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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대지진>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2호기
 <日대지진>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2호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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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피폭 위험이 높은 후쿠시마 지역에서 일본 정부가 6일부터 예정된 입학식을 그대로 추진하려는 가운데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안전에 대해 우려하며 입학식을 연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4월부터 새학기가 시작되는데 문부과학성은 지난 3월 25일 각 현의 주지사와 교육위원회에 입학식 등의 학교행사에 대해 "탄력적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문부과학성은 '동북지방 태평양해 지진 발생에 따른 교육과정 편성상의 유의사항에 대해'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입학식 등 학교행사에 대해서는 각 학교와 교육위원회의 판단에 따라서 그 시기를 정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재해지역의 학교 교육위원회에서는 학생과 학교, 그리고 지역의 형편을 고려하여, 당초 예정했던 일정을 변경하는 일을 포함하여 탄력적인 대응으로 배려해 달라"라고 전달했다.

이어 2일 문부과학성은 "권고에 따라 입학식을 연기하거나 중지한 학교는 65개 대학교와 3개 고등학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또 114개 대학은 각각 4월과 5월 중으로 개강을 연기했다.

하지만 원전 사고 수습의 전망이 불분명한데다 방사능 오염이 가장 심각하다고 확인되는 후쿠시마현 일부 초·중교가 입학식과 수업을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 주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문부과학성의 권고에도, 초·중교 교육과정을 관할하는 후쿠시마현 교육위원회가 예정된 일정을 추진하려 하기 때문.

'핵과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후쿠시마 회의(이하 후쿠시마 회의, 재난 복구활동을 위해 자발적으로 구성된 주민들의 모임)'는 입학식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발표 이후 타지역으로 대피했던 학생들이 급히 돌아오고 있다고 지난달 31일 전했다. 후쿠시마 학부모들의 상당수는 정부 대피명령 지역이 아니더라도 초등학생이나 미취학 자녀를 다른 지역으로 대피시킨 상태다.

성인에 비해 방사선 인체영향 취약한 아이들 때문에 '걱정'

(대지진 이후 3월14일 상향조정) 부분 오염제거 13,000~100,000cpm / 전신 오염제거 100,000cpm
▲ 후쿠시마현 방사선 검사기준 (대지진 이후 3월14일 상향조정) 부분 오염제거 13,000~100,000cpm / 전신 오염제거 100,000cpm
ⓒ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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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느낀 후쿠시마 회의는 직접 방사선 측정에 나섰다. 후쿠시마 회의는 3월 29일과 30일 후쿠시마시와 가와마타군에 있는 7개 초등학교에서 방사선을 측정했다(방사선을 측청한 7개 학교는 일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긴급조사'로 선택한 곳이다). 이 두 지역은 대피명령과 실내거주 권고가 내려진 원전 반경 30km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거리에 있다. 측정은 휴대용 방사선 계측기로 지면에서 10~20cm 거리를 두고 이뤄졌다. 일본에서는 시민들이 휴대용 계측기로 직접 방사선을 측정하는 방식이 꽤 일반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틀 동안의 간단한 측정 하고 난 뒤 학부모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오염지역 범위가 넓어져 현재 아이들이 있는 환경도 안전하지 않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 학교의 배수로에서는 최대 1만 3000cpm이 기록되기도 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제시한 기준 이하였지만, 아이들이 성인에 비해 방사선에 있어 더 취약하다는 사실을 염두하면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주민들 입장이다.

방사능 오염도를 나타내는 단위 'cpm'은 1분당 측정되는 방사선수(count per minute)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오염물질에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일본 정부의 인체 방사선 오염제거 기준을 보면, 10만cpm 이상일 경우 전신 오염제거를, 1만3000cpm 이상이면 부분 오염제거를 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는 대지진 직후인 3월 14일 부분 방사선 오염제거 기준을 6000cpm에서 1만3000cpm으로 대폭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후쿠시마현에 따르면, 이는 문부과학성의 추천을 받은 방사선 전문가의 의견을 근거로 결정됐다고 한다. 이들을 근거로 보면 결국 후쿠시마현 한 학교 배수로에서 기록한 1만 3000cpm이란 수치는 지진 발생 전 일본 정부가 기준으로 제시한 오염제거 기준 6000cpm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측정값은 학교와 장소마다 심한 편차를 보였다. 후쿠시마 회의는 편차에 대해 "방사성물질이 땅에 떨어진 뒤에 이동하다가 특정 지역에 더 많이 축적되는 '방사선 웅덩이(radiation pool)' 현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방사선 웅덩이'는 고농도의 방사선을 내게 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저마다 다양한 행동 유형을 나타내기 때문에 전반적인 오염도가 낮더라도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피해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공기나 토양의 방사성 물질에 의한 외부 피폭 이외에 아이들은 내부 피폭에 더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피부에 미세상처가 있거나 손가락으로 입이나 코를 만지는 경우 외부 방사성 물질이 몸 속으로 흡입돼 내부피폭을 일으키게 된다. 손을 씻지 않은 채 음식을 먹거나 머리카락에 붙어 있던 방사성 먼지를 털어내 다시 흡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후쿠시마 회의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지난달 31일 후쿠시마현 주지사와 교육위원회에 공개서한을 전달하며 "방사선 오염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자체가 조급하게 입학식을 진행한다면 유감스러운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라면서 즉각적인 정밀 조사를 실행하고 특히 원전 반경 30km 권역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입학식을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후쿠시마현 교육위원회(교육위원회는 초·중교를 관할하는 기관)는 학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5일부터 3일간 초·중교 등의 대기 중 방사선량을 측정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후쿠시마현으로부터 대피령이 내려진 원전 20km 바깥 지역에 있는 1428개의 초·중교, 유치원, 보육원 등이다.

피난소로 변한 학교, 졸업식도 진행 못하고

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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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재 원전 반경 20km에 내려진 일본 정부의 대피명령 지역을 더 확장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3월 18일부터 26일까지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25~58km 내에 있는 토양 시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원전에서 40km 떨어진 이타테 마을에서 대피명령 기준을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원전에서 20~30km 떨어진 지역에 대해 실내거주와 '자발적 대피'만을 권고하고 있다. 후쿠시마시는 원전으로부터 60km 정도 떨어져 있고 가와마타군은 더 가깝다. 일본의 시민단체들은 방사성 물질의 실제 확산 정도에 따라 대피지역 범위를 조속히 재조정해서 확대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애초 3월로 예정됐던 졸업식을 이재민들과 함께 체육관에서 진행했고 일부 학교는 졸업식을 진행하지 못해 교사가 직접 학생을 찾아가 졸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지언씨는 서울환경운동연합 일본원전사고비상대책위원회 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블로그에도 중복게재 했습니다.



태그:#원전, #방사선, #학교,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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