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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보다 빠른 속도로 헐레벌떡 뛰어가 담은 모마겐의 일출이다. 아쉬움이 많이 남은 곳이다.
 우사인 볼트보다 빠른 속도로 헐레벌떡 뛰어가 담은 모마겐의 일출이다. 아쉬움이 많이 남은 곳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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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이틀째, 뚜어이슈의 일출을 담기 위해 새벽 5시에 기상해 5시 30분에 출발했다. 환상적인 운해와 여명이 어우러져 다랭이논 물에 비친 물빛을 담기 위해 무거운 몸과 장비를 이끌고 버스에 올라탄다. 짧은 시간에 커다란 대륙의 많은 것을 담아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 일행은 강행군에도 싫은 내색 없이 잘도 움직인다.

뚜어이슈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여 해가 뜨기를 기다리며 삼각대를 펼치고 피사체를 가장 아름답게 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예전에는 가파른 절벽이었는데 우리가 이곳에 갔을 때는 안전하게 계단을 설치하여 군데군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주로 한국 사람과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중국 사진가들도 많이 온다고 한다.

먼저 다녀온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날이 밝아오자 운해가 계곡 다랭이논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오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든다. 가슴이 뛴다. 구름사이로 해가 뜬다. 정적과 함께 셔터 소리만이 어둠을 뚫고 아침을 깨운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나타나는 풍경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풍경은 순간, 빨리 뛰지 않을 거면 말을 하지 마세요"

뚜어이슈의 일출이다. 해가 뜨기 직전 계곡 다랭이 논으로 운해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뚜어이슈의 일출이다. 해가 뜨기 직전 계곡 다랭이 논으로 운해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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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어이슈의 다랭이 논에 운해가 뒤덮인다.
 뚜어이슈의 다랭이 논에 운해가 뒤덮인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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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제전은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산자락자락마다 구름 모양도 다르고 해가 뜨는 위치도 조금씩 다르다. 어제 멋진 운해를 만난 모마겐 근처를 지나는데 붉게 타는 태양이 산 위로 떠오른다. 차를 멈추고 간단한 카메라만 들고 뛰기 시작한다.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뛰어야 합니다. 넘어지기 직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뛰어야 해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우사인 볼트보다 빨리 뛰지 못할 거면 여기서 소나 키우세요."

해가 뜨면서 햇빛이 구름 위에 잔잔히 비추면 구름 위에 붉은 띠를 이루는데 그 찰나에 사진을 찍게 되면 환상적인 작품이 탄생 하는 것을 알고 있는 고수들이 외치는 소리다. 순식간에 해가 뜨기 때문에 일행에게 다그치는 목소리다.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하여 구불구불한 좁은 길을 숨이 턱에 찰 때까지 열심히 뛰었다. 흐르는 물도, 소의 배설물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뛰었건만 벌써 해가 떠 한발짝 늦고 말았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헐레벌떡 뛴 보람도 없이 아쉬움만 남기고 어깨를 늘어뜨리고 돌아오는 일행들 사이에서 누군가 한마디 한다.

농부가 소를 몰아 논을 갈고 있다.
 농부가 소를 몰아 논을 갈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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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녀석 30여 분을 도로에 서서 실례를 하고 있다.
 요 녀석 30여 분을 도로에 서서 실례를 하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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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서 소나 키워야겠습니다. 찍지 못한 사진도 맘껏 찍고~"

모두들 침울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호탕하게 웃으며 아쉬움을 접는다. 이후 얻고자 하는 작품을 담지 못하면 모 코미디 프로에 나오는 "소는 누가 키워? "라는 말로 한번 웃고는 고된 일정을 소화해 나갔다.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오는데 소로 논을 갈고 있는 농부를 만났다. 한국에서는 이제 쉽게 만날 수 없는 풍경이기에 누구랄 것도 없이 다가가 그 광경을 담는다. 일 하는데 방해가 되었나 하는 생각에 일행은 약간의 사례금을 주고 돌아온다.

