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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수하리 남강로 옆에 나 있는 수로. 문화재 안내판이 보인다.
▲ 수로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수하리 남강로 옆에 나 있는 수로. 문화재 안내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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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4대강이 몸살을 앓는다. 물길을 정리한다, 수질을 개선한다고 하는 4대강 사업에, 종교단체들까지 본격적으로 나서서 반대를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보. 보는 대체 무엇일까?

10일 강원도 속초에 일이 있어 들렀다가 원주로 돌아오는 길은 일부러 국도를 택했다. 아무래도 일요일의 고속도로는 많이 막히기 때문이다. 오는 길에 홍천군 내촌면에 있는 '물걸리사지'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큰길로 나서지 않고 일부러 서석면으로 가는 좁은 길로 들어섰다.

도로를 따라가다보니 '남강로'라는 도로 이름이 보인다.  옆으로는 맑은 내촌천이 흐르고 있다. 완연한 봄 날씨다. 바쁠 것이 없어 주변 경치를 구경하며 좁은 2차선 도로를 따라가다보니 좌측 암벽 밑에 문화재 안내판이 서 있다.

좁은 물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수로 가득 맑은 물이 흐른다.
▲ 수로 좁은 물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수로 가득 맑은 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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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수로를 넘쳐 흐른다.
▲ 수로 물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수로를 넘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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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의 보와 수로를 만나다

안내판을 보니 '홍천 동창보 수로 및 암각명'이란 이름과 함께, 강원도기념물 제65호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행정구역상 위치는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수하리 마을이다. 문화재 안내판 앞으로 수로가 나 있다. 너비는 1m 정도에 깊이는 두 자 정도나 될까? 맑은 물은 수로를 넘치듯 흘러가고 있다. 이 물이 어디로 가는 것일까?

수로는 조금씩 형태를 달리한다. 시멘트로 둑을 쌓은 곳이 있는가 하면 돌로 한편에 축대를 쌓은 곳도 있다. 그저 골을 따라 물길을 흐르는가 하면, 넘쳐서 다시 내촌천으로 흘러들기도 한다. 내촌천의 물을 막아 '동창보'를 만들고, 그 한편에 수로를 내어 2km를 물길을 낸 것이다.

이 수로는 1800년대에 조성했다고 하니, 벌써 200년이 지났다. 그동안 보수를 잘한 듯 망가진 곳이 없다. 수로에는 맑은 물이 가득 흐르고 있다. 산밑을 구비구비 돌아 물길이 흘러간다. 이 물은 내촌면 물걸리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암벽에는 '보주 김군보'라고 새겨져 있다. 이 보와 수로가 김군보 개인의 것이라는 말이다.
▲ 암각명 암벽에는 '보주 김군보'라고 새겨져 있다. 이 보와 수로가 김군보 개인의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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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에 물이 많아지면 넘쳐 흘러 내촌천으로 들어간다.
▲ 물길 수로에 물이 많아지면 넘쳐 흘러 내촌천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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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로는 서석면 수하리 동창보에서 시작하여, 내촌면 물걸리까지 2km를 흐른다. 큰 내를 보로 막고 그곳에서부터 수로를 내어 물을 끌어다가 농사를 짓던,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농경문화의 모습이다. 보란 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물길을 막는 시설이다. 보는 자연스럽게 물이 넘치도록 조성한다. 그래서 보를 막아도 물은 항상 넘쳐 흐르기 때문에 오염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보를 막고 그 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전주(田主)'나 '전호(佃戶)'들이 공동으로 하던 일이다. 전주나 전호가 경비를 내어 보와 수로를 만들고 그것을 공동으로 관리를 하면서 필요한 용수를 공급한 것이다. 그러나 이 동창보와 수로는 공동으로 관리하던 것이 아니다.

수로를 넘쳐 흐른 물은 다시 내촌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 내촌천 수로를 넘쳐 흐른 물은 다시 내촌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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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는 여러 모습으로 지형에 맞게 만들어졌다.
▲ 물길 수로는 여러 모습으로 지형에 맞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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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벗어나지 않는 생명의 보

문화재 안내판이 서 있는 곳의 옆에는 깎아지른 암벽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보주 김군보(洑主 金君甫)'라고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즉, 이 보와 수로는 김군보라는 개인의 재산이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공을 들여 이렇게 보와 수로를 개설해, 이웃의 많은 농사꾼들이 그 물을 이용할 수 있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이 동창보는 한말 이후에는 김승종이라는 사람이 관리했다고 한다. 그리고 농사철이 되어 수로를 개수할 때는 산신과 지신에게 제사를 모셨다고 한다.

멀리 동창보가 보인다. 그곳에서부터 내촌면 물걸리까지 수로가 이어진다.
▲ 보와 수로 멀리 동창보가 보인다. 그곳에서부터 내촌면 물걸리까지 수로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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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를 따라 길을 걸어본다. 저만큼 보가 보인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을분이신 듯 물어본다.

"그것은 무엇하려고 찍나?"
"예, 신문에 올리려구요."
"그 보와 수로가 우리에겐 생명이지."
"이 수로가 있어 농사짓기가 수월하셨겠어요?"
"그렇다마다. 수로와 보는 자연을 살찌우고 인간들을 배부르게 만드는 것이지."

어르신의 말씀대로 이 보와 수로는 자연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남는 물은 다시 내촌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저 농사를 짓기 위한 수리시설이지만, 그 보와 수로가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곳에는 생명이 살아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태그:#동창보, #수로, #김군보, #강원도 기념물, #홍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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