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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이번에는 KBS가 아주 전방위적으로 출근하듯 의원님들을 찾아다닌 모양입디다. 보좌관들도 싹 만나고 다니고. 그런다고 민주당 의원님들이 뭐 영향을 받겄습니까마는, 저는 비겁하게 얘기하지는 않겄습니다. 수신료 인상해야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장병완(59) 의원의 말이다. 지난 10일 국회 문방위에 상정된 'KBS 수신료 인상 승인안'을 두고 언론·시민단체의 비판이 거세다. 기존 2500원에서 1000원을 인상한 3500원 인상 승인안이 상정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이번 2월 국회 회기 안에 'KBS 수신료 인상 승인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는데, 돌연 한나라당의 요구를 들어준 까닭이 무엇이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

 

'수신료 인상 승인안' 상정에 KBS는 '환영' 논평

 

마침 KBS는 국회 문방위에서 이 안이 상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환영 입장을 밝혔다. KBS는 "수신료 비중이 전체 재원의 40%에 그치고 오히려 광고를 비롯한 상업적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어려웠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KBS는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처럼 선진 공영방송의 모습을 갖추려면 궁극적으로 광고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국민 부담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수신료를 소폭 인상하고 광고는 유지하기로 한 KBS 이사회의 결정 배경을 밝히면서 이번 국회 상정이 "품격높은 청정방송이 되기 위한 논의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KBS 수신료 인상안이 상정되면 통과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다는 분석을 내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상 KBS는 수신료 인상을 기정사실화 한 것으로 보인다.

 

김인규 KBS 사장 또한 지난 2월 1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KBS이사회에서 의결한)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이 흡족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이번 1000원 인상이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존재하게 하는 의미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떤 뜻으로 한나라당과 KBS의 입장에 응한 것일까.

 

김재윤 간사 "수신료 인상 승인 문제 논의조차 못하는 건가"

 

국회 문방위 민주당 간사 김재윤 의원은 "수신료 인상 승인안을 상정조차 안 하는 것은 국회가 공론의 장이 되어 국민과 함께 수신료 인상 문제에 대해 논의해보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는 KBS 수신료 문제를 그대로 두기보다는 공영방송의 위상을 갖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수렴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민주당이 KBS 수신료 인상에 동의해준 적은 없다"며 "4월 국회에서 국민들이 정말 KBS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올리는 것이고, 그 반대라면 올리지 못하는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한나라당도 현재 조중동이 KBS 광고폐지를 주장하는 등 'KBS 수신료 인상'에 국민적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관철될 문제는 아니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기존의 입장을 바꿔 2월 국회에서 'KBS 수신료 인상 승인안' 상정에 동의한 것은 KBS의 전방위 압박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KBS 직원들이 수신료 인상 정책에 동원됐다는 의혹인 것이다.

 

최종원 민주당 의원은 "KBS 직원들이 수신료 인상을 압박한 적은 없지만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며 "늘 찾아와 하는 얘기가 30년간 수신료를 못 올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한탄했지만 그때마다 나를 합리적으로 설득해보라고 말하며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의원은 "KBS가 자꾸 수신료를 인상해달라고 하지만 현재 물가가 20%나 치솟은 상황에서 단돈 1000원일지라도 국민들에게 부담이 되는 일을 민주당이 해서야 되겠느냐"며 "지난해 KBS는 흑자를 냈고 낙하산 사장이 계속 공정성에 어긋나는 방송을 하는 한 동의해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장선 민주당 의원도 "주로 KBS 기자들이 국회의원회관으로 찾아와서 이번에 상정되는 것이냐, 안 되는 것이냐 묻고 논의는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 정도로 얘기를 나눈 적은 있다"며 "우선 우리는 한나라당과 합의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에 4월 국회에서 얘기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의원은 또 "한나라당도 무리하게 KBS 수신료 인상안을 관철하려고 하지 못할 것"이라며 "무리하게 이를 올리려 할 때 역풍을 맞지 않겠느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반대로 장병완 의원은 "KBS가 사회교육방송 등을 통해 국가기능을 대신 한다"며 "기능만 맡기고 재정은 주지 않는 것은 건전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폭과 시기를 고려해서 적당하게 수신료 인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으로 공정성 시비를 논란으로 삼아 KBS 수신료 인상의 발목을 잡는 관행은 정치적으로 청산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최종원 의원은 "솔직히 참여정부 때도 KBS엔 낙하산 사장이 간 게 아니냐"며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민주당이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고, 민주당이 집권하면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모양새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단체들 "민주당 2009년 언론법 강행처리 잊으셨나요?"

 

이 가운데 언론시민단체들은 10일 'KBS 수신료 인상 승인안'이 상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방위 안건 상정을 규탄했다.

 

KBS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2월 임시국회 기간동안 KBS 수신료 인상 승인안의 문방위 상정을 반대한다던 민주당이 입장을 뒤집고 여당의 상정 요구를 받아줬다"며 "안건 상정에 앞서 진행되는 대체토론조차 없었다"고 개탄했다.

 

이어 이들은 "민주당이 '여야가 수신료 인상안을 일방처리 하지 않고 합의처리 하는데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을 무슨 성과라도 되는양 강조하는데 한나라당과 KBS, 조·중·동에게는 수신료 인상안의 문방위 상정 자체가 성과"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범국민행동은 지난 2009년 1월 여야가 언론법 합의처리에 약속했지만 그 해 7월 여당이 언론법을 강행처리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제 한나라당은 형식적인 논의 절차를 밟는 척하면서 적기를 노리다가 다수의 힘으로 인상안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민주당 의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한나라당의 구상을 모를 리 없을텐데도, 이토록 선선히 여당의 상정 요구를 들어주고 '여론수렴 절차', '신중한 처리' 운운하고 있으니 그 배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KBS의 압박이 무서웠던 것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태그:#KBS 수신료 인상, #국회 문방위, #김재윤, #최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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