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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여행. 라싸를 출발하여 올드 팅그리에서 서 티베트로 향하고 있다. 창밖을 보며 가는 나에게 저 멀리 총총 걸음으로 이동을 하고 있는 몇 마리의 새가 시야에 들어온다. 혹 저 새들이 히말라아 산맥을 넘는다는 인도기러기[bar-headed goose]인가? 달리던 자동차를 세우고 조금 더 가까이에서 그들의 모습을 담아보고자 조심 또 조심하며 그들에게 다가간다.

55mm 렌즈를 끝가지 당겨 새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조금씩 앞으로 다가간다. 멀리서 보았을 때와는 달리 검은 몸통에 흰 날개를 가지고 있는 새. 아쉽게도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네팔과 티베트를 오고 간다는 인도기러기[bar-headed goose]는 아니었다. 하지만 온통 산으로 둘러쌓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녀석들이 신기할 뿐이다.

서 티베트로 가는 길. 도로를 막고 있는 중국 군대
 서 티베트로 가는 길. 도로를 막고 있는 중국 군대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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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다가갈수록 더 멀어지는 녀석들. 나의 움직임을 어떻게 느끼는지 한 발 앞으로 가면 총총걸음으로 3보 이상을 뒤로 또는 옆으로 간다. 계속 멀어져만 가는 그 녀석들. 카메라로 담아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계속 나에게서 벗어나는 녀석들의 모습이 눈에 걸려 카메라를 어깨에 걸고 자동차로 발걸음을 옮긴다.

새의 모습을 담고 싶은 나의 욕심에 앞 차들과 제법 거리가 생겨 따라잡기로 하고 속도 페달을 밟는다. 언덕을 넘어 내리막길이 시작되면서 이제 속도 좀 나겠구나 생각했는데, 저 앞에 우리보다 먼저 출발을 한 다른 차량들이 정차 돼 있다.

자동차 가장 끝에 차를 세우고, 차량에서 내려 무슨 이유인가 선두 차량이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도로 공사로 인해 길을 막는다고 하더니 이제부터 시작을 하려는 듯 차량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도로 한 가운데를 끈으로 통제를 해 놓았다. 정확하게 어느 구간부터 길을 막는지 알 수 없어 이른 새벽부터 출발을 했는데... 불만을 토해보지만 길을 통제하라는 지시를 받은 군인은 꼼작하지 않고 차량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가로막은 끈을 더욱 탄탄하게 묶는다.

한국에서 준비 해 가져간 비상식량
 한국에서 준비 해 가져간 비상식량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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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군인의 모습이 익숙한 듯 티베트 기사아저씨들이 다가가 담배도 권해보고, 돈도 찔러 넣어보지만 넙죽 받기 만 할뿐 묶어 놓은 끈을 풀어주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를 가로 막은 저 끈을 풀어버리고 달려가고 싶지만 전화조차 되지 않은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왕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 거 밥이라도 해 먹자는 생각에 한쪽에 자리를 깔고 식사 준비를 한다. 혼자 여행을 즐기는 나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상식량. 한 커뮤니티에서 오랜 시간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한 만큼 비상시에 해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으로 전투 식량을 준비하였다고 한다.

봉지를 뜯고 그 안에 물을 넣으면 화학 작용으로 물이 끊기 시작하고, 그 온도로 인해 내용물은 바로 먹을 수 있는 비빔밥으로 변신을 한다. 군대에서 창고 안에서 보던 전투 식량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진속의 비상식량은 여행자를 위해 다양한 맛으로 출시됐다고 한다.

비상 식량 주변으로 몰려 든 티베트 사람들.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는 그들의 표정에 순수함이 뭍어난다.
 비상 식량 주변으로 몰려 든 티베트 사람들.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는 그들의 표정에 순수함이 뭍어난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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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를 뜯어 건조된 재료에 마실 수 있는 물을 살짝 넣고, 고추장을 푼 다음 지퍼로 잠그고, 또 다른 봉지 안에 내용물이 담긴 봉지를 넣고, 물을 부으니 화악작용으로 연기가 나면서 물이 끊기 시작한다. 부글 부글 끓어 오를 정도로 강한 열기를 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입이 절로 벌어진다.

