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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자취방 생활 2년 만에 다시 이사를 했다. 2006년 대학을 입학하여 기숙사-하숙방-자취방을 전전하다 이제는 제대로 된 아파트로 가게 됐다. 부산의 교통 중심지인 연제구 쪽에 있는 아파트로, 내가 일하는 곳과 가게 될 대학원과 매우 가까운 위치였다.

부산의 동아대 앞에서 거주할 때에는 부산 전역이 너무 멀어 이동이 힘들었다. 문화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이사 온 지역은 달랐다. 부산의 중심인 연제구 사직야구장, 부산교통의 요충지 등 문화, 경제적으로 매우 활발한 동네였다.

이사 하게 된 이유는 생활비 축소!

서론만 읽으면 마치 내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사하구를 벗어나기 위해 이사를 한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부산 중심가의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기를 쓰며 돈을 모았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 또한 21세기를 살아가는 20대 대학생이다. 20대 대학생이 돈 나올 때가 있겠나? 아파트는 커녕 원룸에 살기도 부담스러운 경제력을 가진 나이이다.

이사를 하게 된 이유는 순전히 돈 때문이었다. 아버지 연세쯤 되는 아는 분이 혼자 사시는 아파트에 세를 들인다는 소리를 듣고 무조건 들어가겠다고 한 것이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왔던 분이라 월세 또한 거의 안 받으시겠다고 하는 걸 내가 5~7만 원 드리겠다고 했다. 7만 원을 월세로 드려도 나에게는 엄청난 돈이 절약되었다.

"자취, 하숙 생활비 장난 아니다."

이사하기 전까지 자취방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는 31만 원이었다. 친구랑 같이 살았으니 15만 5000원을 각자 부담하였다. 하지만 월세 이외에도 자취 생활에 필요한 돈이 많다. 매월 인터넷 요금 2만 원, 가스비 만 원, 전기세 만 원 등의 돈을 또 친구랑 반으로 나누어 냈다. 대충 한 사람이 부담한 비용은 20~25만원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이 정도의 돈은 그나마 한 달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면 부담이 가능했다. 하지만 겨울에 난방비가 겹치면 상상할 초월할 액수가 나왔다. 처음에 자취할 때 난방비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온도가 떨어질 때 쯤이면 방 온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보일러를 틀었다. 그 해는 참 따뜻한 해였다. 근데 청구서를 받아 보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청구서에 한 달 요금이 15만 원이 찍혀 있는 것이었다. 가스비를 납부하고 그 달 친구랑 나는 생활비 중 반찬을 사먹는 돈을 줄여 가며 '찌질하게' 살았던 기억이 난다.

 동아대 앞 전봇대 이 맘때가 되면 하숙, 자취방 구하는 전단을 전봇대에서 자주 찾아 볼 수 있다.
 동아대 앞 전봇대 이 맘때가 되면 하숙, 자취방 구하는 전단을 전봇대에서 자주 찾아 볼 수 있다.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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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생활 이전에는 친구랑 하숙집에서 학교를 다녔다. 하숙집에서 자취방으로 옮긴 것도 순전히 돈 때문이었다. 당시 기억에 하숙비가 한 사람당 40만 원~50만 원에 육박했다. 다행히 나랑 친구는 한 방에 같이 살았기 때문에 35~40만 원의 돈을 매달 꼬박 납부했다. 40만 원의 월세에는 하루 밥 2끼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아침을 안 먹는 경우도 많고 저녁은 무조건 먹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니 밥값이 포함된 방세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랑 나는 하숙 생활을 접고 자취를 결정했던 것이다. 당시 자취방을 알아 볼 때 손익 계산을 해본 결과 자취를 했을 경우 한 사람당 15만 원의 돈이 절약되기 때문이었다. (하숙집 월세 40 - 자취방 월세 및 기타비용 25=15)

생활비 줄이기 투쟁 - 월세 부담 줄이기, 자전거 타기, 밥 해먹기

이번 이사는 월세 부담을 줄이는 절호의 찬스였다. 평소 자취방에 살 때 25만 원 가량의 월세 부담이 5~7만 원 사이로 확 줄었기 때문이다. 근데 자취할 때와 재정 사정이 달라 진 것이 있다. 대학 졸업 이전까지는 부모님이 용돈은 주지 않더라도 방세는 꼬박꼬박 주셨다. 하지만 졸업 이후에는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 방세는 주지 않는다고 부모님이 선언 하셨다. 이제 모든 생활비용은 내가 벌고 있는 돈으로 해결해야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시민단체에 절반 상근 체제로 일하며 여비를 마련하고 있는 상태라 생활비가 녹록치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나의 생활 패턴 전반을 바꾸어 생활비를 줄이기로 했다.

먼저 자전거를 구입하여 타고 다니는 것이다. 한 달에 교통비를 계산해보니 약 10만 원 이상의 돈이 들었다. 이 돈을 절약하면 생활의 큰 보탬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친환경적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작은 실천도 할 수 있고 개인적인 체력 함량에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1월 추운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 당장 자전거를 구입할 생각이다.

학생 시절 엠티를 전전하며 배운 요리 실력(엠티 민박집서 요리중인 필자)을 이제 점심을 해먹기 위해 총 동원해야 할 날이 왔다.
 학생 시절 엠티를 전전하며 배운 요리 실력(엠티 민박집서 요리중인 필자)을 이제 점심을 해먹기 위해 총 동원해야 할 날이 왔다.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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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점심을 일하는 곳에서 해먹을 생각이다. 매일 약 5000원의 식사를 식당에서 해결하고 있어 4주동안 주 5일 근무를 한다고 하면 식비로 적어도 10만 원 정도를 쓰고 있다. 만약 밥을 해먹는다면 이 액수를 절반 그 이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밥을 매일 지어 먹어야 한다는 귀찮음이 얼마까지 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회의 안정망에 들어선 기성세대들이 보면 나의 생활비 줄이기 투쟁은 참 기특한 행동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생활비 줄이기 투쟁의 핵심은 나의 삶을 더 낫게 하기 위함이다. 절약을 통해서 대단한 부자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악착같이 돈을 모아 집을 사기 위함도 아니다. 그저 돈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것들이 생기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생활비 줄이기 투쟁을 선언 했지만 머릿속에서 손익 계산을 따지니 아직 많이 부족하다. 아르바이트나,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는데 그 등록금을 줄일 수 있는 장학금 재단을 알아봐야 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학생주거, #20대주거, #생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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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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