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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정문 전경
 중앙대학교 정문 전경
ⓒ 중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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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뭐하는 곳인지 몰라도 너무 모른다."

한 중앙대(총장 안국신) 교수의 말이다. 그는 단과대학의 학장까지 지낼 정도로 오랜 기간 중앙대학교에 몸담고 있다. 그는 "다른 기업이 인수한 대학들도 개혁이다, 구조조정이다 하면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우리학교처럼 소란스럽지는 않았다"며 "기업의 수준 차이이기도 하고, 이사장이 대학 학문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후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구조조정 밀어붙인 박범훈 총장 '청와대행'

그의 말대로 지난 2년 반 동안 중앙대에서는 크고 작은 뉴스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구조조정에 따른 내부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 계속됐고, 외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08년 6월 1200여억 원을 투입해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그룹은 박용성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 대학체육회장) 체제 하에서 강도 높은 대학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캠퍼스 이전 추진과 대대적인 학제 개편, 학과와 교수들에 대한 상시적인 평가가 주요 골자였다.

그 과정에서 인문학이 소외되고 학내 민주화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진보 성향의 교수가 해임되기도 했고, 몇몇 학생들은 타워크레인에도 올라가고, 한강대교 위에서도 고공농성을 펼쳤다. 일부 교수들도 학제개편과 교수평가에 반발했다.

그러나 대기업이 인수하면 학교가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학생들의 여론은 그러한 반대의 목소리를 덮을 만큼 높았고, 외부의 비판은 학교 발전을 시기하거나 저해하려는 의도로 치부됐다. 중앙대가 학내외 비판 속에서도 구조조정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사회에 나가 성공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열망이 대학의 다른 가치보다 우선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중앙대의 행보는 현 정부에서 벌어진 일들과 자주 비교됐다. 장덕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3월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지금의 중앙대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현 정부의 축소판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자주 받게 된다"며 "주변에서 아무리 문제를 지적해도 오직 나만이 성공비결을 알고 있다는 메시아적 지도자, 성공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성공지상주의, 자본주의 논리가 안 통하는 곳이 없다는 오만한 시장논리, 소통 따위는 필요 없다는 민주주의에 대한 둔감성 등이 꼭 닮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을 맡았던 박범훈 중앙대 총장이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초청 강연회에서 '풍류를 알면 정치를 잘한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을 맡았던 박범훈 중앙대 총장이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초청 강연회에서 '풍류를 알면 정치를 잘한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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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변화의 중심에는 최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박범훈 전 총장이 있었다. 그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지내고 취임준비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대통령 취임식을 준비하며 언론과 한 수차례 인터뷰에서 "문화정책을 조언하기 위해 대선에 관여했는데 정치를 하려는 것으로 오해받아 고통을 겪었다"라며 "대학총장이 된 것을 일생 최대의 영광으로 알기 때문에 남은 임기(12개월)를 잘 마치고 다시 작곡가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총장은 당시 약속을 지켰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차례 더 총장임기를 더 보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작곡가로 돌아가는 대신 올 2월 청와대로 향했다.

중앙대를 둘러싼 논란의 시작도 그에게서 시작됐다. 박 전 총장은 2009년 2월 한나라당 의원모임인 '국민통합포럼' 등이 공동주최한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초청 강연회에서 강연 중, 무대에 있던 여성 제자를 향해 "이렇게 생긴 토종이 애도 잘 낳고 살림도 잘하는 스타일"이라면서 "사실 감칠맛이 있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발언은 '성희롱 발언'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고, 박 전 총장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사과 메일을 보내야 했다.

학교와 정권에 비판적인 인물은 쳐낸다?

진중권 전 중앙대 겸임교수
 진중권 전 중앙대 겸임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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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이 아니다. 박 전 총장의 성희롱 발언 직후 그에게 '쓴소리'를 내뱉었던 진중권 당시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에게 임용불가 결정이 내려졌다. 진씨는 2003년부터 중앙대에서 강의를 해왔고 2년에 한 번씩 하는 임용계약 연장을 두 차례(2005년, 2007년)나 문제없이 통과했지만 박 전 총장 발언을 비판한 후 임용 계약 연장에 실패했다.

