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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평화롭습니다. 6월은 6.25라는 전쟁과 1차 2차 연평해전으로 기억돼는 비극, 가슴 아픈 날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5월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등 가족을 되돌아보고, 기억하는 날이 있고, 날씨 또한 좋습니다. 6월의 짙은 녹색보다는 5월의 신록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들뜨게 만듭니다. 4월이 잔인한 달이라면, 5월은 아름답고 설레는 달입니다. 시골에서는 본격적인 농사철을 알리고, 제비가 돌아오는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죠.

낙동강의 직선화와 흙탕물. 속도전에 쫒긴 포크레인이 강 한가운데 삽질을 하고 있다. 사문진교는 준설로 낮아진 수위로 교량보호공사가 한창이다.
▲ 구미 해평습지와 대구 화원유원지 사문진교 아래 낙동강의 직선화와 흙탕물. 속도전에 쫒긴 포크레인이 강 한가운데 삽질을 하고 있다. 사문진교는 준설로 낮아진 수위로 교량보호공사가 한창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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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강은 이제 설레지도, 아름답지도, 생동하지도 못합니다. 5월, 만물이 깨어나는 시기에도 강은 성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찍은 낙동강항공 사진을 보고 있자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구비구비 돌던 강이 직선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속상한건 둘째 치고, 갑작스런 강의 변화에 깃들던 물고기는 어디로 갔는지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낙동강에 모래가 사라진 뒤로, 찾아오던 새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2009년 하반기 4대강사업이 시행된 이래 2년 만입니다. 아니, 채 2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강이 변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럽고, 인위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변해버린 강이 낯설어서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하중도와 수변부 대부분이 사라지고 포크레인이 강 한가운데 직접준설을 하고 있다. 오탁방지막으로 수질예방이 가능하다는 정부인데 오탁방지막은 어디에 있나요?
▲ 영강 2010-2011 비교사진 하중도와 수변부 대부분이 사라지고 포크레인이 강 한가운데 직접준설을 하고 있다. 오탁방지막으로 수질예방이 가능하다는 정부인데 오탁방지막은 어디에 있나요?
ⓒ 낙동강살리기부산시민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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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사진뿐만 아니라 5월 한달간 현장조사를 다녀본 결과는 더 처참합니다. 지천과 본류의 높이차로 일어나는 역행침식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4대강유역의 본류와 만나는 지천이란 지천에서는 난리가 아닌, 사단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소의 뿔이 맘에 안 든다고 고치려다 죽인다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교각살우라는 말입니다. 옛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손을 대기 시작한 강은, 원래의 균형을 맞추고자 스스로 제 살을 깎아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교각살우가 아니라 '교각살천'이라는 말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낙동강 감천에 폭포가 나타났습니다. 역행침식으로 감천이 엄청난 폭포가 됐습니다.
▲ 감천의 폭포 낙동강 감천에 폭포가 나타났습니다. 역행침식으로 감천이 엄청난 폭포가 됐습니다.
ⓒ 4대강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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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한달간 현장을 둘러본 박창근 교수는 6월 16일 4대강실태보고 및 진단토론회에서 '안전한 하천(본류)을 더 안전하게, 위험한 하천(지류, 지천)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역행침식의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말합니다.

'토목학의 교과서에 나온다. 역행침식은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과도한 준설을 한 지역에 다시 모래가 쌓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90%의 준설이 완료되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장에는 모래가 다시 쌓이는 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낙동강 병성천에 모래가 다시 쌓이고 있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자연을 거슬러 모래를 퍼낸다고 해도, 자연은 다시 모래를 쌓고 있습니다.
▲ 병성천 모래 재퇴적 낙동강 병성천에 모래가 다시 쌓이고 있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자연을 거슬러 모래를 퍼낸다고 해도, 자연은 다시 모래를 쌓고 있습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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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파워블로거 최병성 목사님은 보를 철거하면 어차피 모래는 돌아오고, 강은 살아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자고 합니다. 물론 그렇게 되고,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민과 4대강의 시민들이 희망의 어깨를 쫙 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5월 한달 동안 완공할 수 없는 4대강 사업임을 확인했습니다. 시작은 있었지만 끝이라는 단어는 없는 사업입니다. 또 정부가 말한 2400억 원이란 숫자는 허황된 숫자임을 확인했습니다. 매년 해야 할 확인할 수 없는 준설량, 4대강 사업으로 바뀔 유속을 계산할 수 없는 현실에서 시작한 4대강사업은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겠습니다. 오염원 중심의 수질오염대책도 4대강 사업으로 10년 후로 퇴보한 상황입니다.
2006년 5월 갈겨니를 투입했던 오간수교 부근 수경시설 수조(2010년 5월 25일 촬영). 정부는 4대강사업 후엔 물고기가 많아 질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청계천과 마찬가지로 물고기를 구입해 방류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생태적 감각이 없는 정부가 생태적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은 농후합니다.
▲ 청계천 오간수교 2006년 5월 갈겨니를 투입했던 오간수교 부근 수경시설 수조(2010년 5월 25일 촬영). 정부는 4대강사업 후엔 물고기가 많아 질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청계천과 마찬가지로 물고기를 구입해 방류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생태적 감각이 없는 정부가 생태적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은 농후합니다.
ⓒ 안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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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복원 후 청계천 5.8km 18억의 세금은, 2010년 약 1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로 변했습니다. 청계천의 사례에서 보듯, 지금은 2400억 원일지 모르나, 앞으로 세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건설물에 대한 유지관리비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여기에는 수자원공사의 4대강사업 참여로 빚지게 된 8조원의 이자보전비용 1조 5천 백억원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4대강사업이 완성될 수 없는 사업이 확실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은 각 강의 댐 건설로 공동체가 파괴될까봐 걱정됩니다. 친수구역특별법으로 개발의 바람이 불어 강이라는 공동체가 무너지게 된다면이란 생각을 자주 합니다. 강 상류 주민이라는 호칭은 이제 각 댐의 호칭으로 바뀌겠지요. 강정댐, 함안댐, 이포댐 인근 주민으로 바뀔 것입니다.

친수구역특별법은 공동체를 파괴하고 공공재인 강의 둔치를 개인의 소유와 부동산의 투기로 만듦으로 강의 주민, 강 상류와 강 하류의 주민들이 아니라 각 댐의 주민들이 되게 만들 것입니다. 친수구역특별법을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올해 5월의 강은 아프고 슬픕니다. 하지만 내년 5월에는 아픈 상처를 보듬고 살펴줘서 상처가 나지 않게 만들어주겠습니다. 4대강사업과 같은 지류지천사업 또한, 생태적 감수성으로 막아내야 겠지요. 미래에는 이성과 상식을 회복해야겠습니다. 내년 5월엔 꼭, 4대강도 복원하고 강의 공동체도 복원하는 길을 만들어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4대강, #역행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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