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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얻은 지 만 6년이 되어가는 2011년 1월, 재활에 커다란 성취를 얻었지만 정확한 자세로 걷지 못해 내심 초조해져 있었다. 정확한 자세만 찾아  반복운동을 하면 완전한 재활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지만 뒤꿈치를 먼저 디디고  뒤꿈치에서 앞꿈치로  체중을 이동시킨 다음 밀어내는 동작이 완전치 않아 불안한 걸음걸이였다. 아울러 또 하나 개선이 되지 않던 동작은, 무릎을 제대로 들어 올리지 못해 왼다리를 옆으로 빙 돌리게 되는 것이었다. 이는 다른 재활우들도 비슷한 형편으로 겉보기에 장애를 가진 것이 표시가 나지 않을 정도로 회복된 사람들도 거의 예외가 없는 동작이었다.

2010년 10월부터 집 인근의 초등학교 운동장을 30바퀴씩 돌아봐도  영 고쳐지지가 않아 이 자세를 바꾸기 위한 운동을 찾기 위해 틈틈이 인터넷을 검색 해봐도 영 찾을 수가 없어 내심 초조해 있던 참이었다. 2010년의 6.2지방선거를 통해 사회적인 재기를 이루어보려던 시도는 처참한 실패로 끝나고 애써 스스로를 추스르며 공무원 시험 준비에 돌입했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형사재판에 회부되어 재판결과에 따라 공무담임권이 제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에는 공무원 시험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해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학습에 전념하면서 재판은 재판대로 진행해가던 그런 암울한 상황이었다.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방송화면 캡쳐
▲ 손흥민 선수의 자율운동 모습.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방송화면 캡쳐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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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6년여를 매달리면서도 영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해준 손흥민 선수의 운동을 내가 처음 접하게 된 건 그렇게 암울했던 어느 날 모 방송의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란 프로를 통해서였다. 도서관 구내식당을 이용해 점심을 먹고 저녁은 차로 10분 거리인 집에 와서 해결하던 때여서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식사를 하고 있는데 마침 그 프로가 방영되고 있었던 거다. 어린 나이에 독일의 프로축구팀에 진출해 맹 활약하며 세대교체를 앞둔 축구국가대표팀에 선발되어 각광을 받기 시작한 손흥민 선수에 관한 프로로 자신이 축구선수출신으로 유소년 축구팀에서 지도를 하는 부친 손웅정씨가 독일까지 가서 손흥민 선수를 지도하는 모습이 다큐형식으로 방송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기본기 훈련을 손수 시켜 왔다는 손웅정씨는 독일 프로축구로 성장한 아들에게 지금도 체력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손흥민 선수가 하는 개인훈련 중에 벽에 등을 대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하는 것이 올바른 걷기동작이 안되어 고민하던 내 눈에 번쩍 뜨인 것이다. 어린 나이에 유수의 독일 프로축구팀에서 활약하는 손흥민 선수가 오랜 세월 지속하는 운동이라면 그 효과는 탁월할 거라 생각되었고, 오금이 자연스럽게 굽혀지지가 않고 다리를 빙 돌리는 내게 큰 효과가 있을 거란 생각이 전광석화처럼 들었다.

 운동은 탁월한 효과가 있었으나 등이 마찰에 의해 상처가 생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 손흥민 선수의 운동을 해보니 탁월한 효과. 운동은 탁월한 효과가 있었으나 등이 마찰에 의해 상처가 생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 서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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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생각할 것 없이 식사를 끝내자마자 텔레비전에서 본 대로 하기 시작해 아침에 도서관에 나오기 전, 저녁 먹으러 집에 갔을 때, 공부를 마치고 하루에 3회씩 땀 흘리며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운동을 하니 1주일 만에 걷는 자세가 확연히 나아져 운동량을 늘리니 등의 살갗이 벗겨져 쓰라렸다.  운동효과는 탁월해 하기는 해야겠는데 등이 쓰라려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에 사랑하는 아내가 준비해두었던 짐볼(Jim Ball)이 생각났고 짐볼을 등에 대고 하니 생기던 상처 예방은 물론 짐볼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운동효과를 배가시켜 주는 게 아닌가?

