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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트리 공작단'을 아시나요?

자발적으로 모인 네티즌들이 궂은일 마다않고 쌍용차 해고노동자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입니다. 그 레몬트리 공작단 행사가 이번 5월 7일 토요일에 평택 시청에서 있었는데 저도 함께 했습니다. '간다, 레알로망 현장캐리커처~!'

마을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전철을 바꿔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도착한 평택시청. 아이들에게 얼굴을 재미있게 그려주려고 왔다는 소개인사를 하자마자 한 아이가 제 얼굴을 그립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어린 동생이 색칠을 해줍니다.(ㅡ,.ㅡ;;)

"화가에요?"
-"만화가에요~"
"만화가라면 무슨 만화 그렸어요?"
-"음~~ 어른들이 보는 신문만화를 그려요~"
"잘 그려요?"

궁금한 것이 많은지 까르르 웃으며 아이들이 질문을 쏟아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일단 그리는 것이지요. 레몬트리 공작단 네티즌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꿈과 장래 희망을 묻고 그려줬습니다.

첫 번째 어린이는 축구선수가 꿈이랍니다. 보통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박지성 선수의 대표팀 번호인 7번을 좋아하는데 의외로 2번이 좋다고 하네요. 다음 어린이는 숏트트랙 선수가 꿈입니다. 축구선수 포즈를 그릴 때 조금씩 나오던 감탄사들이 쇼트트랙 선수를 그리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터져나옵니다. 이제 아이들이 살금살금 다가오기 시작하는 때이지요.

여자 어린이들은 주로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군요. 똘망똘망한 어린 아이라 더 예쁘게 나왔습니다. 이제 감탄사와 더불어 서로 그려달라고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런~ 슈퍼컴퓨터 보유한 기상청 예보와 달리 비가 오고 흐린 날씨는 커녕 봄햇살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마침 점심 시간이라 일단 그늘도 찾을 겸 점심을 먹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 사이 한 아이가 만화캐릭터 졸라맨을 그려서 벽에 붙여놨더군요. 훌륭한 솜씨입니다.

쌍용차 아이들 돕기 네티즌 모임인 '레몬트리공작단'과 함께 평택에 가서 레알로망 캐리커처를 그렸습니다. 아이들 꿈과 장래희망을 함께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 아이들 그림과 아이들 캐리커처 쌍용차 아이들 돕기 네티즌 모임인 '레몬트리공작단'과 함께 평택에 가서 레알로망 캐리커처를 그렸습니다. 아이들 꿈과 장래희망을 함께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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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레몬트리공작단 분들이 준비했습니다. 사진 찍는 분, 아이들과 놀아주는 분, 도시락 준비해 오신 분, 제게 계속 연락해서 안내하시는 분, 함께 이동하는 데 필요한 버스를 운전하신 분 등등. 참 많은 네티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즐겁게 열심히 일을 해주고 있기에 가능한 자리이지요. 이제 점심을 먹기 위해 도시락을 꺼내 자리마다 놓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일들이 캐리커처 그리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심때가 되자 레몬트리 공작단 여러분들이 아이들과 함께 할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점심을 준비중인 레몬트리 공작단 점심때가 되자 레몬트리 공작단 여러분들이 아이들과 함께 할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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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맛나게 먹고나서 그늘 진 곳에 자리잡고 다시 캐리커처를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시작한 여자 어린이의 꿈은 요리사라네요. 이제 제법 줄도 서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레몬트리 공작단이 준비한 다른 프로그램들에 함께 하다가 다시 와서 빨리 그려달라고 조르기도 하구요. 애견 샵 운영을 꿈꾸고, 경찰관이 꿈인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마음에 들었는지 평소와 달리 화가가 꿈이라는 어린이도 그렸습니다. 또 마술가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 앵커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

요리사, 애견샵 운영, 경찰관, 화가, 마술사, 앵커...아이들의 꿈을 담아냅니다.
▲ 쌍용차 아이들 레알로망 캐리커처 요리사, 애견샵 운영, 경찰관, 화가, 마술사, 앵커...아이들의 꿈을 담아냅니다.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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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역시 여자 아이들은  가수가 꿈인 경우가 많네요. 남자 어린이는 소방관이 꿈인 아이들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어린 여자 아이들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커서 뿡뿡이, 뽀로로가 되겠다고 합니다. 이런이런~ 결국 뿡뿡이와 뽀로로 자동차를 탄 모습으로 그려줬습니다.

