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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그 이름 두 글자만으로도 가슴이 설렙니다. 직지의 원명은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 佛祖直指心體要節)로 '부처님과 조사들이 마음의 본체를 가리켜 보인 설법의 중요한 절목만을 집어내어 기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직지는 1352년 경에 백운화상이 스승 석옥선사가 직접 손으로 쓴 '불조직지심체요절'을 물려받아 불조의 혈맥인 법어의 정수들을 낱낱이 가려 뽑아 제자 법린 스님에게 세세하게 일러 전한 내용입니다.

팔만사천 큰 법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부처님의 가르침은 대상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매우 광범위합니다. 그토록 방대한 부처님 가르침에 조사들의 가르침까지 더했으니 훨씬 더 방대할듯하지만 직지는 방편이나 할로 에두르지 않고 부처님과 조사들의 깨우침을 바로 가리키고 있으니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을 이룰 수 있는 요긴한 지침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보고 있어도 읽지 못하고, 읽고 있어도 알지 못하던 직지(直指)

한자만으로 된 고서(古書)라면 눈을 뜨고 있어도 읽지 못하고, 읽고 있어도 알지 모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630여 년 전에 출판된 직지 역시 한자로만 되어 있어 보고 있으면서도 읽지 못하고, 읽고 있으면서도 알지 못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답답할 일은 없을 겁니다.

<무비 스님 직지 강설> 상·하| 무비 스님 지음|불광출판사|2011.7.21 |각권 값: 23,000원
 <무비 스님 직지 강설> 상·하| 무비 스님 지음|불광출판사|2011.7.21 |각권 값: 23,000원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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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대강백인 무비스님이 직지 원문을 완역하고 해설해 <무비 스님 직지 강설>상·하 2권으로 <불광출판사>에서 출간하였으니 이제 더 이상 어렵지 않게 읽고, 답답하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자라서 읽지 못하고, 무슨 뜻인지를 몰라서 새길 수 없었던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의 요긴한 지침서를 완역, 해설 판으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바로 가리키고 있는 부처님과 조사들의 깨우침을 다이렉트로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직지는 불교적으로도 보배로운 자산이지만 인쇄문화적 가치에서도 유네스코에 세계기록 유산으로 지정 될 만큼 세계적인 보물입니다. 직지도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찾아내 145년 만에 귀환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찾아냈습니다.

박병선 박사는 다양한 실험과 고증을 통해 직지가 금속활자 본이라는 것을 증명해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책의 역사 종합전시회'에 출품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금속활자책으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던 구텐베르크의 성경책보다 무려 73년이나 앞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된 세계적인 문화적 자산이다.

무비 스님이 최초로 완역 해설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直指)는 인류의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정신을 구제할 선불교(禪佛敎) 최고의 교과서입니다.

상·하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직지는 과거 7불과 인도의 28조사님들의 가르침 그리고 중국 110선사들의 가르침을 모아 모두 145가(家)를 이루고 있습니다.

번역과 원문에 무비스님의 강설로 이어지는 구성은 읽기 편하고, 가슴에 새기기에 좋습니다. 지루하거나 난해할 수도 있는 경문을 현대적 감각과 시대적 언어로 강설하고 있어 굳이 불자가 아니더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처녀에게서 환생하다.

4조 도신 대사가 재송도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서로 계합하였다. 4조가 말하였다.
"그대의 나이가 이미 늙었으니 몸을 바꾸어 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재송도자가 아무 말 없이 곧 산으로 내려가서 탁행에 이르렀다. 한 처녀가 빨래하는 것을 보고 드디어 말하였다.
"내가 그대의 집을 빌려서 하룻밤 묵고자 하노라."
처녀가 말하였다.
"부모님이 계십니다."
"그대는 허락하는가?"
"집에 가서 저의 부모님께 물어 보겠습니다."
재송도자가 멀리 가지 아니하고 한 나무 밑에 앉아서 입적하셨다. 그 처녀가 이로부터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니 부모의 꾸짖음과 옳고 그름을 씻을 수 없게 되어, 곧 아이를 데리고 가서 강물에 던지고 가버렸다. 다시 돌아와서 다음날에 아이를 보니 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다시 거두어 기르게 되었다.-생략- -상, 202-

초조인 달마대사로부터 시작되는 중국 선종의 5조가 되는 홍인대사의 출생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성모마리아만 동정녀인 줄 알았는데 5조 홍인의 어머니도 동정녀임을 알게 해주는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아지랑이는 본래 물이 아닌데
목마른 사슴이 미쳐서 바삐 쫓아가네.
자기의 몸도 거짓이라 진실이 아니거니
공을 가지고 다시 공을 찾고자 하는가.
세상 사람은 미혹하고 전도됨이 너무 심하여
마치 미친개가 천둥소리에 놀라 짖는 것과 같도다.-하, 378-

陽焰本非其水 渴鹿狂趁怱怱 自身虛假不實 將空更欲覓空 世人迷倒至甚 如犬吠雷叿叿

보고 있어도 읽지 못하고, 읽고 있어도 알지 못하던 직지(直指)
 보고 있어도 읽지 못하고, 읽고 있어도 알지 못하던 직지(直指)
ⓒ 직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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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이, 목마른 사슴…, 시구(詩句) 한 구절을 읊조리는 기분을 느끼게 할 만큼 부드럽고 아름다운 번역입니다. 아름답고 부드럽다고 해서 내용까지 누그러지는 건 아닙니다.

번역에 덧댄 강설, 직지를 직시(直視)할 수 있도록 배경과 자구하나까지를 세세히 설명하고 있는 강설은 그물망처럼 촘촘하고, 번쩍이는 섬광처럼 날카로우며 섬세합니다. 

보주(寶珠)를 갈무리한 불서 여의주

직지 원문을 상·하 두 권으로 나누어 이렇듯 쉽고 재미있게 강설하고 있습니다. 주옥같은 법구(法句), 금강석 같은 진리들을 더하고 보탬 없이 직지(直指)로 설명하고 있으니 독후감이라도 써본다면 감칠맛처럼 맴도는 경구(經句)에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이 직지에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이름 두 글자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직지(直指), 최초로 완역, 해설한 <무비 스님 직지 강설>을 읽다보면 부처님과 조사들의 깨우침을 바로 보느라 어느새  독서삼매경에 빠져든 자아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독서삼매경에 들어 무념무상이 된 자아야 말로 불성을 찾은 본래면목, 부처의 모습이리라 생각됩니다. 에두르지 않고 손가락질 하듯 직설한다면 <무비 스님 직지 강설>은 한국 불교가 물고 있는 보주(寶珠)를 갈무리한 불서 여의주입니다.      

덧붙이는 글 | <무비 스님 직지 강설> 상·하| 무비 스님 지음|불광출판사|2011.7.21 |각권 2만3000원



무비 스님 직지 강설 (상)

무비 스님 지음, 불광출판사(2011)


태그:#직지, #무비스님, #직지심경,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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