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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번 설연휴는 '시집가라'는 잔소리를 피해 봉사활동을 핑계로 방글라데시로 피신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 혼자 남은 자의 선택 그래, 이번 설연휴는 '시집가라'는 잔소리를 피해 봉사활동을 핑계로 방글라데시로 피신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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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오마이뉴스>를 통해 나를 '반건조된 피데기녀'(관련 기사:두달 내에 남친이 생기겠어?)로 소개하며 글을 쓴 적이 있다. 회사에서만 나왔다 하면 뺑뺑이 안경에 머리를 질끈 묶는 대변신을 즐기고, 혼자서 여행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틈만 나면 일주일 정도 씻지도 못하는 미지의 나라로 떠나기를 좋아하는 내가 '싱글'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지도 꽤 됐다. 매번 글로는 "애인이 생기고프다" "외롭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외롭기 전에 뭔가 즐거운 일을 스스로 만드는 데 이골이 났기 때문에 절박함도 사라진 지 오래다.

뭐든 혼자서 척척 해내고, 남자도 선뜻 하기 망설이는 일들을 솔선수범 앞장 서는 여자는 사실 한 남자의 여자가 되기엔 애초부터 자격미달이다. 거기다 나는 크리스천, 요즘 세상이 그렇게도 싫어한다는 '교회다니는 여자'다. 한두 해 교회에 몸담은 것이 아니기에, 나는 그런 '교회 다니는 여자'를 숱하게 봐왔다. 오늘 소개할 책은 그 여자들을 낱낱이 까발리고, 오해를 풀고, 그녀들의 상처를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사랑에 목마른, 사랑을 모르는 그녀의 이름은 "헌신녀"

크리스천 노처녀의 마음을 정확하게 간파한 책
▲ 사랑하기 좋은 날 크리스천 노처녀의 마음을 정확하게 간파한 책
ⓒ 포이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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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 시대의 교회는 '연애 장소'였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주일에 한 번씩 고정적으로 이성을 만날 수 있고, 가끔은 3박 4일 수련회도 가며, '주 안에서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손도 의무적으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도 이 일들은 일어나고 있지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 교회 안 여성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매를 맞으며 힘들게 교회를 다녔다는 어른들의 당부 속에 '반드시' 크리스천인 남편을 만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그녀들은 상대적으로 너무나 부족한 남성 크리스천의 수로 인해 점차 싱글로 나이 들어갔다.

그렇다고 연애의 스킬도 배우지 못했다. 그런 건 유치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편견이 이미 마음속에 자리잡은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들은 기도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수십 가지의 배우자 기도제목 리스트도 만들었다. 마치 "공부는 제대로 못 했으나 일단 시험은 잘 치게 해달라"는 수험생의 모습처럼 보였다. 사랑에 목마른, 그러나 사랑을 전혀 모르는 순진무구한 노처녀들이 늘어만 간 것이다.

기도, 크리스천에게 매우 중요하다. 나를 창조하신 신의 뜻을 알고 행하는 것은 목숨만큼이나 값진 일이다. 그러나 현실과 영성 사이의 균형이 깨어지면 곤란하다. 현재를 살아가는 그녀들이 쉽게 착각하는 것이 바로 현실적인 일들을 '죄악시'여기는 것이다.

연애 못하는 것, 교회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랑하기 좋은 날>(김지윤, 포이에마)의 저자는 연애를 갈망하면서도 연애에 대해 너무 무지한 그녀들에게 가장 쉽고, 재미나고, 현실적인 팁을 가져다준다. 심지어 그녀의 스타킹 색깔까지도 지적하고, 그녀들이 정말 외면하고 싶었던 부분들까지도 까발리며 "니 자신을 좀 알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녀 역시 9년 동안 단 한 번도 대시를 받지 못한 채 오로지 하나님의 여전사로 살아가느라 여성성을 잃은 채 20대를 보냈다. 그래서 그녀는 크리스천 노처녀에게 애틋한 마음이 있다. 그래서 먼저 그녀들에게 매를 들었다.   

그러나 매를 들었지만, 그것은 그녀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그 책임을 '교회'에 물어야 할 부분도 분명 있었다. 하나님의 전사로 몰고 가느라 '여성'의 권리를 잃게 만든 교회는 그녀들을 토요일엔 리더 모임, 금요일엔 철야 기도회, 새벽엔 새벽대로, 수요일엔 수요예배로 불러냈다.

왜 내가 혼자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 싱글의 이유 왜 내가 혼자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 김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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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일은 모두가 함께 지고 가야 할 짐이지만, 그녀의 연애와 결혼 문제는 그저 그녀의 개인적인 문제였다. 그래서 '기도해' 혹은 '기도할게' 외에 어떤 대안책도 마련해 주지 않았다. 물론 소개팅을 주선하고, 억지로 짝을 이어주라는 말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녀가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도록 팁을 주고, 넌크리스천과의 교제에 마음을 열고 지켜주며, 독신으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정한 사람이 있다면 그녀가 앞으로 남은 4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세심하게 지켜주는 교회 및 멘토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 다니는 여자'에 대한 편견이 많을 것이다. 돈도 외모도 직업도 따지면서 거기다 같은 종교까지 따지는 콧대 높은 여자로 보일 것이다. 물론 그런 여자도 있음을 나는 부인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크리스천 여성들이 신앙과 현실의 균형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고, 무지했으며, 거기다 알려고 들지 않은 어리석음에서 온 것이라고 대변하고 싶다.

이 책은 오로지 교회 일만 하느라 실속을 챙기지 못한 착해빠진 그녀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들을 돌봐야 하는 목회자나, 그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넌크리스천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박진희 시민기자는 포이에마 출판사 에디터로 <사랑하기 좋은 날>을 직접 기획하고 편집했습니다.



태그:#사랑하기 좋은 날, #포이에마, #싱글, #연애,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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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담도 순식간에 뒤집어 즐겁게 살 줄 아는 인생의 위트는 혹시 있으면 괜찮은 장식이 아니라 패배하지 않는 힘의 본질이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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