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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죽왕면 오봉리에 집성촌으로 구성이 된 왕곡마을
▲ 왕곡마을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에 집성촌으로 구성이 된 왕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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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 7번 국도를 이용해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을 향해 가다 보면, 우측에 '왕곡마을'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고성군 죽왕면 송지호 뒤편에 위치한 왕곡마을은 오봉1리의 옛 명칭이다. 14세기경 강릉 함씨, 강릉 최씨가 용궁 김씨와 함께 집성촌을 형성하고 있는 마을이다.

왕곡마을은 고려 말 두문동 72인 중의 한 분인 함부열(咸傅烈)이 조선왕조 건국에 반대하여 간성에 은거한데서 연유되었다. 그 후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후 150여 년에 걸쳐 형성된 마을이다. 왕곡리에는 함씨, 최씨, 진씨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밖에 이씨, 박씨, 김씨, 한씨, 윤씨 등이 살고 있다. 현대문화의 범람에도 변하지 않은 옛 모습 그대로의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왕곡마을을 둘러보았다.

왕곡마을의 굴뚝은 담장에 붙여서 조성한다. 바람이 강해 버팀이 없는 굴뚝은 넘어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 굴뚝 왕곡마을의 굴뚝은 담장에 붙여서 조성한다. 바람이 강해 버팀이 없는 굴뚝은 넘어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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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를 길게 빼 담장에 붙인 굴뚝
▲ 굴뚝 연도를 길게 빼 담장에 붙인 굴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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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조성된 왕곡마을

지난 10일(일), 왕곡마을을 찾았다. 날씨가 좋아 답사에 제격이다. 왕곡마을에는 19세기를 전후해 지어진 북방식 전통한옥 21채가 있다.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옛 모습을 지켜오는 밀집된 전통한옥마을이다. 이 마을은 마을을 둘러쌓고 있는 5개의 봉우리로 인해, 6.25 한국동란 때에도 한 번도 폭격을 당하지 않았다.

왕곡마을의 가옥구조는 안방과 사랑방, 마루와 부엌을 20~30평 규모로 한 건물 내에 수용하고 있다. 이 마을에는 유난히 기와집들이 많다. 이 집들은 모두 강원도 북부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양통집이다. 또한 부엌의 앞에 외양간을 덧붙여, 겨울이 긴 추운지방의 기온을 버틸 수 있도록 꾸며진 집들이다. 왕곡마을은 동해안의 수려한 자연을 가까이 하고 있으며, 주변을 산이 둘러쳐진 병풍 안에 자리한 마을이기도 하다.

굴뚝 위에 올린 항아리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 굴뚝 굴뚝 위에 올린 항아리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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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곳은 굴뚝 위에 세 개의 항아리를 올려놓았다
▲ 항아리 많은 곳은 굴뚝 위에 세 개의 항아리를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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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위에 올린 항아리 무엇이지?

이렇게 왕곡마을에 기와집이 많은 이유는, 인접하고 있는 구성리에 기와를 굽는 곳이 있어서라고 한다. 그런데 왕곡마을을 돌다가 보면 두 가지 이상한 것이 있다. 첫째는 담장에 낸 굴뚝이다. 마을의 집집마다 굴뚝이 서 있는데, 그 굴뚝을 담장에 붙여서 조성을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굴뚝 위에 올려놓은 항아리들이다. 왜 이렇게 항아리를 담장에 붙여 조성한 굴뚝 위에 올려놓은 것일까? 고성군의 설명으로는 특별한 이유없이 예부터 전해오는 풍습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마을에는 우물이 없는데 그런 이유도 마을의 형성된 모습이 배처럼 생겨, 우물을 파면 마을이 망한다는 전설 때문이라고 한다.

즉 우물을 파는 것은 배에 바닥에 구멍을 내는 격이라 배가 침몰하듯,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전해지는 이야기를 들으면, 왜 굴뚝 위에 항아리를 올린 것인지 그 이유를 알만하다.

왕곡마을의 굴뚝은 기와를 이용해 단단하게 올린다
▲ 굴뚝 왕곡마을의 굴뚝은 기와를 이용해 단단하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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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곡마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굴뚝의 모습이 이채롭다
▲ 굴뚝 왕곡마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굴뚝의 모습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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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의 용도는 물을 가두어 두는 것

마을에 우물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물이 귀하다는 뜻이다. 물론 동네를 가로질러 흐르는 작은 내가 있지만, 여름철에는 그 물만 갖고는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는 물의 양을 대기에는 부족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굴뚝 위에 올린 항아리는 빗물을 모으기 위한 것이었을 수가 있다.

하필이면 왜 굴뚝 위에 올렸을까? 왕곡마을의 굴뚝은 담장에 붙여서 조성하기 때문에 굴뚝 위가 상당히 넓은 편이다. 2~4월에 부는 바람이 워낙 강해 지탱할 것이 없는 굴뚝은 넘어가기 일쑤다. 그렇기에 기와와 돌을 이용해 조성한 담장에 굴뚝을 놓고, 그 위에 빗물받이 항아리를 올려놓은 것은 아니었을까?

또 한 가지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주술적 사고일수도 있다. 즉 우물이 없는 왕곡마을에서 만일 불이라도 난다면, 불을 끌 수 있는 물이 부족할 것이다. 굴뚝은 불을 때서 연기가 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그 위에 물을 얹어 사전에 화재의 예방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봄날 찾아간 고성 왕곡마을. 마을에 돌면서 만난 항아리를 올린 굴뚝을 보는 것이 흥미롭다. 그 이유야 어떻든 좋은 소재 하나를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태그:#왕곡마을, #고성, #중요민속문화재, #굴뚝 ,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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