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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뛰어놀던 골목길은 요즘 아파트가 곳곳에 서있는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고 작은 골목길을 가도 아이들은 학교 끝나고 학원을 돌고 있기에 골목에서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은 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제가 어릴 적 학교 끝나고 저녁 먹기까지 아래의 사진처럼 늘 친구들과 뛰어 놀았던 기억 밖에 없는데... 이 벽화처럼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웃는 아이 삼남매
▲ 웃는 아이 삼남매 웃는 아이 삼남매
ⓒ 오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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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날 오후 찾은, '제빵왕 김탁구'와 '카인과 아벨'의 촬영지로 알려진 청주 수암골.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정착하여 낡은 건물이 많던 곳.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인 수동 수암골 주민들은 작가들(이원홍 화백과 충북 민예총 전통미술 위원회 회원 작가, 청주대.서원대 학생들)의 창작 작품을 골목길에 설치해 마을을 예쁜 마을로 바꿨습니다.

자, 이제 마을을 둘러볼까요? 수암골의 시작은 삼충상회로부터 시작됩니다. '카인과 아벨' 입간판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고 삼충상회 앞에는 이 동네를 소개하는 전단지도 구할 수 있고요.

수암골에 있는 유일한 구멍가게
▲ 삼충상회 수암골에 있는 유일한 구멍가게
ⓒ 오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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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충상회 코너에 있는 감나무 심어진 집. 지금은 감이 다 떨어졌지만 벽에는 가을에 우리의 눈을 풍성하게 해주던 감이 아직도 벽화에 남아있네요. 삼충상회 건너편은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팔봉 제빵점도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의 주무대였던 팔봉제빵집
▲ 팔봉제빵집 제빵왕 김탁구의 주무대였던 팔봉제빵집
ⓒ 오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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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는 빵은 만들지 않고 팔기만 한다니 맛을 볼 필요는 없을것 같아서 그냥 지나쳐 공공미술 프로젝트 진행 시 사진이 전시되 있는 벽을 찾아가 봅니다.

공공미술은 기존 예술이 미술관에서 전시되어 일부 소수만이 향유하는 단점을 극복하고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미술 작품을 설치하여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합니다. 특히나 마을 벽화 프로젝트는 생활 공간을 공공미술로 가꾸어 새로운 문화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답니다.

충북 민예총 전통미술 위원회 회원 작가, 청주대, 서원대 학생들
▲ 공공미술 충북 민예총 전통미술 위원회 회원 작가, 청주대, 서원대 학생들
ⓒ 오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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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충 상회를 지나 몇 걸음 걸어보면 숨바꼭질하는 아이도 볼 수 있네요. 이제부터 수암골 벽화찾기 숨박꼭질을 시작해 봅니다. 이 마을은 작아서 한 1시간이면 넉넉히 그림 감상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답니다. 골목을 돌 때마다 어떤 그림이 나를 반길까 기대가 되네요.

수암골 벽화찾기 숨박꼭질
▲ 숨바꼭질 수암골 벽화찾기 숨박꼭질
ⓒ 오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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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소개하는 전단지가 없더라도 골목여행 그림지도만 보아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아이들 그림이 많은 수암골에 아이들을 볼 수 없었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아이들과의 만남은 시작됩니다.

집 바로 옆 바닥에 앉아있는 여자아이가 사진 찍는 저를 보고 피해 버리네요. 벽화를 찍은건데..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붙여 봅니다.

사촌 지간인 아이들은 청주의 다른 동네와 신탄진에서 왔다고 합니다. 구정이어서 외할머니집에 찾아온 것이지요. 조용한 마을 골목에서 다방구(이거 표준어인지 모르겠네요.. 저는 어릴적 이 놀이를 했었는데) 하고 있었네요.

5명 아이들이 놀이에 지쳐가고 있었는데 낯선 아저씨가 와서 같이 하자고 하니 마냥 신이 났습니다. 처음 들어왔다고 술래부터 하라고 합니다. 종목은 얼음땡~으로. 어릴적 얼음땡은 손으로 치면서 땡~ 해야 움직일 수 있었는데 시대가 바뀌어서 물총으로 땡을 해줍니다. 아무리 뛰어도 한 명을 잡을 수가 없네요.

땀 흘리며 뛰어서 모두 얼음을 만들어서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뽑습니다. 한 20분 같이 뛰어 놀다보니 아이들이 제가 부탁한 포즈도 취해 줍니다. 잠자는 모습~ 찍고 나서 보니 표정이 마치 벌 서는 것 같네요.

아이들이 벽화의 그림과 같은 모습으로 포즈를 취해주네요
▲ 잠자는 아이들 아이들이 벽화의 그림과 같은 모습으로 포즈를 취해주네요
ⓒ 오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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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평상에 앉아 있는 아저씨와 한참을 이야기 해보았네요. 이 마을에서 40년을 살았다고 합니다. '제빵왕 김탁구' 찍을 때는 방송사에서 차량 및 사람의 보행을 통제해서 많이 힘들었다고 하네요. 재개발이 된다는 소문이 있다 해서 물어보니 이미 20년 전부터 그런 소문이 돌았다고 하네요. 마을이 낡아서 재개발이 필요해 보이지만, 개발이 되면 새로운 집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떠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있기에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남을 수 있는 개발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을에 아이들 그림이 많지만 이 마을에는 거의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딱 한 집에 세 남매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 이화동 벽화 마을이 1박 2일에 나온 후 밤늦게까지 방문객이 찾아들어 결국 벽화를 지웠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곳도 '제빵왕 김탁구' 촬영 이후에 새벽까지 사람들이 찾아들어 동네 주민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네요. 곳곳에 이런 표지판이 많이 붙여 있습니다. 혹시나 이곳을 찾으면 꼭 낮에 가시고요. 그냥 보고 사진만 찍지 마시고 동네 주민들과 이야기도 해보세요.

2000년대의 공공미술을 지금까지 보았다면, 70년대의 공공미술이 남아있는 집도 있네요. 새마을 마크가 붙여 있는 집. 이곳이 '제빵왕 김탁구' 촬영시 신세경의 집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신세경의 집으로 나왔던 집
▲ 신세경의 집 제빵왕 김탁구에서 신세경의 집으로 나왔던 집
ⓒ 오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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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노란색 문이 정말 화장실일까요? 휴지가 없다는데 가져와야 하나? 사실 문은 노란문 옆 면에 있습니다.

정말 지금이라도 문이 열릴것 같았던 화장실 문
▲ 이상한 화장실 정말 지금이라도 문이 열릴것 같았던 화장실 문
ⓒ 오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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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올라가는 아이와 그 아이를 창문 너머로 쳐다보는 아저씨... 재미있네요.

상상의 골목길
▲ 상상의 골목길 상상의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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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가 전봇대에 올라가서 보는 세상이 이 하늘처럼 그리고 아이의 마음처럼 맑았으면 좋겠습니다.

상상의 골목길에서 만난 아이의 꿈
▲ 상상의 골목길 상상의 골목길에서 만난 아이의 꿈
ⓒ 오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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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blog.naver.com/kairail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암골, #벽화마을, #제빵왕김탁구, #카인과아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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