진씨는 박 전 총장의 성희롱 발언을 향해 "공부하는 학생을 조선시대 관기 취급하듯 하는 게 스승으로서 할 짓이냐?"라는 비판의 글을 썼고, 말미에는 "맛이 가셨네요. 자르세요. 잘릴 테니까"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중앙대 측은 "겸직하고 있는 기관이 없어 겸임교수 기준에 맞지 않는다"라고 진씨의 임용불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전까지 강의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진씨가 임용이 되지 않은 것은 정권에 비판적인 진씨를 '손 본'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당시 독어독문학과 교수들도 진씨의 임용연장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수들은 성명서에서 "학교 본부의 이번 결정은 교육적 차원에서 내려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만약 이번 결정이 교육적 차원을 도외시한 채, 정치적 고려 등 교육 외적인 이유에서 내려진 것이라면, 이는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학생의 수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학과의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진씨의 임용불가 사태는 이명박 정부 초기 임기가 남아 있는 공공기관 단체장들을 '전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이유로 강제로 해임하고 교체시킨 것과 비견된다. 또한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들의 사장들을 해임하고 자기 코드에 맞는 인물로 바꿨던 모습과도 닮았다. 

그에 맞서던 언론사 노조위원장이 해직이라는 징계를 받았던 것처럼 진씨의 임용불가에 항의하던 학생들에게도 징계가 내려졌다. 이후 징계가 철회되기는 했지만 그때의 불씨는 계속 남아 학교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억누르는 무기가 돼 버렸다.

4대강 사업처럼 몰아붙인 학과 구조조정

중앙대와 이명박 정부의 닮은 꼴은 학제개편 과정과 교수평가제도 도입에서도 반복됐고, 학생 사찰과 학내 언론 통제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

중앙대의 학과 구조조정은 기존 18개 단과대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와 46개 학과·학부로 통폐합하는 것이다. 이어 10개 단과대학을 다시 인문사회계열, 자연공학계열, 경영경제계열, 의약학계열, 예체능계열 등 5개 개열로 학문단위를 나누게 된다. 여기에 각 계열별로 5명의 부총장을 임명해 자율적인 운영을 맞기는 '책임부총장제' 시행이 구조조정의 최종 단계다.

중앙대 측은 ▲ 대외 경쟁력이 있는 학과 육성 ▲ 유사·중복 학과 통합을 통한 교육 수월성 제고 ▲ 국제 사회가 선호하는 인재 양성을 구조조정의 목표로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대의 기초 학문 학과들을 학부제로 전환하는 것과 어문계열의 명칭변경과 학부제 전환이 쟁점 사안으로 떠올랐다. 자연대의 기초학문 단위는 학과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났지만, 어문계열은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일어일문·중어중문·비교민속학 전공을 '아시아문화학부'로 묶고, 독일어·프랑스어·러시아어 문학을 '유럽문화학부'로 통합시킨 것이다.

관련 학과의 반발은 거셌다. 각 언어별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학부로 묶을 수 없다는 주장과 학부제 시행으로 각 전공의 정원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게다가 교양 필수 과목으로 '회계와 사회'라는 회계학 수업이 개설되자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학생들은 전공과 상관없이 졸업을 위해서 회계학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앞서 소개한 같은 글에서 "기업에서만 필요로 하는 학문을 왜 학생들이 자기 돈 내고 배워야 하는가"라고 맹비난했다. 대학이 "학문적 가치가 아닌 기업에 맞춰진 인재만을 양성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혜화경찰서에서 중앙대 퇴학생 노영수씨가 '사찰행위 규탄 기자회견'중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퍼포먼스 벌이는 중앙대 퇴학생 노영수씨 서울 혜화경찰서에서 중앙대 퇴학생 노영수씨가 '사찰행위 규탄 기자회견'중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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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이사장은 이런 지적에 직접 같은 지면 칼럼으로 맞섰다. 박 이사장은 "인문계든 자연계든 대학 졸업 후 직장을 얻게 되면 처음 부닥치는 것이 현금흐름에 대한 이해"라며 "회계학을 필수교양과목으로 한 것은 학생들의 장래를 위한 하나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사회 진출이 대부분 기업과 연계되지만, 모든 학생의 진로를 똑같다고 여긴다는 점에서 박 이사장의 기업가 성향이 학교운영에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4월 노영수(독문과)씨는 학교 신축공사 현장 타워크레인에 올랐고, 철학과 학생인 김주식, 김창인씨 등이 한강대교 구조물에 올라 시위를 벌였지만 학교도 여론도 움직이지 못했다. 시위 이후 노씨와 김주식씨는 퇴학을, 김창인씨는 무기정학의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곧 법원에 징계 처분에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14일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현재 그의 퇴학 징계에 대한 재심의가 학교 징계위원회에서 진행돼 조만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들의 구호는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중앙대 기업식 구조조정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은 흘러야 한다. 4대강 사업 중단하라'는 반대의 목소리에도 정부가 밀어붙이는 4대강 사업처럼 중앙대의 구조조정도 꿋꿋하게 최종 단계까지 도달했다.