한참동안을 끊고 있는 봉지만 바라보다 주변을 살펴보니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나 싶을 정도로 티베트인들이 나를 둘러싸고 끓고 있는 비상식량을 바라보고 있다.

나의 곁으로 다가와 관심을 보이는 티베트 인들.
 나의 곁으로 다가와 관심을 보이는 티베트 인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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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많은 티베트인들이지만 내가 다가가기 전에는 나에게 다가 오지 않았던 그들이다. 그런 그들이 한국에서 가져온 제품에 관심을 보이며 내 주변에 모여들어 끓고 있는 봉지를 보고 있는 티베트인들을 보니 그 모습이 조금 신기하다. 내가 누리고 있는 편리함을 부러워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티베트인들 앞에서는 많은 것을 숨기려 했을 때와는 달리 내가 다가가지 않아도 나의 곁으로 다가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티베트인들.

나의 어리석은 생각이 만든 고정관념으로 나를 보여주기보다는 늘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만 바랐던 그때와는 달리 함께 웃으며 이야기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 속에서 함께 이야기도 하고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완성 된 비상 식량. 완성 된 밥을 보고 놀라는 티베트인들
 완성 된 비상 식량. 완성 된 밥을 보고 놀라는 티베트인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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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하나 되어 기다렸던 비상식량. 그 안의 내용물이 더욱 궁금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빨리 열어보길 희망한다. 봉지에서 꺼내 지퍼를 여는 순간 그 안에 가득 찬 뜨거운 김이 터져 나오면서 나는 물론 구경을 하던 티베트인들 모두 봉지 안의 내용물이 궁금해 숨을 죽이고 내용물을 확인한다.

잘 조리가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건조되어 있건 그 모습과는 달리 제법 밥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비상식량. 지퍼를 최대한 열어 결과를 기다린 티베트인들에게 보여주니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지켜 세운다.

중국에서 구입한 스피커를 통해 한국의 노래를 소개한다.
 중국에서 구입한 스피커를 통해 한국의 노래를 소개한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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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자 중국에서 구입 해온 스피커를 꺼내 MP3와 연결해 한국의 음악을 틀어 티베트인들에게 들려줬다. 처음 보는 기계와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처음 듣는 한국 노래가 신기한 듯 한참을 서서 스피커에서 나오는 한국 음악을 듣는다.

한 곡이 끝날 때까지 모두 숨죽여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곡이 끝날 때까지 아무말 없이 듣고만 있던 티베트인들이 곡이 끝나자, 스피커로 달려들어 무슨 노래인지. 무슨 말인지 지금까지 들은 한국 노래에 대해 궁금한 것을 하나씩 풀어 놓는다. 언어의 장벽으로 손짓과 발짓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서로의 궁금함에 최선을 다해 소통하려는 모습이 그 어떤 만남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임에 부족함이 없다.

티베트 하늘은 언제나 가깝게 느껴진다.
 티베트 하늘은 언제나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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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티베트 야크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티베트 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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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 '사람에게는 이런 모습은 보이면 안 돼'라는 그동안의 생각 틀로 소통은 단절되고 단절된 소통으로 그 사람들과 멀어지게 된다. 티베트인들에게는 나의 모습은 보여주면 안 거야 하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비상식량과 한국음악을 통해 더욱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듯 내가 생각하는 틀을 깨면 깰수록 많은 사람들과의 더 많은 소통이 가능하지 않을까?

P.S 고산이라 끊는점이 낮아져서 일까? 기대했던 비상식량이었지만 세 숫가락 이상을 먹지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고산 지대가 아닌 국내에서 맛보고 싶다.


태그:#티베트, #티벳, #여행, #여행팁, #배낭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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