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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하 작 은세공 작품 '그곳에서는 사랑도 범죄'.
▲ 그곳에서는 사랑도 범죄 장유하 작 은세공 작품 '그곳에서는 사랑도 범죄'.
ⓒ 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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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대기 하나를 달기 위해 그 모진 고생을 다하며 벌벌 기어 다니던 훈련소 시절, 교관이 훈련병들에게 무서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은 이제 더 이상 사회인이 아니다. 앞으로 사회에서 쓰던 말투는 여기서 모두 버린다. 모든 대답은 '다'와 '까'로 끝맺는다. 알아듣겠나?"

그런데 교관의 말에 잔뜩 긴장해 있던 한 훈련병이 그만 반말로 "알겠다"라고 대답했다.

훈련병의 엉뚱한 대답에 눈꼬리를 무섭게 위로 치켜뜬 교관이 다시 다그쳤다. "이런 정신 나간 녀석.모든 대답의 끝은 항상 '다'와 '까'로 끝난다. 무슨 소린지 알아듣겠나?"

그러자 잔뜩 주눅이 든 훈련병이 큰 소리로 다시 대답했다. "알았다니까"

딱딱한 군대식 말투를 조롱하는 오래된 우스갯소리다. 최근에는 병영분위기를 지나치게 무겁게 만든다며 일부 부대에서 '부드러운 말투' 사용하기 캠페인도 벌이고 있지만 '사제어'를 쓴다고 해서 군복을 입으면서 '저당 잡힌' 인권까지 실제 개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군대 내 인권 문제를 다룬 회화, 공예, 일러스트, 비주얼 디자인, 캘리그라피,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 이름하여 '다나까' 전시회가 그 것.

'다'나 '까'로 말을 맺는 군대식 말투를 빗댄 이번 전시회는 군대 내 전반적인 인권정책, 법률, 제도 등을 감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 설립 1주년을 기념해 오는 24일부터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7가 여성미래센터 1층 허스토리 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군인권센터 측은 '다'나 '까'를 붙여서 말을 맺는 "군대의 경직된 언어문화가 인권을 침해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런 의미를 담아 이번 기획전시회 주제를 '다나까'로 정했다"고 밝혔다.

모두 27점이 출품된 작품들은 하나같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군 내 인권유린의 현장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일러스트 '아미옥'은 군대(Army)와 지옥(獄)을 합성한 신조어로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인권침해를 지옥도로 표현했다. 특히 불온서적, 구타가혹행위, 군대 내 성폭력 등으로 고통 받는 군인들을 그리고 있으며, 이들을 보며 피눈물을 흘리는 관음보살상이 인상적이다.

또 다른 일러스트 작품 '인간취급하시오'는 군인은 목줄을 걸고 함부로 끌고 다니는 개도 아니고, 번호표를 달고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나 돼지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남성중심적인 군대 내에서 여군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을 고발한 비주얼 디자인 'Women's at war'도 눈길을 끈다. 치열한 군대 내에서 살아 남기 위한 여성의 몸부림이 마치 전쟁과 같이 느껴졌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사진 작품들은 유방암으로 강제전역 당한 후 복직판결을 받아 퇴임한 육군 헬기 조종사 피우진 중령과 국방부 불온서적 지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출해 파면 및 징계 처분을 받은 지영준, 박지웅, 이환범, 한창완 법무관 등과 군판사 재직 시절 군형법 92조(동성애처벌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고 해병대 성폭력 사건 피해자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한 이경환 변호사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다음달 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국방부 선정 불온서적도 판매한다. 참가 및 행사 문의는 02-733-7119 (군인권센터).


태그:#다나까 전시회, #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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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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