학과·교수 상시적 평가... 일제고사 같은 줄 세우기

학생들이 회계학을 '열공'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 교수들은 일제고사 같은 줄 세우기식 평가에 직면했다. 중앙대는 지난해 4월 소속교수 788명을 S, A, B, C 4등급으로 구분한 평가결과를 공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평가 등급에 따라 연봉을 차등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은 교수들은 모두 28명이었고, A등급은 175명, B등급은 536명, 최하인 C등급은 49명이었다. S와 A등급에 인금 인상과 더불어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B등급에는 인금인상만, C등급은 연봉이 동결되는 체계다.

학교 측은 이 같은 제도로 교수들의 연구논문 발표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논문의 '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평가 기준으로 인해 교수들이 학생 교육보다 실적주의에만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강내희 당시 중앙대 교수협의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교수 평가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방법이 단순한 '논문 수'로 결정 되는 것은 무리"라며 "같은 교수라 해도 학문분야가 다르면 평가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적으로 교수를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수들뿐 아니라 각 전공 학과도 상시적 평가 대상이 됐다. 중앙대는 두산그룹의 인수 이후 기존에 수립돼 있던 'Dragon 2018'라는 중단기 발전계획을 일부 수정해 'CAU 2018'이라는 새로운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CAU 2018'에서는 '특성화 교육단위 집중지원 육성을 위한 상시평가제도'와 각종 대학평가 지표 관리를 위한 '상시평가체제 구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계열별로 '우수', '보통', '미흡' 세 단계로 학과들이 나눠지고 지원 예산을 차등지급 받게 된다. 각 학과 평가에는 학생들의 취업률, 만족도를 비롯해 교수들의 연구 실적과 학교 발전기금 유치액까지 점수가 매겨진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이 수치화 되고 점수화돼, 각 학과별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학교 비판한 학생 '사찰'하고, 교지 지원도 중단하고... 

총장을 조롱한다고 하여 문제가 된 만화. 편집위는 만화 속의 총장 캐릭터가 총장 개인이 아니라 학교 본부의 상징이며, 학교측이 이를 문제삼는 것은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한다.
▲ <위기의 CAU 민주주의> 총장을 조롱한다고 하여 문제가 된 만화. 편집위는 만화 속의 총장 캐릭터가 총장 개인이 아니라 학교 본부의 상징이며, 학교측이 이를 문제삼는 것은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한다.
ⓒ 중앙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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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MBC <PD수첩>을 통해 폭로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이 정국을 뒤흔들었다. 자신의 블로그에 영화 <식코>를 패러디한 영상물 <쥐코>를 올렸다는 이유로 사찰을 당한 김종익씨의 이야기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중앙대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앞서 일방적 구조조정에 맞서 고공시위를 벌인 노영수씨를 학교 측에서 '노영수 관련 동향보고'라는 보고서를 만들 정도로 치밀하게 사찰한 것이다. 노씨가 집회에 나가서 참가자들과 나눈 이야기와 그의 행동이 자세히 기록됐다. 당시 재단 관계자까지 노씨가 참석한 집회에 나간 것으로 밝혀져 두산이 직접 노씨를 감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중앙대 측은 "학생지원처가 관리, 감독 차원에서 한 일"이라며 "재단 관계자가 나간 것은 집회에 학교노조도 참석하기 때문에 총장이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단이 움직였지만 모든 감시 행위가 학교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시와 통제는 학내 언론에게도 가해졌다. 1950년에 창간돼 긴 역사를 가진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는 2009년 발행한 58호가 학교측에 의해 모두 수거되는 수난을 겪었다. 박범훈 당시 총장을 희화한 만평과 두산의 대학 인수를 비판하는 '기업은 대학을 어떻게 접수했나'라는 원고 때문이었다.

