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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지검장 한상대)이 정당에 가입하여 당비를 냈다는 혐의로 21일 서울에서 244명, 충북에서 68명을 기소하였다고 발표하는 등 1900명의 교사·공무원에 대한 기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이 같은 혐의로 기소된 260여 명의 교사·공무원에게 정당 가입은 전원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을 했음에도 이를 확대한 것에 대해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면서 전교조 교사들과 관련된 사안은 '대규모 조직 사건'으로 확대한 검찰이 여당인 한나라당과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조직적인 한나라당 의원 후원 사건, 법원 무죄 판결

교육상임위 소속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과 김영숙 의원에게 2억에 가까운 정치자금을 후원하기로 조직적으로 결의하고 단체 소속 교사들에게 이를 독려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원(전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 회장)과 돈을 받은 국회의원 보좌관이 지난 4월 무죄를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판결문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최대의 교원단체인 교총 산하 전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이하 유치원연합회)는 2005년 8월 서울에서 전국 임원 및 대의원 정기회의를 열어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과 김영숙 의원 후원회에 회원 1인당 10만 원씩 후원금을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리고는 지역별로 경남(200명), 경북(100명), 경기(600명), 서울(100명), 부산(50명), 대구(100명), 제주(50명), 대전(60명), 강원(300명), 울산(50명), 충남(100명) 등은 이군현 의원을 후원하고, 충북·서울(100명)은 김영숙 의원을 후원하기로 인원까지 배당하고 이런 사실이 기재된 회의록을 시도회장 및 연합회 임원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했다.

4월 판결문에 첨부된 일지 일부.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한 유치원 교사(공무원) 현황, 자기들만의 암호인 '공유'(공립유치원)를 쓴 것이 보인다.
 4월 판결문에 첨부된 일지 일부.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한 유치원 교사(공무원) 현황, 자기들만의 암호인 '공유'(공립유치원)를 쓴 것이 보인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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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메일에서 "지난번 정기 임원회의에서 시도별로 약정한 후원금의 상당부분이 국정감사기간 전에 채워질 수 있도록 시도회장님들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후원회 계좌번호까지 적어 후원금 납부를 독려하였다.

그 결과 2005년 8월~10월경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77명이 총 770만 원을 정치후원금으로 이들에게 제공했다. 이런 과정에서 이들은 사전에 공모해 '공유'라는 약자를 쓰기로 했는데 이는 '공립유치원'를 줄인 말로 그들만의 약속이었다.

함께 기소된 당시 이군현 의원의 보좌관 임아무개씨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정치자금을 받았고 이를 돌려주지 않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군현 의원은 이런 교사들의 정치자금 후원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혐의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현행 정치자금법 제31조(기부의 제한)는 "국내·외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누구든지 국내·외의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전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는 "회원들과 공모하여 한나라당 이군현, 김영숙 의원 후원회에 단체인 연합회의 조직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정치자금을 기부함과 동시에 연합회가 그 이름을 사용하여 주도적으로 조성한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여 정치자금법을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회의원 후원회는 OK· 정당 후원은 NO?... 검찰의 이상한 법 적용

이는 얼마 전까지 논란이 됐던 쪼개기 후원금, 소위 청목회 사건과 판박이로 보인다. 그런데 검찰이 마지못해 수사를 하기는 했지만 봐주기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먼저, 정치자금법상 단체와 관련된 정치자금의 기부 금지 조항만 적용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등은 교원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하고 있으며, 교원단체의 정치활동 또한 금지하고 있다. 법제처 유권해석과 행안부, 교육부의 일치된 해석은 "국회의원 개인후원회도 정치단체이므로 교사가 국회의원 후원회에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정치자금법」 제6조의 규정에 의한 후원회는 정당, 국회의원, 국회의원후보자, 대통령선거경선후보자 등 후원회지정권자에 대한 정치자금의 기부를 목적으로 설립·운영되는 단체(「정치자금법」 제2조)로서, 특정 정당, 특정 정치인 또는 특정 정치인 후보자를 지지하기 위한 정치단체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법제처 유권해석: 안건번호 05-0090 공무원의 정치자금 기부 관련)

이에 따르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전교조 교사들의 정당 후원금뿐 아니라 국회의원 후원금을 제공한 것 역시 불법이다. 그런데 검찰은 전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의 정치인 후원회는 문제 삼지 않고 전교조 교사들만 정당 후원이라고 하면서 무더기로 기소했다.

