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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 길곡면 요강마을 앞 낙동강 물가. 적조현상으로 불과 30cm깊이의 물 속도 보이지 않는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 요강마을 앞 낙동강 물가. 적조현상으로 불과 30cm깊이의 물 속도 보이지 않는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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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창녕군 '요강마을'(우강리) 어부는 최근 들어 누치, 모래무지, 민물새우 등의 어획량이 예년에 비해 2~3배 증가했다고 제보해 왔다. 특히 강바닥의 깨끗한 모래에서 사는 모래무지가 많이 잡히며 다슬기도 눈에 띄었다고 한다. 자화자찬 오해를 받을지라도 이런 소식은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차윤정 4대강 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이 보수 인터넷언론에 기고한 '잡냄새 없어진 매운탕, 우리도 놀랐다'는 글 가운데 일부 내용이다. 그는 마치 4대강 사업이 물을 맑게 하고 물고기들이 많이 늘어나게 한 것처럼 주장했으나,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기자가 지난 5일 차 부본부장이 언급한 경남 창녕군 요강마을을 찾아 낙동강 물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적조현상으로 인해 불과 20cm 깊이의 강바닥도 전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모래무지는커녕 다슬기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강가에는 폐사한 민물조개의 껍질만이 널려 있었다.

"강이 오염돼 민물고기도 먹지 않는다"

경남 창녕군 도천면 우강2리에 있는 민물고기 횟집. 이 집 주인은 낙동강 물고기는 아예 먹지 못해 3년째 장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군 도천면 우강2리에 있는 민물고기 횟집. 이 집 주인은 낙동강 물고기는 아예 먹지 못해 3년째 장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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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들 역시 "강에 다슬기가 살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재첩과 민물조개 등이 더러 있었는데 지금은 그나마도 찾아볼 수 없다"며 "강이 오염돼 민물고기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강2리에서 민물횟집을 해왔다는 한 주민도 "지금 낙동강에서 나는 민물고기는 전혀 먹지 못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먹을까 겁이 난다"며 3년째 장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경철 습지보전국장은 "이런 물 속에서 모래무지가 살고 다슬기가 있다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도저히 생명이 살 수 없는 오염된 물"이라고 말했다.

이 동네에서 고기를 잡는다는 어부 정아무개씨도 "강바닥을 파내고 강폭을 넓혀 물이 많아져서 고기가 더 많이 잡히는 것일 뿐 물이 더 맑아져서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이 많아지니 어종도 좀 더 다양해진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차윤정 부본부장이 글에서 "잡은 물고기 매운탕에서는 기름냄새, 비누냄새 등의 잡냄새가 없어졌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다"라고 언급한 데 대해 정씨는 "4대강 사업 때문에 고기의 잡냄새가 없어진 건 아니다, 예전에도 냄새는 없었다"라며 "예전에는 물이 맑았는데 요즘은 좀 탁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폐수만 내려오지 않으면 전혀 냄새가 안 난다"고 덧붙였다.

동네 어부가 낙동강에서 잡은 잉어 몇 마리가 탁한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이 어부는 강에 물이 많아지니 물고기의 수도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동네 어부가 낙동강에서 잡은 잉어 몇 마리가 탁한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이 어부는 강에 물이 많아지니 물고기의 수도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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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깨끗해 모래무지가 산다는 건 어불성설...직접 와봐라"

현장을 찾은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정수근 생태보존국장도 "깨끗한 물 속에 사는 모래무지가 이런 물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설령 모래무지 몇 마리가 잡혔다 하더라도 그것을 가지고 많이 산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직접 와서 보고 그런 소릴 하라"고 말했다.

차윤정 부본부장이 "공사소음으로 위협을 받았던 새들은 곧 반복되는 학습을 통해 공사차량의 소음이 그들의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음을 깨달을 것이며 무엇보다 늘어나는 물고기 수에 더욱 현혹될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경북대학교 생물학과 박희천 교수는 이에 대해 "그 지역에 수십 년 간 찾아온 새들이라면 다시 찾아올 수는 있지만 그 수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사람도 아닌 조류가 스스로 깨닫고 찾겠느냐"고 조소했다.

요강마을의 낙동강. 강건너의 모래를 퍼내자 이번에는 반대편에 모래섬이 생겼다. 마을 주민은 강의 모래를 퍼내니 물길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요강마을의 낙동강. 강건너의 모래를 퍼내자 이번에는 반대편에 모래섬이 생겼다. 마을 주민은 강의 모래를 퍼내니 물길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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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물의 오염으로 녹조류가 많아지고 썩어가는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물이 맑아졌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의 강이 아니라 이제는 똥물이 흐르는 강이 됐다"고 한탄했다.

요강마을 앞 낙동강 가의 돌멩이를 뒤집으니 죽은 조개껍질만이 붙어 있을 뿐 살아있는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다.
 요강마을 앞 낙동강 가의 돌멩이를 뒤집으니 죽은 조개껍질만이 붙어 있을 뿐 살아있는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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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낙동강, #요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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