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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암 소원바위 잎에 세워놓은 청동판
▲ 소원바위 사성암 소원바위 잎에 세워놓은 청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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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느 사물을 보면 손을 모으기를 좋아한다. 아마도 세상살이가 요즘처럼 힘들 때는, 그렇게 손을 모으는 것을 자주 할 것만 같다. 답사를 하다가 보면 나처럼 손을 자주 모으는 사람도 드물 것이란 생각이다. 탑을 만나도 손을 모으고, 불상을 만나도 손을 모은다. 그러다가 보니 그동안 손을 모아 간구를 한 세월이 벌써 상당하다.

구례 문천면 죽마리 산 4번지에 소재한 전남 문화재자료 제33호 사성암. 해발 500m의 오산 정상부근에 자리한 사성암은, 네 분의 고승이 이곳에서 수행을 하였다고 하여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 네 분의 고승이 원효, 의상, 도선, 진각스님이었으니, 참으로 이 사성암이 수행에는 좋은 곳이었나 보다.

소원지라 부르는 이 나무패에 소원을 작아 갈어놓았다
▲ 소원목 소원지라 부르는 이 나무패에 소원을 작아 갈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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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다른 소원을 적어 놓았다.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소원바위에서 이렇게 빌면 먼저 하늘에 닿지 않을까?
▲ 소원패 사람마다 다른 소원을 적어 놓았다.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소원바위에서 이렇게 빌면 먼저 하늘에 닿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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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암 꼭대기에 있는 소원바위

사성암에서 명부전으로 오르는 계단을 오르다가 보면 수백 년 묵은 괴목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명부전 들어가는 길을 좌측에 두고, 바위를 돌아서면 앞으로 시야가 트인다. 멀리 지리산이 한 눈에 펼쳐지듯 시야를 가득 채운다. 이 곳 세찬 바람 앞에 우측으로 깎아지른 듯한 바위가 서 있는데, 이 바위가 바로 소원바위이다. 바위 앞에는 나무패에 소원내용을 적어 걸어놓았다.

우리나라에 '소원바위'라는 명칭이 붙은 곳은 많다. 강원도 영월에 있는 선바위산 소원바위, 울진의 소원바위, 삼각산의 소원바위 등은 많은 이야기를 남기면서 명성을 얻은 곳들이다. 그런데 이곳 사성암의 소원바위는 어떤 전설이 기다리고 있을까? 바위 앞에 적힌 안내문을 보면 '뗏목을 팔러 하동으로 내려간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세상을 떠난 아내와, 아내를 잃은 설움에 숨을 거둔 남편의 애절한 사연이 깃든 소원바위(뜀바위)'라고만 적혀있다.

소원바위 위에서 내려다 본 섬진강. 그 강길을 따라 남편은 뗏목을 타고 하동으로 내려가고, 아내는 이곳 소원바위에 올라 날마다 남편을 기다렸을 것이다.
▲ 섬진강 소원바위 위에서 내려다 본 섬진강. 그 강길을 따라 남편은 뗏목을 타고 하동으로 내려가고, 아내는 이곳 소원바위에 올라 날마다 남편을 기다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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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듯한 소원바위. 이 앞에서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부인은 숨을 거두었다
▲ 소원바위 깎아지른 듯한 소원바위. 이 앞에서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부인은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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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기다리다 지친 아내의 슬픈 사연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그 내용이 소원바위 위에 오르면 이해가 간다. 3월 2일 찾아간 사성암. 소원바위에 오르자 저 밑으로 섬진강이 흐르고 있다. 바람이 세차 가만히 있어도 몸이 움직인다. 옛날에 저 곳 섬진강에 뗏목을 띄워, 하동으로 남편이 떠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남편이 오기만을 이곳 사성암 소원바위 앞에서 아내는 날마다 기다렸을 것이다.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올라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부인은, 허기져 쓰러져 그렇게 세상을 떠났나 보다. 그런 것을 알 길 없는 남편은 부인께 줄 선물을 사서 돌아왔으나, 이미 부인은 기다림에 지쳐 세상을 떠난 뒤였다. 남편은 그런 부인을 목매어 찾다가 역시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나 보다. 아마도 그런 애절한 부부의 사연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것은 아닐까?

소원바위를 지나면 이렇게 좁은 바위 틈을 지난다
▲ 바위 길 소원바위를 지나면 이렇게 좁은 바위 틈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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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 의상, 도선, 진각 등 네 분의 고승이 수행을 햇다고 하는 도선굴. 도선글이라고 하기보다는 '사성굴'이라 해야 맞을 듯.
▲ 도선굴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등 네 분의 고승이 수행을 햇다고 하는 도선굴. 도선글이라고 하기보다는 '사성굴'이라 해야 맞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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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한편에는 청동에 소원바위라는 글을 적어 세워놓았다. 그 소원바위를 지나면 한 사람이 겨우 지날 만한 바위틈이 보인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아마도 이렇게 좁은 바위 길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런 수행이 아니었을까?

네 분이 수행을 했다는 도선굴

좁은 바위틈을 지나면 우측으로 굴이 보인다. 머리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이 굴은 안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넓은 공간이 나온다. 한편 바위틈에는 누군가 촛불을 켜 놓았다. '도선굴'이라 이름을 붙인 이 굴이, 바로 원효, 의상, 도선, 진각스님 네 분의 고승이 수행을 한 장소였을 것이다. 앞으로 내다보면 저 멀리 지리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도선굴 안은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참선을 하는가 보다.
▲ 촛불 도선굴 안은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참선을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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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글 안으로 햇볕이 비친다. 바람소리만 들린다.
▲ 굴 도선글 안으로 햇볕이 비친다. 바람소리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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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수행을 했다는 것 자체가 고행이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바람소리와 눈앞에 펼쳐진 지리산의 봉우리들. 그것 밖에는 아무것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이 도선굴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선을 했던 것일까? 도선굴 밖으로 나와 저 멀리 보이는 지리산을 쳐다본다. 바로 옆으로는 정상을 오르는 계단이 있다.

도선굴을 나와 돌아서 내려오다가 다시 만난 소원바위. 미처 빌지 못한 내용이 있어 다시 손을 모은다. 이 땅에서 고통 받는 모든 사람들의 고통이 하루 빨리 가셔지기를 바란다고. 아마도 하늘 가까이에 있는 이 소원바위에서 마음에 든 서원을 한다면, 어느 곳보다도 빨리 하늘을 움직일 수 있지나 않을까? 바람이 등을 밀어 내려가라 재촉한다.


태그:#소원바위, #사성암, #도선굴, #구례, #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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