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아침에 바람 불고 비가 왔습니다. 노화도에서 머물고 있는 나는 아침 일찍 노화도에서 배를 타고 당사도로 갈 예정이었으나 날씨가 좋지 않아 떠나지 못했습니다.
오후가 되자 날이 개고 바람도 잦아들었습니다. 카메라를 메고 이 섬과 다리로 이어진 보길도로 향했습니다. 세연정으로 가는 길에 어디 먼 곳으로 떠난 시인의 집에 들렀습니다.
시인 없는 집에 매화가 저홀로 활짝 피었습니다.
비 개인 끝에 꽃망울에 달려있는 물방울이 시인을 닮은 것 처럼 맑고 투명합니다.
바로 옆에 있는 세연정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세연정은 이제 막 돋기 시작한 버들잎이 봄이 성큼 왔음을 알려주고 습니다.
이렇게 꽃이 피고 잎이 피고 있는 중에도 꽃이 떨어지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동백꽃이 처연하게 지고 있습니다. 제몸을 통채로 던지듯 지는 동백꽃이 물 위에 떠서 흘러가고 있습니다. 봄날이 왔다가 떠나 가듯이 말입니다. 보길도는 동백나무가 참 많은 섬입니다.
세연정에서 동천석실로 향했습니다. 동천석실 오르는 길 역시 동백숲을 입니다. 동천석실에서 낙서제를 바라봅니다. 과연 부용동이라는 이름처럼 지형이 연꽃 모양입니다.
산 아래 굽어보이는 밭에는 이미 녹색의 봄이 펼쳐져 있습니다.
동천석실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또 찔레가 잎을 피우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일주일전에 노화도에 있는 이차산(해발 417m)에서 야생화인 산자고와 노루귀를 만났을때는 봄이 이렇게 성큼 다가왔는지 몰랐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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