중앙대 측이 문제삼은 만화 '위기의 CAU 민주주의'는 학생들의 의사에 관계없이 대규모 학과 구조조정과 등록금 인상, 캠퍼스 이전 등의 현안을 학교 본부가 일방적으로 집행하는 것을 풍자했다. '기업은 대학을 어떻게 접수했나'는 제목의 원고는 학교의 주인이 학생에서 재단으로 넘어 간 상황을 비판한 글이었다.

이러한 비판 여론에 학교 측은 단순히 해당 호를 수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비로 책정된 교지편집부의 2010년 예산을 완전히 삭감해 폐간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갔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학생들의 성금과 자치회비에서 걷힌 예산으로 발행이 가능했다.

그러나 학교는 지난 2월 등록금 고지서에 포함된 교비 예산을 누락시키면서 또 다시 교지 폐간 압력을 넣었다. 최석현 <중앙문화> 편집장은 "학교와 예산에 대한 최종적인 면담을 하고 있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교지는 정상적으로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위는 상승세지만... 상업화 문제 재고해야

중앙대학교 학생 2명이 한강대교 남단 첫번째 아치에 올라 '중앙대 기업식 구조조정 반대'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1시간 가량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중앙대학교 학생 2명이 한강대교 남단 첫번째 아치에 올라 '중앙대 기업식 구조조정 반대'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1시간 가량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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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차례 논란이 있었지만 중앙대는 지난 1월 계열별 5명의 부총장을 임명하는 '책임부총장제'를 결국 시행하면서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경기도 검단과 하남에 새로운 캠퍼스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외하고 구조조정 초기 구상이 모두 이행된 것이다.

박 전 총장이 스스로 물러난 것도 대학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가 어떻게 보면 진정한 '뉴(New) 중앙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혹은 '두산식 중앙대'의 출발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학교의 발전계획 'CAU 2018'에 맞춰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몇 가지 부분에서는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고, 구성원들의 사기가 매우 높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 징계와 언론사 문제 등 소란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학교의 민주적인 운영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현재까지 변화된 수치만 놓고 봤을 때 두산의 중앙대 인수는 성공적으로 보일 수 있다. <중앙일보>가 매해 발표하는 대학평가 종합순위에서 중앙대는 2008년 14위, 2009년 13위, 2010년 12위로 꾸준히 상승했다. 사회 평판도 순위는 2008년 13위, 2009년 10위, 2010년 9위로 높아졌다.

중앙대에 따르면 2007년 62억 원이었던 법인지원금이 2010년에는 850억 원으로 14배 가량 늘었고, 이 가운데 149억 원을 투입해 중앙도서관을 리모델링하기도 했다. 기부금과 장학금 역시 2배가량 늘었다. 대입 경쟁률도 꾸준히 높아져 2010학년도 수시 모집에는 2790명 모집에 9만1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려 2009년 34.38 대 1보다 대폭 상승한 45.76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수치의 변화를 곧 대학의 발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사이 중앙대의 등록금은 학과별 차등책정제도가 도입돼 일부학과는 신입생 등록금이 한 해 18%씩 오르기도 했다. 인문계열이었던 문예창작과가 구조조정으로 인해 예술계열로 바뀌면서 타학과 수준에 맞춰 대폭 상승한 것이다.

대학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과연 '기업형 인재 육성'인지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내부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귀를 기울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결코 지성의 전당인 대학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제니퍼 워시번은 그의 저서 <대학주식회사>(후마니타스)에서 미국 대학들의 사유화와 상업화 경향을 비판하면서 "사회가 대학으로부터 진정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 성찰하고 교육과 학문의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의 중앙대'는 이러한 발언에 귀기울이는 기회를 주고 있다.


태그:#중앙대학교, #중앙대, #노영수, #진중권, #박범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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