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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15일 현재까지 제 1원전의 1, 2, 3, 4호기가 폭발한 상태이며 이로 인한 방사선량이 2호기와 3호기의 사이에서 30밀리시버트, 3호기 부근에서 400밀리시버트, 4호기 부근에서 100밀리시버트가 검출됐다고 한다.

이 수치는 원전 노동자의 연간 선량한도(20밀리시버트)를 많게는 20배 초과하는 것. 따라서 현재 후쿠시마 원전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노동자와 공무원, 자위대군인의 안전이 매우 우려된다. 자칫 잘못하면 방사선 과다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녹색연합은 현재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와 관련해 간과되고 있거나 언급되지 않고 있는 몇 가지 문제,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냉각문제, 후쿠시마 원전 관리감독문제, MOX 연료(우라늄과 플루토늄의 혼합 산화물)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특히 4호기 폭발과정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가 있는 건물 5층 지붕에 손상이 확인됐다는(<요미우리 신문> 등)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결국,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의 문제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미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지만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일본 정부가 사태를 진정국면으로 이끌어나가길 바랄 뿐이다. 우리 정부도 더 이상 바람의 방향이나 발생한 방사선량의 미비를 이유로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국민 행동 지침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잊힌 시한폭탄, 후쿠시마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각) 일본 후쿠시마현 니혼마츠에 있는 후쿠시마 성평등센터 복합단지에 방사선 피폭 가능성이 있는 후타바 코세이 병원 환자들이 들것에 실려오고 있다.
▲ 방사선 피폭 우려 환자들 긴급 이송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각) 일본 후쿠시마현 니혼마츠에 있는 후쿠시마 성평등센터 복합단지에 방사선 피폭 가능성이 있는 후타바 코세이 병원 환자들이 들것에 실려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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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는 비록 원전 연료로 수명을 종료했다 하더라도 핵분열에 따른 열이 발생하기에 원자로 노심에서 꺼내어진 후 수십 년간 냉각 보관해야 한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역시 냉각수를 정기적으로 냉각시키고 순환시키기 위해 전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비상디젤발전기들이 손상된 이후, 냉각수가 정기적으로 공급되고 있는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일본 도쿄전력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10년 3월 현재 후쿠시마 제 1원전에는 '사용후핵연료'가 각 원자로 격납건물 내 저장수조와 각각의 별도 건물 내 건식 캐스크와 공동 저장수조 등에 나뉘어 저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식 캐스크는 별도의 냉각장치가 필요없는 공냉방식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보이며, 공동 저장수조를 보호하는 건물 역시 쓰나미로부터 특별한 피해를 받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각 원자로 격납 건물내 담겨진 총 600톤(U-ton) 가까운 '사용후핵연료'는 커다란 위험에 노출돼 있다. 만약 '사용후핵연료'들이 제 1원전 6호기의 원자로 격납건물에 균등하게 배분돼 있다고 가정하자. 지금까지 총 3기의 원자로 격납건물이 붕괴(1, 3, 4호기)됐으므로 약 300톤의 사용후핵연료를 담은 저장수조가 외부 공기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2호기의 외부 격납건물은 붕괴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06년 미국 하원의회의 요청에 따라 작성된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의 안전성에 관한 보고서(Safety & Security of Commercial Spent Nuclear Fuel Storage: Public Report)>를 보자. 여기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의 냉각에 실패할 경우, 약 100시간(약 4일)이 지나면 지르코늄 피복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보고서는 사용후핵연료 피복관이 발화할 경우 사용후핵연료 내에 있던 각종 방사성물질이 화염과 함께 대기중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기 때문에 이미 격납건물이 붕괴된 원전의 경우 대형 방사선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 안전성 은폐 시도

13일 일본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에서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현장 인근서 대피한 이들이 방사선 노출 여부를 검사받고 있다.
 13일 일본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에서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현장 인근서 대피한 이들이 방사선 노출 여부를 검사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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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일본에서는, 이번에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1, 2, 3, 4호기를 포함한 도쿄전력이 보유한 17기 원전의 안전성 검사가 축소·은폐 조작됐다는 사실이 폭로된 바 있다. 2002년 8월 29일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원(NISA)은 도쿄전력이 자발적 안전성 검사보고서를 조작하였으며, 수년간 이러한 사실을 은폐해왔다고 발표했다.

원자력안전원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안전성검사 기록을 조작하였으며, 17기 원전중 13기에서 원자로 용기상부(reactor vessel shroud)에서 발생한 균열을 은폐하였다고 발표했다. 공동조사 결과, 핵연료안내구조물·제트펌프·노심계측기 등 도쿄전력 원전의 원자로압력용기의 각 부위 안전성 검사과정에서 29건의 조작사례가 있었다는 점이 밝혀진 것.

은폐의 구체적 사례는 핵연료안내구조물의 균열, 냉각재 재순환 배관시스템의 문제, 격납용기의 누설률 조작 등이다. 이에 따라 다른 전기사업자들에 대한 조사 요구가 일본 내에 팽배했다. 원자력안전원의 요청에 의해 각 전기사업자들이 유사한 문제들에 대한 각자의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들은 오직 과거 3년치의 자발적 검사기록만을 담고 있었다. 원자력안전원은 3년 이전에 벌어진 자발적 검사기록 또는 검사회사들에 의한 시험기록, 주기적 검사결과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수의 정보원에 따르면 당시 통상산업성이 전력회사들에게 안전사고 사례들을 은폐하라고 지침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안전원은 오직 도쿄전력만을 문제삼았을 뿐, 통상산업성 자체의 부조리행위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 도쿄전력 스캔들은 빙산의 일각만을 보여준 것이다. 일본 원전과 관련한 전력회사와 관료간의 유착·부조리에 대해서는 거의 밝혀진 바가 없다. 또한 원자력안전원은 규제의 실패가 도쿄전력 스캔들의 주요원인임에도, 오히려 원전 안전규제를 완화해왔다(출처: 일본 시민원자력정보실, "끝없는 원전손상 은폐사례들의 폭로" ).

혹시 이같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 안전성 은폐 시도와 원자력안전원의 부실한 관리 감독이 오늘의 참사를 불러온 것은 아닌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이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도 1999년 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의 울진 1호기 불법 용접 증언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미 1993년과 1994년에 걸쳐 영광 원자력발전소의 3, 4호기 불법용접 배관이 확인돼 건설 기간 중 교체됐다는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멈추고,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는 반핵운동단체의 주장은 철저히 무시됐다. 

뿐만 아니라 2002년 울진 4호기에서 발생한 증기발생기 세관파단사고는 증기발생기의 재질인 인코넬(Inconel)-600의 결함 때문이라는 것이 당시 반핵운동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단순 고장으로 넘어갔다.

평상시에는 사소한 차이가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만약 이웃 일본처럼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사소한 차이가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해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녹색연합 윤기돈 사무처장 입니다.



태그:#후쿠시마 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도쿄전력, #MOX 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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