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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학생총회가 한창 진행중이던 덕성여자대학교에 (이하 덕성여대)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뉴스에서나 보았던 여대생의 삭발이 눈 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김수림 총학생회장과 김초은 부총학생회장이 학생들 앞에서 머리를 밀기 시작했다. 한올 한올 떨어지는 그녀들의 머리카락을 보며 학생총회에 참가했던 800여 학생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졌다.

 

꽃 피는 춘삼월, 여느 여대생과 다를 바 없이 예쁜 옷을 좋아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들은 왜 머리를 밀 수밖에 없었을까? 그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지난달 30일에 열렸던 덕성여대 학생총회는 853명의 재학생들의 참석으로 성사되었다. 그곳에서 논의됐던 내용들은 ▲ 비리 구재단 복귀 반대 ▲등록금 인하 ▲학생 요구안 실현 이었다. 총회에 참석했던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총회 참석을 호소하기도 했고, 학교의 안이한 대응방식에 비판을 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논의에 나섰다. 총회의 분위기는 이러한 학생들의 참여로 더욱 무르익었다.

 

그리고 김수림 총학생회장과 김초은 부총학생회장이 세 가지 사안을 꼭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삭발을 단행했다.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의 삭발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총회 장소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삭발이 진행하는 동안 모인 학생들이 너무 많아 준비한 의자가 부족할 정도였다.

 

그렇게 덕성여대의 학생총회는 성공적으로 성사되었다. 총회가 끝난 뒤에도 학생들은 학교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행정동 앞으로 모였다. 하지만 지은희 총장은 이 날 행방이 묘연했고, 기획처장은 이미 자리를 비운 후 였다. 학교의 이러한 태도에 화가 난 학생들은 트위터, 페이스 북을 통해 의견을 표출했고, 덕성여대의 상황은 빠른 속도로 다른 이들에게 알려졌다. 총회가 끝난 뒤, 학생회는 천막농성에 돌입하였다. 그리고 농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덕성여대는 올해 등록금을 전체적으로 3%를 인상했고, 약학대 신입생의 경우 18% 차등 인상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등록금 동결 및 3%이하 인상을 이야기할 정도로 현재 대한민국 서민들의 경제사정은 녹록지 않다.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이 동결 혹은 2.9% 인상으로 조정했다. 또한, 일부 대학은 자진해서 등록금을 인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덕성여대는 등록기간에 앞서 5% 인상이라고 걸어놓은 후에 학생들이 반발하자 3%로 인상률을 조정했다. 그러나 약학대 신입생의 등록금 18% 인상에 관해서는 재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천막 농성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학교의 이러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

 

학교는 왜 등록금을 올리려고 하는가

 

서명운동부터 학생총회, 천막농성까지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열기는 뜨거운 것에 반해 학교는 여전히 어떠한 공식적인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등록금을 인상하고자 하는 것일까?

 

덕성여대는 2009년, 2010년 두 차례 등록금을 동결했다. 지난 2년간의 (등록금) 동결이 학교를 가난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그들의 주된 이유이다. 때문에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2009년에도 그리고 2010년에도 돈이 남았다. 더구나 덕성여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결산 기준으로 70%가 넘는다. 이것은 무엇은 의미하는 것일까? 즉, 학교의 적립금은 쓰지 않은 채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을 가지고 1년 살림살이를 꾸렸는데도 돈은 줄지 않고 불어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등록금은 어디로 갔을까? 모두 재단의 적립금이 되었다. 2010년의 경우 10억을 적립금으로 환원했다. 휴대폰 요금제에서도 이월요금제가 있다. 그러나 학교는 잔액을 이월해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줄 생각보다는 재단 불리기에 급급한 것이다. 현재 덕성학원의 재단 적립금은 1210억 원으로 전국대학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이런 대학이 과연 돈이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믿어야 하는걸까? 또한, 지난 2년간 동결된 등록금을 가지고 재단 적립금을 마련할 정도로 사업 수완이 좋은 대학이 갑작스레 돈이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일까.

 

학교가 주장하는 등록금 인상의 두 번째 이유는 싼 등록금이다. 덕성여대는 현재 인문 사회계열은 315만 3천 원, 자연계열은 378만2천 원, 정보미디어계열은 437만1천 원, 약학계열은 신입생의 경우 508만 8천 원, 재학생의 경우 444만 1천 원, 예술계열은 441만 5천 원의 등록금을 내고 있다. 예술계열의 경우 등록금 외에도 실습비 명목으로 100여만 원을 따로 걷고 있다. 물론 타대학에 비해 덕성여대의 등록금이 조금 쌀 수는 있다. 그러나 적게는 3백만 원, 많게는 500만 원의 등록금을 내면서 그만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것은 여느 대학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3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은 여전히 쉽게 마련할 수 있는 정도의 돈은 아니므로 가계부담이 줄어들지 않는 문제는 여전하다.

