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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는 방안이 확정된 13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최규성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분산배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는 방안이 확정된 13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최규성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분산배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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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 국민연금관리공단 하나 먹고 떨어지란 말이에요? 우리가 거지입니까."

"전북 혁신도시도 필요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고향으로 다 가져가세요."
"진주가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태어난 곳이라 그러는 겁니까."

첨예한 지역 갈등을 빚어온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문제가 진주 일괄 이전으로 결론 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민주당 전북 지역 의원들의 성토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13일 오후 2시 국토해양부의 LH 본사 이전 방안을 협의하러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온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30여 분 넘게 의원들의 질타를 듣는 수모를 당했다.

민주당은 타 상임위 소속 의원들까지 국토해양위원회 회의장을 찾아 강하게 반발했다. 정종환 장관은 회의장에 들어서자마자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을 비롯해 강기정·신건·이춘석·장세환·정동영 의원에 둘러싸여 "정 장관은 보고할 자격도 없다", "그만두는 장관은 돌아가라"는 맹비난을 들었다.

최규성 의원은 "경남과 전북이 한 번도 협의를 하지도 않았는데 국토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해도 되는 것이냐"며 "이런 안으로는 두 지역이 원수 된다, 망국적인 지역감정만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새 장관이 와서 해야지 그만둘 장관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대통령이 어디 있느냐"며 "곧 물러날 장관에게 이런 십자가를 지우는 대통령도 잔인하다"고 비난했다.

"물러날 사람한테 십자가 지워... 잔인한 대통령"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는 방안이 확정된 13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분산배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로 회의가 무산되자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는 방안이 확정된 13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분산배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로 회의가 무산되자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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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환 의원은 "정 장관이 직접 LH 본사의 분산 배치가 원칙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정부 방침대로 분산 배치를 요구한 전북은 불이익을 받고 일괄 이전을 요구한 경남(진주)은 이익을 얻는 게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던 공정사회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난감한 표정의 정 장관은 의원들의 퇴장 요구가 이어지자 "(국토해양위) 위원장의 지시에 따르겠다"고 짧게 대답한 후 굳게 입을 다물었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지에 나서기도 했다. 김성태 의원은 "회의 참석하러 온 장관을 왜 가라는 것이냐"며 "일단 회의 시작하고 할 말 있으면 발언권을 얻어 하라"고 따졌다. 국토위 한나라당 간사이자 진주가 지역구인 최구식 의원도 "국토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지 정 장관 개인이 한 결정이 아니지 않느냐"고 두둔했다.

하지만 결국 오후 3시 15분경 국토위 전체 회의는 개회도 못 한 채 무산됐고 정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떠났다.

최구식 의원은 "이것으로 LH 이전 방안에 대한 국회 협의 절차는 끝난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로 일괄 이전하게 됐으니 저러는 것"이라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여야 간, 지역 간 갈등 골 깊어질 듯

정부가 LH 본사 이전 문제에 대해 진주에 일괄 이전하고 분산 배치를 원했던 전북에는 국민연금공단 이전 및 세수 보전으로 보상하기로 한 안을 확정함에 따라 지역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북은 분산 이전을 요구하면서 김완주 도지사가 삭발 시위를 벌였고 강력한 대정부 투쟁도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도 분산 이전을 당론으로 정한 바 있어 새 원내사령탑을 막 선출한 여야 간 대립도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민주당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들과 김완주 전북지사는 국토위 회의 무산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 일괄 이전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민심 수습책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역사의 죄인이 된 이명박 정부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청와대가 일괄이전을 추진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이 끝난 후 법을 새로 만들어서라도 진주와 전북의 몫을 재분배하겠다"고 말했다.


태그:#정종환, #LH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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