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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길종섭, 가운데) 주최로 열린 '디지케이블비전포럼'에 참석한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 대표들이 설명회에 앞서 순서를 정하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길종섭, 가운데) 주최로 열린 '디지케이블비전포럼'에 참석한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 대표들이 설명회에 앞서 순서를 정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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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온 뒤 다르다는데 오늘 말한 게 변함없길 바란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조중동 방송 퇴출'에 힘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종편 대표들이 미래 동종업계들 앞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제비뽑기-가위바위보로 순서 정하라... 종편 대표들 '굴욕'

27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길종섭) 주최로 열린 '디지케이블비전포럼'엔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종합편성채널(종편) 4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의무 재전송, '황금 채널' 배정, 광고 규제 완화 등 현 정부의 종편 특혜에 따른 직접적 피해가 예상되는 기존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PP(채널사용사업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직접 설명회에 나선 것이다.

이날 종편 4사 대표들은 하나 같이 기존 SO나 PP들과의 상생을 강조했지만 예비 회원사를 맞이하는 '업계 선배'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발표 순서를 정하는 과정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은 "발표 순서를 놓고도 가나다순이냐, 기존 회원사 먼저냐, 흔히 말하듯 '조중동'순이냐, 종편 심사 성적순이냐 놓고 말들이 많아 제비뽑기를 하기로 했다"며 직접 추첨함까지 등장시켰다.

심지어 제비뽑기 순서까지 회원사 대표 200여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위바위보'로 정하라고 해 대표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대표들은 먼저 자리를 떠야하는 남선현 jTBC(중앙일보) 대표에게 첫 순서를 맡기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KBS미디어 사장 출신인 남선현 jTBC 대표 내정자는 "오늘 이 자리에 나오면서 주변에서 특별히 인사 잘해야 한다, 내가 지상파에만 있어 케이블 파워를 잘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말로 당혹감을 표현했다.

SO-PP와 '상생' 읍소...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달라"

종편 대표들은 하나같이 기존 케이블TV 사업자들과 상생, 협력을 강조했다. 남선현 대표는 "기획제작단계부터 글로벌에 초점을 맞춰 밖으로는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안에서는 선의의 경쟁도 하면서 힘을 합치고 영역을 함께 넓혀 나가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협력'을 강조했다.

윤승진 MBS(매일경제) 대표 내정자 역시 "유료방송의 권익 향상을 위해 공동 보조를 맞추고 지상파방송으로 왜곡된 영상산업 구조를 상생으로 바꾸는 데 일조하겠다"면서 기존 SO, PP들과의 '상생'을 앞세웠다. 

안국정 채널에이(동아일보) 대표 내정자 역시 "기존 PP와 프로그램 제작에 공동 투자해 공생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기획 단계부터 SO와 협력해 유료화 모델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상생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출신인 오지철 CSTV(조선일보) 대표 내정자는 "종편 4개 진출에 대해 업계, 국민, 지상파, 시민단체들의 성급한 낙관이나 비관은 적절치 않다"고 운을 뗀 뒤, "불안하고 우려스럽기는 종편도 마찬가지"라면서 "종편 진출이 유료방송과 전체 방송시장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면 종편 선정 자체가 의미 없기 때문에 철저하게 상생, 공존의 틀에서 협력해가겠다"고 다짐했다.

오지철 대표 내정자는 황금채널 논란을 의식한 듯 "채널 번호 논의는 시기상조"라면서 "SO의 채널 구성운영권 등 기존 SO의 이익을 침해해선 안 되고 광고시장도 군소PP의 광고영역을 침해하는 식으로 마케팅이 이뤄지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길종섭 회장은 "오늘 상생 얘기가 많이 나왔다"면서도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온 뒤 다르다는데 앞으로 종편 사업자 확정되더라도 변함없길 바라고 (회원사들은) 오늘 말을 담보로 잡고 있길 바란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앞으로 '굴러온 돌' 종편 사업자들과 기존 케이블TV 사업자들의 관계가 순탄치 않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었다. 

언론시민단체, '조중동 방송 특혜 막기' 힘 모으기

미디어행동, 야4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종교계 인사, 네티즌들이 참여하는 '조중동 방송 퇴출 무한행동'이 27일 오후서울 중구 외신기자클럽에서 '1차투쟁선포식'을 열며 조중동 방송 퇴출!"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중동 방송 퇴출 무한행동'은 설 귀향 선전물 배포, 조중동 방송 선정 심사자료 정보공개청구, 조중동 방송 참여 기업 대상 소비자운동, 조중동 방송 먹여살리기용 수신료 인상 저지, 조중동 방송 특혜 저지, 최시중 방통위원장 연임 저지 투쟁 등의 1차 투쟁계획을 밝혔다.
 미디어행동, 야4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종교계 인사, 네티즌들이 참여하는 '조중동 방송 퇴출 무한행동'이 27일 오후서울 중구 외신기자클럽에서 '1차투쟁선포식'을 열며 조중동 방송 퇴출!"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중동 방송 퇴출 무한행동'은 설 귀향 선전물 배포, 조중동 방송 선정 심사자료 정보공개청구, 조중동 방송 참여 기업 대상 소비자운동, 조중동 방송 먹여살리기용 수신료 인상 저지, 조중동 방송 특혜 저지, 최시중 방통위원장 연임 저지 투쟁 등의 1차 투쟁계획을 밝혔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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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든든한 우군이 되어줘도 모자랄 케이블TV사업자들마저 견제에 나선 상황에서 종편 사업자들에는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당장 언론시민단체뿐 아니라 정치권과 종교계, 의료계까지 종편 특혜 저지와 '조중동 방송 퇴출'에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선 미디어행동, 전국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시민단체, 정당, 종교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중동 방송 퇴출 무한행동(아래 무한행동)' 1차 투쟁 선포식이 열렸다.

무한행동은 설 연휴 조중동 방송 퇴출을 위한 시민 선전전을 시작으로 ▲ 종편 선정 심사 과정 정보공개청구 및 행정심판청구 ▲ 조중동 방송 참여 기업 불매운동 ▲ KBS 수신료 인상 저지 ▲ 의무재전송, 황금채널 배정, 광고 규제 완화 등 종편 특혜 저지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연임 저지 등 실력 행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조중동 방송 특혜를 막기 위해선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면서 "조중동 특혜로 1차 피해를 받는 SO, PP와도 연대하고 의료광고 규제완화 저지에 나선 보건의료단체와도 연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지난 18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 모여 '조중동 방송 선정 취소' 촉구 선언을 한 민언련 등 212개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연대기구를 만들어 조중동 방송 특혜 저지 등에 나서기로 하는 등 종편을 둘러싼 시민사회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태그:#종편, #케이블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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