 

2009년부터 2010년에 걸쳐 체육관인 하나누리관이 신축되었다. 그리고 2011년에 들어서는 약학관을 신축하고 있다. 때문에 학교는 1년 내내 공사장이다. 학교에서는 하나누리관과 약학관 신축은 학생들을 위해 짓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 시설물 개보수 및 신축에 학생들의 등록금을 사용하지 말라고 돼 있다. 그러나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처벌기준은 없다. 결국, 학교 시설물의 소유권은 재단에게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소유하는 사람들이 건물을 짓기 위해 돈을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만약 학생들의 등록금을 건물 신축에 사용한다면 학생들에게도 최소한 벽돌 한 장의 소유권이라도 나눠주는 것이 맞다. 이렇게 지어진 하나누리관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  하나누리관은 너무 고급스러운 바닥 재질 때문에 함부로 운동을 할 수 없는 체육관이 되었다. 이곳에서 체육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5800명 중에 10%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하나누리관 옆에 조그맣게 딸려있는 라온센터에서 휘트니스센터를 이용한다.

 

약학관 신축도 말이 많다. 이미 약학대 동문회에서 약학관 신축을 위해 따로 기금을 마련하면서 공사기금 마련에 보태고 있고 그동안 쌓아놓은 건축기금은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신축과 실습비, 약품구매를 이유로 약학대 신입생들의 경우 18%나 인상된 등록금을 내야했다. 이에 약학대 학생회가 반발하자 학교에서는 재학생들의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아니니 상관하지 말라는 식의 답변을 취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인상된 등록금만큼의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커리큘럼에서 실습과목이 더 충원되지도 않았으며, 약품이 달라진 것도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을까?

 

그녀들의 등록금 분투기, 삭발은 했지만...

 

학교 임직원들의 월급이 올랐다. 약학관은 지금도 계속 공사를 하고 있다. 과 별로 지급되던 답사 지원비와 학생지원비는 깎였다. 과 비품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되지 않았다. 학생들이 내야 하는 비용은 올라갔는데 학생들이 받아야 할 권리는 더 줄어들었다. 학교는 여전히 돈이 많고, 학생들은 여전히 돈이 없다.

 

"천막? 계속해! 행정동 점거? 해봐 한번! 등록금은 안 내릴 거니까!"

 

천막농성에 들어가고 얼마 안 돼서 만난 총장이 총학생회와의 만남에서 한 말이다. 구재단이 학교에서 쫓겨난 뒤에 구성원들의 투표 하에 당선된 총장이었다. 그만큼 기대도 컸고,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그에게 비치는 학생들은 어떤 모습일까? 두드리면 쏟아져 나오는 돈통으로 보이는 것은 아닐까? 당장의 이익에 앞서 학생들을 져버리려는 그를 과연 덕성여대 학생들의 베스트 파트너로 세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의 짧은 머리가 이제는 눈에 익숙해졌다. 천막에 찾아오는 학생들의 숫자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그녀들이 가져다 준 반찬과 쌀은 아직도 풍성하고, 자유게시판은 등록금 인하의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학교의 자세는 변하지 않고 있다. 외부에서는 마치 연례행사인 것 마냥 등록금 투쟁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런데 서명판에 서명하는 학생들의 눈에서, 지나가는 아주머니들의 힘내라고 툭툭 쳐주시는 행동에서, 추운 날씨에도 천막에서 이불을 덮고 자는 학생 대표자들의 모습에서는 믿음이 보였고 희망이 보였다. 그래서 때로는 서명운동을 받기 위해 발품을 팔고 다니고, 학교와 소리 높여 싸우고, 종국에는 삭발까지 단행한다. 어떤 이들은 왜 삭발이라는 극단적인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냐고 눈살을 찌푸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삭발이 시작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전에도 등록금을 인하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 노력은 계속 될 것이다. 삭발은 그 과정 속에서 학생들의 믿음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의 표시였고, 아직 과제를 다 해내지 못한 미안함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선택한 길이었다. 그래서 어느 다른 때 보다 지금 그녀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석자은 덕성여자대학교 총학생회 정책국장입니다. 


태그:#등록금, #덕성여대, #여대생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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