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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명전전 앞 마당에 어둠이 내려앉고 준비되어 있던 등에 불이 밝혀진다.
 창경궁 명전전 앞 마당에 어둠이 내려앉고 준비되어 있던 등에 불이 밝혀진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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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이 길을 걸으면서 뭔가 느껴지는 것 없어? 난 우리 딸이 고운 옷 차려입고 청사초롱 불 밝힌 이길 따라 시집가면 좋겠다. 어디 듬직한 청년이라도 나타나면 좋으련만~ "

과년한 딸과 함께 산책 나온 부부가 푸념 아닌 푸념으로 딸의 결혼을 재촉이라도 하듯 초롱불 밝힌 고궁을 걸으며 담소를 나눈다. 춘당지를 향해 발길을 옮기던 나는 등 뒤에서 나도 모르게 피식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창경궁이 지난 26일부터 오는 5월 1일까지 6일간 야간 개방을 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경복궁 야간개방에 이어 올해부터는 봄·가을 일정 기간 경복궁과·창경궁 야간개방을 확대하기로 하고, 엿새 동안 창경궁을 먼저 개방하게 된 것이다.

지난 28일, 활짝 갠 화창한 날씨, 파란 하늘엔 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비 온 뒤라서인지 조금은 쌀쌀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창경궁은 많은 사람들이 낮부터 찾아와 북적인다.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이곳저곳에서 고궁을 걸으며 가벼운 산책을 하고 있다. 야간개방을 시작했지만 며칠 동안 비가 오락가락하자 그동안 망설이고 찾지 못했던 많은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찾아온 것이다.

귀룽나무는 옛날 궁에서 흔히 식목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귀룽나무는 옛날 궁에서 흔히 식목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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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에 뒤뜰에 있는 청사초롱, 밤이 되면 불이 밝혀진다.
 창경궁에 뒤뜰에 있는 청사초롱, 밤이 되면 불이 밝혀진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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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이곳저곳을 산책하는데 어디선가 향긋한 꽃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귀룽나무에 잔잔하게 피어 있는 꽃에서 나는 향기다. 귀룽나무는 옛날 궁에서 흔히 식목하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인지 창경궁 이곳저곳에는 귀룽나무가 보이는데 요즈음 꽃이 만발해 있다.

춘당지에 도착하자 한창 물오른 버들가지에 연둣빛 이파리가 새초롬이 돋아나 축 늘어져 있고 못 위에서는 잔잔한 바람에도 버들가지가 할랑거린다. 춘당지는 1909년에 조성된 원지다. 두 개의 연못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연못 속의 섬은 1986년에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춘당지를 배경으로 행복한 모습을 담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가족들
 춘당지를 배경으로 행복한 모습을 담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가족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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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춘당지에는 한쌍의 원앙이 햇살 좋은 오후를 즐기고 있다.
 창덕궁 춘당지에는 한쌍의 원앙이 햇살 좋은 오후를 즐기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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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당지 근처에는 고궁과 잘 어울리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행복해 보인다. 아장아장 걷는 남자아이와 2~3살 많아 보이는 여자아이, 깔깔대며 웃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기 짝이 없다. 행복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기록을 남기기 위해 가족 촬영을 나왔다고 한다.

물 위에는 원앙이 유유자적 햇살 좋은 오후를 즐기고 있는데 가족사진을 찍고 있는 단란한 가족들을 바라보며 주위를 맴돈다.

창경궁 명전전 앞마당에는 해가 지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유명연예인 기자회견장을 방불케 하는 카메라와 삼각대, 등 장비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놓은 채 불이 밝혀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창경궁 명전전 앞마당에는 해가 지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유명연예인 기자회견장을 방불케 하는 카메라와 삼각대, 등 장비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놓은 채 불이 밝혀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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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전 앞마당에는 해가 지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유명연예인 기자회견장을 방불케 하는 카메라와 삼각대, 등 장비들이 즐비하게 세워졌다. 담소를 나누며 기다리고 있던 곳에 차츰 어둠이 내려앉고, 준비되어 있던 등에 불이 밝혀지자 사진가와 시민들이 어우러져 가벼운 탄성을 지른다. 시간이 흐르자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들어오기 시작하고 어둠이 내려앉은 고즈넉한 고궁을 등불 따라 걷기 시작한다.

야간 개방은 명정전(국보 226호) 등 수려한 문화재와 봄꽃이 만발한 궁궐의 아름다운 밤 정취를 함께 만끽할 수 있도록 홍화문- 춘당지-명정전에 이르는 주요 동선에 임시조명을 설치하고, 안전요원을 배치하여 오후 10시까지 개방된다. 입장시간은 오후 9시까지고 입장료는 주간과 동일하다.

어둑어둑해지자 춘당지에 청사초롱 불이 밝혀지고 고요한 물빛에 빛이 반사되어 아름답다.
 어둑어둑해지자 춘당지에 청사초롱 불이 밝혀지고 고요한 물빛에 빛이 반사되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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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당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창경궁 관람객들
 춘당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창경궁 관람객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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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관람객 안전과 편의를 도모하고 일시적으로 많은 관람객이 입장할 경우의 혼잡 등을 예방하기 위해 홍화문-춘당지-명정전-명정문-홍화문에 이르는 관람로에 대해서 단일방향 동선을 따라서만 관람할 수 있도록 순로를 지정·운영하고 있다. 동선이 아닌 지역의 출입은 엄격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그동안 창경궁이나 고궁들이 문화재 보호차원에서 밤에는 개방을 하지 않았던 터였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게 된 것이다. 더불어 문화재청은 오는 5월 중순에는 경복궁도 야간 개방할 예정이라고 하며, 향후 봄·가을 관람적기에 한시적인 야간개방을 정례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니 고궁을 찾아올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관람시 주의사항
- 인화물질 반입금지 및 금연
- 음식물(음주), 돗자리 등 반입금지
- 관람동선이 아닌 지역의 출입통제


태그:#창경궁, #명전전, #춘당지, #청사초롱, #원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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