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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연립정부가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고 대체에너지를 추구하기로 결정했다.

 

<알 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30일(현지 시각)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환경부 장관은 전날 밤부터 집권당인 기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 기사당이 회동한 결과 독일 내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독일 내 원전은 모두 17개. 이 중 1980년 이전에 지어진 7개는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후 가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또한 독일 북부에 있는 크루에멜 원전은 기술적 문제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장관은 이 원전 8개는 재가동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남은 9개 중 6개는 2021년, 가장 최근에 가동을 시작한 3개는 2022년까지만 운영하고 폐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개 숙인 메르켈, 부활한 사민당-녹색당 '원전 폐쇄' 합의

 

메르켈 정부의 이번 결정은 자신들이 공언했던 정책을 8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다. 본래 독일에서는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이끌던 사민당-녹색당 연립정부 시절이던 2000년, 모든 원전을 2021년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었다. 위험하고 폐기물을 처리하기도 곤란한 원자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풍력·조력발전 등 대체에너지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메르켈이 이끄는 우파 연립정부는 지난해 9월 이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가동을 평균 12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메르켈 정부는 대체에너지 기술이 원자력발전소를 대신할 만큼 충분히 발전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원전 가동 연장에 대한 반대 여론이 50%를 넘었고 '정부가 발전회사들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메르켈 정부는 원전 가동 연장 방침을 고수했다.

 

이러한 메르켈 정부가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게 만든 건 3월에 터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였다. 메르켈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3개월간 모든 원전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1980년 이전에 지어진 원전 7개의 가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훨씬 커진 '원전 반대' 여론을 잠재우지 못했다. 독일 곳곳에서 수십만 명이 모여 '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는 집권 여당의 연이은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3월에 치러진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선거에서 기민당은 참패하며 정권을 내줬고, 원전 폐지를 일관성 있게 주장해온 녹색당이 제1여당으로서 녹적 연정을 구성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이 선거 전까지 58년간 기민당이 집권했던 보수 텃밭이었다. 5월 22일 치러진 브레멘 주 선거에서도 기민당은 1959년 이후 최악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사민당과 녹색당에 이어 제3당으로 전락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도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한 이유가 원전 폐쇄 문제 때문임을 자인했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치러진 선거에서 연패한 지 열흘도 안 돼 '원전 가동 연장' 정책을 접은 것이다. '원전 가동 연장' 방침을 고수할 경우, 다음 총선에서 집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발전소는 독일의 전력 공급량 중 22.6%(2009년 기준)를 생산하고 있다.


태그:#원전, #독일, #후쿠시마, #메르켈,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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