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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2일'이 6월부터 새롭게 시작합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기존 '찾아가는 편집국' '기사 합평회' 등에 더해 '시민-상근 공동 지역뉴스 파노라마' 기획도 펼쳐집니다. 맛집, 관광지 등은 물론이고 '핫 이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지역의 희로애락을 낱낱이 보여드립니다. 6월 지역투어 첫 행선지는 제주도입니다. 바람 부는 제주는 돌도 많고 여자도 많다는데, 진짜일까요? 여러분이 몰랐던 진짜 제주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편집자말]
제주도의 맛집은 정말 맛이 좋을까?
 제주도의 맛집은 정말 맛이 좋을까?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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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살다 보면 많은 사람이 묻는 게 있다. 바로 맛있는 집을 알려달라는 질문이다. 솔직히 내 손으로 텃밭 일구고 거기서 나는 채소를 먹기 위해 제주로 귀촌했다. 이런 사람이 무슨 돈이 있어 맛집을 찾아다니겠나. 오히려 육지에서 제주도로 관광 오는 사람이 더 맛집을 잘 알고, 그 맛에 대한 평가 또한 냉정한 편이다.

제주도에 지인들이 오면 한 번씩 가줘야 하는 코스 중의 하나가 유명한 맛집이라, 어쩔 수 없이 몇 번 가봤지만 맛집이라 내세우기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나는 맛집 전문 블로거가 아니다. 게다가 리뷰 하나 쓰려해도 마음에 없는 소리는 하지 못하는 체질이다. 어떻게 맛집 이야기를 풀어야 할지 고민인데, 그냥 맛집에 대한 내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보고자 한다. 누군가 악플을 달아도 어쩔 수 없다.

유명한 제주도 '맛집', 솔직히 나는 별로였다

제주도 맛집 이야기 한 번 써보려고 없는 살림에 몇 군데 맛집이라고 알려진 곳에 가봤다.그리고 이웃 맛집 블로거들의 글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육지에서 내려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제주도 맛집은 진짜 맛집인가? 지독히 주관적인 이야길 해보자.

제주도에 와서 먹은 첫 음식은 갈치국이었다.
 제주도에 와서 먹은 첫 음식은 갈치국이었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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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의 아내를 끌고 인천에서 14시간 배를 타고 제주항에 내려 처음 먹은 음식이 갈치국이었다. 그날 먹은 갈치국은 솔직히 서울에서 먹는 해장국과 비교하면 그리 내 입맛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내는 뱃속의 아이를 생각해서인지 맛있게 먹었고, 그 뒤로 서울에서 지인들이 오면 제주도 토속 음식이라고 대접하는 주메뉴가 되었다.

제주에는 제주도만의 음식들이 몇 가지 있다. 고기국수, 갈치국, 족탕 등이 있는데 여기에 덧붙여서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말고기도 있다. 문제는 이런저런 제주도 향토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주 재료는 맛있는데 음식에 조미료를 넣어버려, 싱싱한 제주도 주재료들과 음식 맛을 망치는 경우가 꽤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주도 지인 중의 몇 분은 갈치조림보다는 갈치구이를 일부러 시켜 먹는다. 갈치구이는 조미료가 아닌 단순히 소금간만을 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역 특성상 육지 사람에게는 생소한 맛이 있는데, 이 맛이 관광객들 입맛에는 잘 맞지 않으니 조미료를 넣기 시작했다고 한다.

맛의 평가는 누구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맛이 '있다' '없다' 평가에는 늘 개인의 취향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음식에는 음식 자체의 맛이 있다고 본다. 특히 향토 음식이라고 한다면 그 지방의 음식 문화를 알려주는 맛의 색깔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서울에서 사 먹는 음식이나 제주도 토속음식이나 조미료 맛으로 한결같이 통일돼 있다.

제주와 서울의 맛, '조미료 맛'으로 통일됐습니다

당장 입맛에는 맞지 않는 투박한 음식이라도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찾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지금 손님에게 한 그릇이라도 더 팔겠다고 조미료를 넣으면, 굳이 제주도에 와서 먹을 이유는 없어진다.

어릴 적 할머니가 젓갈 하나에 밥을 드시는 모습을 보고 '저런 이상한 음식을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외쳤던 나지만 지금은 할머니가 고추 송송 썰어 넣고 양재기에 양념을 버무려 비벼주시던 그 밥맛이 너무나 그립다.

제주도 토속음식이라면 제주도에만 가서 먹을 수 있는 맛이 나야 한다. 무늬만 토속음식이 아닌 맛.

