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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는 이미 파기됐다."

"노조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올 한해는 싸움판이 될 것이다."
 
이용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지난 3년간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는 '대실패'였고, 큰 실망만 남았다"며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고, 앞으로도 얻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장석춘 전 위원장처럼 말로만 파기한다고 해놓고 뒤로 실리 챙기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탁자에 놓인 서류를 집어던지는 시늉을 하며 "정책연대는 이미 휴지통에 들어가 있다"면서 '정책연대 파기'를 재차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1월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의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숫자를 제한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한국노총 사업장에서는 노조 전임자가 1/2~2/3까지 축소되고 있다"며 "강고한 투쟁을 통해서 이를 막아내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처럼, 한국노총도 더 가열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민주노총에 공조 제의를 하겠다"고도 했다. 향후 양대 노총의 '강경 투쟁 노선' 공조가 실현될 경우,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11일 한국노총을 방문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 위원장의 반응은 냉담한 상황이다.

 

"이미 정책연대는 휴지통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에 이용만 당했다"

 

이용득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한국노총 23대 임원선거에서 선거인단 2611명 중 1396표(53.4%)를 얻어 3년 임기의 위원장에 당선됐다. 그는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2008년 위원장에서 퇴임한 이후 3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노총 현장(단위 사업장)이 (타임오프제 탓에)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복수노조 시대(오는 7월부터 시행)에 현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바가 큰 상황에서 이러한 고통을 해소시키고 위해 한국노총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재확인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강경한 투쟁으로 노조 전임자숫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노총은 1/2~2/3까지 줄었다"며 "3년간의 정책연대에서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정책연대 틀을 열어본 적도 없다, 앞으로도 정책연대를 통해서 얻을 게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LG전자 노조의 유급 전임자 숫자는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29명에서 11명으로 줄었고, 하이닉스반도체 노조 역시 당초 22명이던 전임자가 11명으로 줄었다. 이 위원장은 "현장에서는 한국노총이 그런 정책연대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아무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정책연대는 대 실패였고 큰 실망을 남겼다, 현장 조합원들은 정책연대를 파기하라고 명령하고 있다"며 "이미 정책연대는 휴지통에 들어가고 말았다", "한나라당에 이용만 당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거센 비판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임태희(현 대통령실장)·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과 고용문제를 전혀 알지 못하는 비전문가고, 청와대에서 노사를 담당하는 사람들도 사고가 상당히 경직된 비전문가"라며 "총체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경투쟁 노선 선언... "민주노총에 연대 제의할 것"

 

이용득 위원장은 이날 '투쟁', 파업' 등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노조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강경투쟁 노선으로 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노조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결국 노조는 임금 인상을 통해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며 "각 단위 사업장에서는 오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임금·단체협상에서 엄청나게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가열한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노조법 개정을 위해 노사정이 모여 대화를 해야 한다, 한국노총의 대화 요구는 현재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3월 안에 대화 테이블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5월 1일 마라톤대회가 집회와 투쟁으로 환원되면서 1년 내내 싸움판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수노조 시행에 대해서도 큰 불만을 나타냈다. 이 위원장은 "복수노조 창구를 단일화하는 등 노동권이 제약된다, 그렇다면 노조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는 이명박 정부 악법 중 대표적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총동원해서 악법에 의해 빼앗긴 것들을 되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투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한 일간신문 기자의 질문에 이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투쟁 안하고 앉아서 망해야 할까요?"라고 되물으며 "국민은 '법을 어겨서라도 투쟁을 통해 살아라'라며 이해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날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에 연대 제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노총은 훌륭한 조직이다, 열악한 노동계에서 악법에 대해 투쟁을 통해 해결해나가고 있다, 한국노총은 더 많이 투쟁해야 한다"며 "민주노총과의 공조와 연대는 당연하다"고 전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도 노동연대라는 기본원칙에 대해 거절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작은 차이는 큰 원칙 앞에서는 서로 양해될 수 있다"며 "노동운동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는 경쟁보다는 위기를 극복하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이용득, #한국노총, #정책연대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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