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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났으니 봄입니다. 그러나 아직 전해드리는 소식이 겨울적 소식이라 그냥 '겨울편지'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제법 찬바람이 쌀쌀하던 그날 새벽, 나는 성산일출봉이 한 눈에 보이는 광치기 해안에 서있었습니다.

 

한라산 쪽을 바라보면 이렇게 하얀 달과 미명의 푸른 하늘이 보이고, 해가 떠오르는 바다를 바라보면 붉게 물들어가는 바다와 붉은 하늘이 보입니다.

 

 

같은 자리에서 이렇게 전혀 다른듯한 풍경을 만나는 것도 행운입니다. 작은 삶의 진리 하나, 어떤 자리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너무 쉽게 재단하고, 평가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사실, 이번에 제주도여행을 가게 된 이유는 전에 시무하던 종달교회 교육관 신축때문이었습니다. 올레1코스가 있는 종달리, 아마도 하룻밤 쉬어가야할 올레꾼들은 쉬었다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저 묵어갈 생각이 아니시라면, 제 이름을 팔면 조금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올레꾼들이 많이 쉬었다 가는 곳입니다. 해안도로 쪽에서 종달리로 들어오다보면 마을 초입에 있는 나무니, 여름에는 초록의 이파리로 올레꾼들에게 시원한 바람과 그늘을 제공해 주었을 것입니다.

 

이곳에서도 혹시 시원한 물이 필요하시다면, 팽나무에서 한라산 쪽을 바라보시면 보이는 벽돌집에 물 한잔 요청하십시오. 제 이름을 대면 아마 물보다 더 좋은 것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너무 많이 팔지는 마시구요.

 

 

제주도 개들 중에는 쌍커플이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요놈도 쌍커플이 있고, 무엇보다도 제주도에 살 적에 키우던 백구하고 완전히 똑같습니다.마치, 백구가 환생해서 돌아온 것처럼 말입니다. 돌담에 앞발을 기대고 낯선 길손을 바라보는 개, 주인에게 제법 사랑을 받았나 봅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을 보니.

 

그렇습니다. 개를 보니 주인의 심성을 알겠습니다. 구제역으로 전국이 떠들석합니다. 그것을 보니 그동안 사람들이 소를 어찌 대했는지 아는 것입니다.

 

 

추억을 더듬어가며 해안도로를 따라 종달리에서 세화로 나갔습니다. 여행만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세탁소에 맡길 옷이 있었던 것입니다. 다시 종달리로 돌아오는 길, 하도에서 일을 마치고 절뚝거리며 돌아오는 할망을 만났습니다.

 

집은 현대식으로 바뀌었지만, 그네들의 삶을 과연 얼마나 많이 바뀐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대로인듯 변한 제주도,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때론 아쉽기도 합니다. 그저 도시의 편리함만을 따라가는 것 같아서 아쉬운 것이지요. 제주도에 가면 마을 곳곳에서 미니카를 타고 다니는 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거운 짐도 싣고 다니고, 힘든 걸음걸이를 대신해 주는 미니카, 자식들보다 훨씬 낫습니다.

 

자식들 없인 살아도 미니카 없인 못산다고 하실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제주의 집들은 대부분 나지막 합니다. 현대식 건물들은 더 높아졌습니다. 제주의 바람에도 넉넉히 버틸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높고 각진 현대식건물들을 볼 때마다 어떤 이물질이 몸에 들어와 불편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나지막한 집들이 주는 편안함, 그렇게 지어도 충분히 넉넉한 땅에서도 각지고 높은 것들이 행세를 하는 것을 보면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나 언젠가 제주도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엔 동네분들을 만나 혹시라도 작은 집이 나오면 전화나 한번 주시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그곳에 살적에 관계가 그리 나쁘진 않았는지, 알아봐주시겠다니 고마운 일입니다.

 

종달리에 가시거들랑, 혹시 난감한 일이 있으시걸랑 제 이름을 팔아보세요. 조금은 도움이 될겁니다.


태그:#제주도, #종달리, #올레, #종달교회,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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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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