제주도에는 주민들이 가는 소규모의 맛집이 많다.
 제주도에는 주민들이 가는 소규모의 맛집이 많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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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에서 '제주도 맛집'을 검색하면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제주에 사는 사람이 가던 식당"이라는 말이다. 필자도 맛집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제주 시내에 사는 이웃 블로거이다. 실제로 이웃 블로거가 소개해주었던 식당은 맛도 좋았고 서비스도 좋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동네 단골식당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특성상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사업과 제주도민을 상대로 하는 사업이 대부분 분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식당도 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 곳은 대개 대단히 크고 넓으며 외곽에 있다. 그리고 메뉴와 입맛도 관광객에 맞춰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동네 식당은 단골 장사라 규모도 작고 테이블도 몇 개 안 되며, 메뉴도 그리 많지 않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필자는 집에서 먹는 밥이 제일 맛있다. 그 다음이 기사 식당처럼 단골이 많은 식당이다. 제주도 직장인들이나 동네 사람들이 가는 조그만 식당들은 지역 입소문에 민감해서 항상 서비스와 음식맛이 좋다.

제주도 맛집은 초기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 많았지만, 요즘은 제주도 사는 사람들이 가는 조그만 식당이 더 맛있다는 소문이 돌아 그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많다. 문제는 이런 식당들이 입소문을 타고 외지에서 손님이 몰리면, 동네 장사하면서 보여주었던 맛과 친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 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시기인지라 몇 명이 맛있다고 온라인에 글을 쓰면 사람들은 귀신같이 찾아내서 맛을 보고 또다시 평가한다. 결국 유명해진 식당이 돈의 유혹에 끌려 이웃에게 맛난 음식을 대접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맛집처럼 변하면, 사람들은 다시 골목 구석에 있는 식당으로 가기 마련이다.

제주도에는 동네 장사를 하면서 입소문 때문에 손님이 몰려도 딱 정해진 양만 파는 식당도 꽤 있다. 그런 식당에는 많은 손님을 받고 많은 돈을 벌기보다는, 단골이 맛나게 먹는 모습을 더 좋아하는 사장들의 철학이 있다.

제주 사람이 많이 간다고 소문난 맛집도 이제는 오히려 관광객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을 꼭 명심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에 가면 종종 낭패를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에 가면 종종 낭패를 볼 수 있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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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맛집을 성수기 때 가면 가관이다. 우선 예약은 필수이고, 가서 기다렸다가 앉자마자 음식이 '초고속'로 나오면, 후다닥 음식 먹고 빨리 일어서야 한다. 괜히 여유 있게 밥 먹는다고 오래(?) 머물면, 횟집 등에서는 종업원들의 사정없는 불친절을 겪어야 한다.

메인 요리는 순식간에 상에 올려놓는 민첩함을 보이지만, 실제 필요한 음식이나 서비스를 요구하면 바빠서 종업원을 부를 틈도 주지 않는다. 빨리 먹고 나가야 종업원의 눈치를 받지 않는다.

제주도에 오는 많은 사람은 대개 여행이 목적이다. 여행은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휴식과 여유를 준다. 그런데 여행을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직장생활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오랜만에 늙으신 부모님께 효도하자고 제주도까지 모시고 와 맛집에서 음식을 대접하려 해도 식당에 앉아 가족끼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가 어렵다. 그저 빨리 먹고 후다닥 일어나야 한다. 대부분의 제주도 맛집에 가면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사람 몰리는 유명 맛집, 불친절을 각오하세요

맛집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할 말 없다. 나는 음식의 맛은 좋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즐겁게 먹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유 있게 오후 5시께 맛집에 가면 그나마 좀 넉넉하게 앉아 있을 수 있지만, 오후 6시가 넘으면 상황은 그게 달라진다.

결혼식 피로연도 아니고,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것도 아닌데, 꼭 이렇게 식사를 해야 할까?

제주에 오는 많은 사람이 진짜 맛있는 식사를 한끼라도 하길 바란다.
 제주에 오는 많은 사람이 진짜 맛있는 식사를 한끼라도 하길 바란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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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보니 제주도 맛집이 나쁘다는 이야기만 한 느낌이다. 하지만 모든 유명맛집이 다 그런 건 아니다. 또, 제주도에는 제주만의 맛과 멋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곳도 많다. 중요한 것은 그런 곳은 방송이나 신문, 그리고 일부 블로거들의 못된 장난질에 놀아나는 맛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제주도만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몇 가지 소개한다.

- 제주도에서 많은 사람이 찾는 올레길에 관련된 먹을거리
전국에 하나뿐,이게 바로 4천 원짜리 올레꾼 도시락

- 제주 동문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제주시장통 먹을거리
제주동문시장 할망빙떡,제주 향토음식 '빙떡'을 아시나요?

제주도 맛집을 검색하는 사람 대부분은 여행을 올 사람이다.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볼거리, 먹을거리, 잠자리다. 그중에서 맛난 음식을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 그리고 친구와 함께 즐기면 더욱 행복한 여행이 될 것이다.  

'제주도 맛집'으로 나오는 인터넷 검색결과를 너무 신뢰할 필요도,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내가 왜 어떤 목적으로 누구와 어떻게 맛집에 가려는지 고민도 하지 않고, 남의 이야기만 따라 맛집에 가는 일을 한 번 쯤은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제주도에 오는 모든 사람이 한 끼의 밥이라도 행복한 웃음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



태그:#제주도, #제주도맛집,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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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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