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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나, 죽지 않았어" 유승준, 中 영화 10일 만에 6천만 '대박'>(스포츠서울닷컴) 제목의 기사 때문이다. 이 기사에는 "중국 소후닷컴 등 주요 외신들은 유승준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경한2>가 지난 1일 개봉된 뒤 10일 만에 6천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돼 있는데, 해도 너무 한다.

그런데, 줄줄이 '유승준' 기사가 뜨고 있다. 포털은 해외연예 톱 기사로 재빨리 배치했다. 이 뉴스들 제목만 보면 유승준은 '대박'이다.

<유승준 주연 中영화 '경한2' 개봉 10일째 6천만 관객 50억 수입 '잭팟'>(뉴스엔)
<유승준, 中서 배우로 입지..'경한2' 흥행>(스타뉴스)
<유승준, 中영화 '경한2'로 흥행배우, 6000만명 동원>(이데일리)
<유승준 중국서 영화배우 '우뚝', '경한2' 개봉10일 만에 50억원 대박>(TV리포트)
<유승준, 악역 맡은 中 영화 10일 만에 6천만 관객 달성>(매일경제)
<유승준, 中 영화 '경한2' 대박행진 '6천만 관객동원'>(티브이데일리)
<유승준, 중국 영화배우로 뿌리내렸다>(뉴시스) 
<유승준 주연 영화 '경한2' 개봉 10일째 6천만 관객 50억 수입 올려>(아주경제)

하지만, 이 제목은 기본적으로 말도 안 된다. '6천만 관객 50억 수입'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관객이 공짜로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고 '6천만'이나 봤다면 50억 수입'에 그치지 않는다. 단위가 한국 돈 '원'인지 중국 돈 '위안'인지도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다. 한국 매체들은 모두 헷갈렸다.

중국 영화산업 특성을 몰라서 벌어진 해프닝

<다음> 해외연예면 캡처
 <다음> 해외연예면 캡처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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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헷갈린, 무책임한 오보는 중국 영화산업의 특성을 몰라서 벌어진 해프닝인 듯하다. 중국영화산업의 계산법은 우리나라 계산법과 다르다. 우리는 관객수를 기준으로 하지만 중국은 퍄오팡(票房), 즉 관객입장수입, 돈(RMB)을 기준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니까, '6천만'은 관객수가 아니라 관객입장수입이다. 정확하게 '6천만 위안(RMB)'인 것이다. 우리 돈으로 100억 원가량 된다. 

이를 중국 방식대로 계산하면 대충 '1백만 관객' 정도가 영화를 봤다고 생각하면 무난할 것이다. 그런데 이걸 60배나 뻥튀기한 것이 됐다. 중국 13억 인구에 대한 선입견도 버려야 한다. 앞으로 스크린이 더 많아지고 영화 관객이 늘어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나마, <유승준 中서는 잘나가네, 새 영화 대박>(마이데일리) 기사 등은 '6천만'이라는 관객이야기를 뺐다. 맨 처음 '유승준' 기사를 내보낸 <경향신문> 등도 '6천만'이라는 내용은 쓰지 않았다. 시간 순으로 보면 <스포츠서울>부터 잘못된 듯하다. 그 이후 줄줄이 낚였다. 뉴스 패턴도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중국 영화산업의 스크린 장악력이 가장 큰 중국영화집단(中影)이 <경한2>를 배급하고 있다. 그만큼 관객동원에 유리하다. 그럼에도 지난 주 관객동원 5위에 그쳤다. 당연히 '잭팟'이라고 할 정도는 못 된다. 현재 중국대륙에서는 <단신남녀(单身男女)>가 최고의 '잭팟'이다. <경한2>보다 더 인기 있는 영화가 많다.

유승준, 중국에서 '나 죽지 않았다'라고 소리칠 정도는 아니다

공신력 있는 <중국영화보>의 지난 주(4월4일~10일)의 흥행순위표이다. <단신남녀>가 주간1위이고 <경한2>는 중잉(중국영화집단)이 배급하고 있음에도 5위를 달리고 있다. 누계도 2,120만이다. 이후 3천만(50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발표됐다.
 공신력 있는 <중국영화보>의 지난 주(4월4일~10일)의 흥행순위표이다. <단신남녀>가 주간1위이고 <경한2>는 중잉(중국영화집단)이 배급하고 있음에도 5위를 달리고 있다. 누계도 2,120만이다. 이후 3천만(50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발표됐다.
ⓒ 중국영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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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중국영화 흥행순위를 발표하는 <중국영화보>에 따르면 지난주(4월 4일~10일) <경한2>는 약 40만 명이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준보다는 포청천에도 등장했던 대만배우 자오언쥔(焦恩俊)과 류화(刘烨), 그리고 미스인터내셔널 장즈린(张梓琳)의 인기에 덕을 봤다는 평가가 더 많다. 보도에서처럼 '악역으로 어울린다'거나 '엄청나게 노력해 몸을 가꿨다'하는 것은 그냥 '하는 소리'이자 영화마케팅에 가깝다. 중국 영화산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청룽(成龙) 사단에 합류했다는 과분한 프리미엄이다. 그러니, 중국에서 '나 죽지 않았다'라고 소리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간만에 유승준이 한국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떴는데 미안하기도 하다. 정말 가수로나 배우로나 중국에서 성공한다면 좋겠다. 군대 문제는 과거지만 그의 선택이 중국에서는 미래이니 부디 분발하기 바란다. 가짜 '6천만'이 아닌 진정한 6천만 관객 앞에 서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13억과의대화 www.youy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중국영화, #유승준, #경한2, #한국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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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품취재를 통해 중국전문기자및 작가로 활동하며 중국 역사문화, 한류 및 중국대중문화 등 취재. 블로그 <13억과의 대화> 운영, 중국문화 입문서 『13억 인과의 대화』 (2014.7), 중국민중의 항쟁기록 『민,란』 (2015.11)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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