전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 연수에서 축사를 하는 이군현 의원. 조직적 정치자금 후원으로 문제가 된 바로 그 해 연수에 참가하여 축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사전에 정치자금 후원 관련해서 들은 바가 없고 이후에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해명한 것을 검찰은 그대로 받아들였다.
 전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 연수에서 축사를 하는 이군현 의원. 조직적 정치자금 후원으로 문제가 된 바로 그 해 연수에 참가하여 축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사전에 정치자금 후원 관련해서 들은 바가 없고 이후에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해명한 것을 검찰은 그대로 받아들였다.
ⓒ 이군현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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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문제는 정작 후원회의 당사자인 이군현 의원은 기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군현 의원은 수사에서 "전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 회장 정아무개씨와 사전 또는 사후에 위 후원금 기부에 대해서 이야기한 사실이 없고, 보좌관으로부터 후원금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개괄적으로 보고를 받았지만 연합회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후원금을 기부하여 불법이 아닌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이 의원은 기소하지 않고 보좌관만 기소했다. 당시 연합뉴스 등에 이 사건이 크게 보도되었고, 이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불법성을 인식하고 전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는 후원을 중지하도록 안내했다고 한다. 당시 교과부나 행정자치부(현 행안부)에 문의를 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고, 특히 이군현 의원이 교육상임위 의원이라는 점에서 "불법이 아닌 줄 알았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이군현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2005년 12월 전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의 연수에 참석하여 축사를 하고 있는 사진이 올려져 있고, 이 단체가 2005년 후원 당시 독려메일에서 이 의원의 치적을 홍보하고 있었던 점 등을 미루어보아도 이 의원의 해명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세 번째 더 본질적인 문제는 검찰이 교원단체와 교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제65조와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27조(정치활동의 금지)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당이나 정치인 후원회에 교사 개인이 정치후원금을 제공하는 것이 위법인지 논란은 별도로 하더라도 현행법상 정치활동이 금지된 교원단체와 교원이 조직적으로 정치 후원금을 제공하기로 결의하고, 이를 회원들에게 독려한 것은 명백한 위법으로 판단하고 있다.

만약 전교조가 대의원대회에 조직적으로 정치인을 후원하는 건을 안건으로 올리고 이런 회의록을 정리하여 정치후원금을 독려하는 메일을 회원들에게 보냈다면 검찰은 아마 당장 전교조 위원장을 구속했을 것이다.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후원했기 때문에 무죄?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한 제일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정치자금 후원을 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유치원연합회가 임원회의에 '한나라당 정치인 조직적 후원'을 안건으로 올려서 논의하고, 메일로 독려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회원들은 단체의 결의와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후원한 것이기 때문에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 근거로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의 정족수가 미달이므로 합법적으로 조직적 결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고, 설사 조직적 결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회원들에게 이를 강제할 규정이 따로 없으므로 회원들이 그 결의에 기속되어 후원금을 낸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따라서 유치원연합회 회원들이 기부한 후원금이 정치자금법에서 말하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청목회 사건 역시 그 회원이 결의를 따르지 않았을 때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한 것이므로 무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교조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장은 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이다. 별건수사, 정략수사, 편파수사라는 수많은 비판에도 검찰은 기어이 1900명 교사 모두를 기소를 할 태세이다. 한나라당 의원 정치자금 후원과 당원 가입 사건에 대해서는 봐주기 기소,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는 검찰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태그:#교총, #한나라당 이군현, #전교조, #검찰,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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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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