일하러 가는 여인들도 전통 복장을 하고 있다.
 일하러 가는 여인들도 전통 복장을 하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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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삼륜차다.
 거리 곳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삼륜차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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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워 보이는 짐을 지고도 동네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지나간다.
 무거워 보이는 짐을 지고도 동네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지나간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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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깃줄에 매달려 보수를 하고 있는 광경이 우리나라 60~70년대의 정경을 연상하게 한다. 이곳은 열악한 환경이기에 종종 정전이 되기도 한다.
 전깃줄에 매달려 보수를 하고 있는 광경이 우리나라 60~70년대의 정경을 연상하게 한다. 이곳은 열악한 환경이기에 종종 정전이 되기도 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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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 간간이 마을을 지나치게 되는데 특이할 만한 점은 무거운 짐 같은 것을 대부분 여자들이 지고 다닌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터로 나가는 중에도 전통복장을 하고 있는데 머리에 쓰고 있는 두건이나 장식으로 걸치는 스카프 등도 스스로 만들었다고 한다. 만드는 실력에 따라 부의 상징도 나타내고 시집을 갈 수 있는지도 가늠한다고 한다.

도로가 비좁기 때문에 이동 수단은 대부분 삼륜차다. 그렇지 않으면 빵차라는 것을 타고 다니는데 빵모양처럼 생겨서 빵차라고 부른단다. 구불텅하고 비포장인 도로를 이 빵차는 뒤뚱뒤뚱 하면서도 잘도 달린다.

얽히고설킨 전깃줄에 사람이 매달려 보수하는 모습이 아찔하지만 문제없이 척척 잘 해나가는 모습이 60~70년대 우리네와 흡사하다. 흥미로운 풍경은 도로 가장자리에서 소가 오줌을 싸고 있는데 근 30분은 족히 그자세로 볼 일을 보고 있다. 새벽 댓바람에 멋진 풍경을 담겠다고 헐레벌떡 뛰었던 우리들을 조롱이라도 하는 듯 소가 여유를 부리고 있다.

멍핀에 도착하자 버스 앞 문을 막고 서로 가방을 옮겨 주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간신히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생활력이 강한 여성들이다.
 멍핀에 도착하자 버스 앞 문을 막고 서로 가방을 옮겨 주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간신히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생활력이 강한 여성들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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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핀에 해가 지기 시작하자 심장의 핏줄 같은 다랭이논에도 다양한 물빛이 든다.
 멍핀에 해가 지기 시작하자 심장의 핏줄 같은 다랭이논에도 다양한 물빛이 든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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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핀 다랭이논에 해가 지기 시작하자 노을빛에 반사된  논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멍핀 다랭이논에 해가 지기 시작하자 노을빛에 반사된 논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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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핀으로 가는 길, 다랭이논에 고인물이 빛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끝없이 펼쳐지는 계단식 다랭이논에서는 소와 농부가 일을 하고 있다. 웅장함 속에 아주 작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풍경은 여유를 느끼게 한다. 갈 길이 바쁜 일행은 일몰을 담기위해 목적지로 향한다.

현장에 도착하자 짐을 옮겨주는 포터들이 차의 입구를 가로막고 서로 짐을 들어다 주겠다고 아우성이다. 서로 언쟁을 높이며 싸우는 것이 억척스럽고 생활력 강한 여성들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지역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도 되고 그동안 지친 몸도 달랠 겸 가이드와 상의한 뒤 간신히 버스에서 내려 카메라 가방을 맡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한다.

멍핀 다랭이논이 황금빛으로 빛난다.
 멍핀 다랭이논이 황금빛으로 빛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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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과연 인간의 힘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잠깐 동안 숨이 멎는다. 높은 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인간 심장의 실핏줄 같은 형상을 한 다랭이논이 아스라하게 펼쳐진다. 이곳에서 흔히 봤던 풍경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심장과 연결된 계단의 논에 빛이 들어오고 위치에 따라 색색이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날씨가 화창하고 구름 모양이 다양하면 노을에 비친 다랭이논이 훨씬 멋있을 텐데 그렇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멍핀의 일몰 빛은 생각했던 것보다 부족했지만 웅장한 광경에 압도되어 영원히 기억 속에 남아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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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뚜어이수운해, #모마겐, #멍핀, #빵차, #하니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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