이번엔 가수, 요리사, 소방관, 뿡뿡이, 뽀로로까지...아이들 꿈을 그렸습니다
▲ 레몬트리 공작단과 함께한 캐리커처 이번엔 가수, 요리사, 소방관, 뿡뿡이, 뽀로로까지...아이들 꿈을 그렸습니다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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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자 어린이는 가수도 아니고 특정해서 '아이돌'이 되고 싶답니다. 머리도 갈색으로 하고 노랑 브릿지도 넣기를 원했습니다. 또다른 여자아이는 가수가 꿈인데 노래를 정말 잘 한답니다. 그래서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지만 쑥쓰러워 하면서 빨리 그림을 그려달라고 합니다. 하,하...

한 남자 아이가 자꾸 다른 아이들에게 양보를 하며 자기는 안 그려도 좋다고 하네요. 웬일인가 싶어 물어봤더니 자기는 중학생이라 어린이만 그리는 자리에 끼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그 마음이 기특해서 특별히 그려주겠다고 했더니 수줍어하며 도망쳤습니다. 얼굴 한 번 보여달라고 부탁에 부탁을 해서 살짝 보여주고 다시 도망간 그 아이의 모습도 그렸습니다. 이크~ 시간에 쫓겨 축구선수가 꿈인 두 어린이들에게 7번을 붙여주지 못했네요. 마지막으로 화가가 꿈이었던 아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물론 제가 부탁에 부탁을 거듭해야 했지요. 이거 뭔가 거꾸로 된 거 같은데요?

아이돌, 가수, 축구선수...아이들 꿈을 그리고 화가가 꿈이라는 아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아, 물론 제가 굽신굽신 부탁을 해서 찍었습니다.^^*
▲ 레몬트리공작단과 함께한 레알로망캐리커처 아이돌, 가수, 축구선수...아이들 꿈을 그리고 화가가 꿈이라는 아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아, 물론 제가 굽신굽신 부탁을 해서 찍었습니다.^^*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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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이들을 그리다보니 어느 덧 헤어질 시간입니다. 마지막 그림을 그리고 나니 쌍용차 노동자가족들과 레몬트리 공작단 여러분들이 수고했다며 박수를 쳐주셔서 잠시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사실 제일 많이 애쓰고 고생한 분들은 레몬트리 공작단 여러분들이지요.
저는 그야말로 '숟가락 하나 더 얹은 것' 뿐인데.

돌아오는 길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든 생각은 정부가 국민들을, 노동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내치기만 하다보니 수많은 네티즌들이 정부가 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쌍용차 노동자들, 재능학습지교사노동자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콜트콜텍 악기 노동자들, 대우중공업 비정규 노동자들, 발레오공조 노동자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장애인들까지.

수많은 노동자들과 약자들이 길거리에서 그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같은 날들이 그들에게 작은 기쁨과 용기를 주고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돌아올 때까지 행복하게 싸울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그날 시간에 쫓겨 미처 못 그린 아이들과 레몬트리 공작단 여러분들도 언제쯤인가 그릴 날이 오겠지요?



태그:#레몬트리공작단,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아이들, #레알로망캐리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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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작은책에 이동슈의 삼삼한 삶 연재. 정신장애인 당사자 인터넷신문 '마인드포스트'에 만평 연재중. 레알로망캐리커처(찐멋인물풍자화),현장크로키. 캐릭터,만화만평,만화교육 중. *문화노동경제에 관심. 현장속 살아있는 창작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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