 사랑하는 아내가 예전에 준비해둔 짐볼을 사용하니 등의 상처가 예방됨은 물론 운동효과가 배가되었다.
▲ 등의 상처를 방지하려 짐볼을 사용하니 운동효과 배가. 사랑하는 아내가 예전에 준비해둔 짐볼을 사용하니 등의 상처가 예방됨은 물론 운동효과가 배가되었다.
ⓒ 서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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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매일 반복하기를 5개월여, 이제는 왼 다리를 똑바로 내딛을 수 있게 되었고 뒤꿈치부터 디디고 앞꿈치로 체중을 옮겨 앞으로 쭉 미는 동작이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화장실에라도 갈라치면 왼발을 디디는 동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 디디는 동작의 소음이 도서관의 정적을 깨뜨릴 정도라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했던 게, 이제는 조용히 사뿐사뿐 걷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똑바로 걷는 자세가 가능해지면서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부수적인 효과는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말투의 개선·왼손의 기능 향상 등 여러 형태의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장애를 얻고 나서 단추를 채우거나 운동화 끈을 묶는 등의 사소한 일들이 내게는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는데 이 운동을 하면서 눈에 띄게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만 3년의 병원치료를 마치면서 '영구 2급 뇌병변 장애'판정을 받을 때가 생각난다. 처음에 장애진단을 받을 때는 개선 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장애판정이라 생각해 별다른 생각이 안 들었지만 막상'영구장애'판정을 받으니 의학적으로 영구 장애판정을 내린 거란 생각이 들어  당시'영구 2급 장애'판정을 내린 재활병원의 원장님에게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데 왜 영구2급 장애판정을 내리느냐?'고 항변 했었던 것이다.

6년이란 긴 시간 재활에 임하며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영구판정을 내린 장애를 극복하겠다고 혼자서 몸부림 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족을 비롯한 의료진조차 불가하다고 판정을 내린 일을 혼자서 무모하게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 심한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재활에 임하다 보니 무엇인가를 끝없이 보여줘야 했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늘 조급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재활에 전념하며 내가 느끼는 동작의 개선을 주변에서 몰라주면 서운했던  것도 거기에서 유래된 것이라 생각한다.

 짐볼이 수축, 팽창하면서 지탱하는 다리근육에 운동효과를 배가시킨다.
▲ 짐볼이 운동효과 배가 짐볼이 수축, 팽창하면서 지탱하는 다리근육에 운동효과를 배가시킨다.
ⓒ 서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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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재활경험을 나누고자 부산의 K형을 만나러 가기로

교통사고로 '교수형 경추'라는 2번 경추손상을 입고, 3년간의 병원치료를 포함한 6년간의 재활에도 지치지 않고 재활에 임하는 끈기, 의료진 조차 영구장애로 판정을 내렸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재활에 임하는 담대함 등 2005년 사고 후 거쳐 온 과정 하나하나가 나의 하나님의 치밀한 안배에 의한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내 중심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하루 중 20여분 시청하는 텔레비전을 통해 손흥민 선수가 어려서부터 지금껏 하고 있다는 운동을 보게 된 것 부터가 우연은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다.

손흥민 선수의 운동을 응용한 운동을 하며 내 몸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몸의 밸런스 기능이 확연히 좋아져 눈에 띄게 동작이 개선된 것을 들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수확은 그야말로 완전한 재활과 장애극복이 가능하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매진해왔던 2011년 공무원 시험은 서울시를 마지막으로 끝내고 결과를 기다리며 행정안전부, 서울시의 '중증장애인 특별채용'시험만을 남겨두고 있다.

 헤어져 사는 가족들이 모처럼 만나 1박2일의 가족여행을 다녀오며 여유를 가져봤다.
▲ 시험을 마치고 모처럼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헤어져 사는 가족들이 모처럼 만나 1박2일의 가족여행을 다녀오며 여유를 가져봤다.
ⓒ 서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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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시간에 여유가 생겨 헤어져 사는 가족을 데리고 주말여행도 다녀왔고, 다음주말에는 에 기술했던 K형을 만나러 부산에 가기로 했다. 누누이 밝혔듯 6년 전의 내가 겪었던 혼란과 좌절에 빠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그간 재활하며 얻은 값진 경험들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는 게 장애를 가지고 그 힘든 길을 걷게 된 내게 주어진 나의 하나님의 소명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태그:#서치식, #손흥민, #손웅정, #장애의 종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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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2급 장애를 가진 전주시 공무원으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목표로 만18년째 가열찬 재활 중. 이번 휠체어 사이클 국토종단애 이어 장애를 얻고 '무섭고 외로워'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시즌Ⅱ로 필자의 마라톤을 마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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