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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가 마산합포구에 있는 돝섬을 새롭게 개발한다고 합니다. 창원시는 돝섬을 지속가능한 해상공원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면서, 안전진단 결과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정된 20년 이상 된 유희시설 7종과 모텔, 콘도 등 건축물을 오는 7월 12일까지 철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시민토론회를 열어 개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마산에는 워낙 시민 휴식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겨우 산책로만 정비해놓고 기존 시설물은 그냥 방치되어 있는 지금 상태에도 하루 평균 150~200명, 주말에는 하루 800여 명이 돝섬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4월 24일, 후배들과 함께 돝섬을 간 날에도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하였고, 마산에 참 갈 곳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건물마다 '철거예정'이라고 붉은 글씨로 쓰여 있었습니다. 창원시는 관리시설과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시설물을 철거하고 해안 산책로 230m에 대해서는 호안정비와 데크난간을 설치하는 공사를 같은 기간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시는 철거과정에서 생기는 소음, 분진을 막기 위해 차단막을 설치하고, 이용객이 많은 주말에는 가급적 공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합니다.

 

 

철거비용만 6억 원... 계획도 없이 일단 뜯어?

 

그런데 문제는 돝섬에 설치된 유희시설과 모텔 콘도 등 건축물을 철거하는 데 무려 6억여 원의 예산이 든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철거잔해 중 고철과 같은 경우는 재활용품으로 분류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건축 폐기물로 분류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아직 새로운 개발계획도 세우지 않았는데, 현재 있는 건물을 철거하는 것이 그렇게 서두를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창원시가 재정자립도가 높고 예산이 넉넉하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시민 세금을 함부로 사용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특히 '녹색창원21' 회원들과 창원시 관계 공무원들이 돝섬 개발 방향을 벤치마킹하기 위하여 강원도 춘천에 있는 남이섬을 다녀왔다고 하면서 이런 계획을 내놓은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위탁운영 업체의 부도로 폐허가 된 남이섬을 오늘날 국제적인 문화생태 관광지로 탈바꿈 시킨 것은 바로 상상력과 재활용입니다. 오늘날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불리는 남이섬을 만든 강우현 사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재생용지로 노트를 만든 '리사이클링' 전문가입니다.

 

남이섬은 섬 곳곳에 방치된 소주병을 모아 타일을 만들고 이슬정원을 꾸몄을 뿐만 아니라 꽃병을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빈 화장품 병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유리병 나무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유리병 나무는 남이섬 입구에서 관광객들을 맞고 있는데, 남이섬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이 유리병 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지은 지 30년이 된 낡은 호텔을 뜯고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을 불러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객실로 바꾸었습니다. 똑같은 방이 하나도 없는 이 호텔은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심지어 송파구에서 폐기물로 버리는 은행나무 잎을 가져다가 남이섬에만 있는 은행나무 숲길을 만들어내고, 가을에는 일부러 낙엽을 태워 사람들에게 낙엽 타는 냄새를 기억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오늘날 남이섬을 있게 한 것은 상상력이 한 축이고, 재활용이 또 다른 한 축입니다.

 

 

벤치마킹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그런데 남이섬을 벤치마킹하겠다고 하면서, 예산을 6억 원이나 들여서 현재 있는 시설물을 '묻지도 않고 따져보지도 않고' 뜯어내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발상일까요?

 

오늘날 도시재생과 재개발에 있어, 있는 시설을 재활용하는 것은 꼭 '돈문제'만은 아닙니다. 환경문제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리사이클링과 리모델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창원시는 오는 5월에 돝섬 개발 방안에 대해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하여 해양관광 및 환경분야 교수와 지역문화예술 전문가, 건축 도시디자인 전문가 그리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열어 본격적인 재정비 계획을 세운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재정비 계획이 세워질 때까지 시설물 철거는 중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창원시가 주최하는 세미나는 돝섬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도 의논해야하겠지만, 지금 있는 시설물을 어떻게 재활용하여 개발할 것인지도 아주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합니다.

 

창원시가 '환경수도'라는 이름을 내세우려면, 현재 있는 시설물과 건축물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도 꼭 없애야 한다면 철거도 하고 새로 짓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됩니다. 남이섬 벤치마킹, 흉내만 내지 말고 제대로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창원시, #돝섬, #재개발, #남이섬,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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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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