다. 그러나 버려지는 양을 제품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멀티플렉스에서 판매하는 M사이즈 팝콘이 46oz(1370㎖)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에 무려 6569개의 M사이즈 팝콘이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던져지는 것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627만 6천 원에 해당하는 상당한 양이다.

결과적으로 멀티플렉스가 수익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양으로 판매하는 팝콘 중 상당 부분이 관객의 뱃속이 아닌 쓰레기통을 채운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멀티플렉스는 지극히 적은 액수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만으로 큰 판매이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늘어나는 소비자 부담, 멀티플렉스는 깜짝 실적

멀티플렉스와 멀리 떨어진 외부 쓰레기통에서도 버려진 팝콘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 멀티플렉스 외부 쓰레기통의 팝콘 멀티플렉스와 멀리 떨어진 외부 쓰레기통에서도 버려진 팝콘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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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해 10월, 국내 한 대형 멀티플렉스사는 사상 최대의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305억 원, 76억 원이 증가한 1570억 원, 322억 원이었다. 이 시기 팝콘 등을 판매하는 매점매출도 254억 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멀티플렉스와 관련된 깜짝 실적은 또 있었다. 바로 극장 매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지출 규모다. 지난 2009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표한 '1999-2008 한국 영화관객 성향변화 분석'에 따르면 극장을 찾는 관객 대부분이 매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관객 한 사람이 매점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2004년 5000원에서 2008년 8067원으로 42.3%나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 시기 팝콘의 가격도 3000원에서 4500원으로 50%나 올랐다. 5년간 소비자 물가 증가율 3.1%를 고려할 때 적지 않은 수치다.

게다가 연간 동원 관객 수에 큰 변동이 없었던 2009년부터 2010년 3분기까지 대형 멀티플렉스 매점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 시기에도 극장 매점에서 관객 한 사람이 지출하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멀티플렉스 홍보팀 관계자는 "티켓만 팔아서는 적자를 면하기 힘든 구조"라며 "거칠게 얘기해서 마진이 높은 매점 매출로 적자를 메우고, 광고로 수익을 본다고 이해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팝콘의 용량에 대해서는 "매년 소비자 조사를 통해서 적정한 양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다수 이용객들이 멀티플렉스의 수익 우선 매점운영 방식에 불만을 느끼고 있고, 실제로 이로 인해 팝콘을 비롯한 상당수 매점 제품들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멀티플렉스 업계가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김재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멀티플렉스, #극장, #영화관, #팝콘, #팝콘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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