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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지사까지 비판한 주민투표

 

'단군 이래 최대의 주민등록 도용사건'으로 기록될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청원서명이 끝난 후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는 기다렸다는 듯 주민투표 강행에 나서고 있다. 야당 및 시민단체들의 육안 검증과 서울시의 자체 검증에 따른 무효서명 규모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0만 명을 넘어섰지만 오세훈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을 기세다.

 

이번 서명용지 양식이 조례가 정한 규정을 어긴 불법이라는 서울시의회와 시민단체들의 지적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변명했던 서울시의 주장도 거짓임이 드러났다. 주민투표가 아직 공식 발의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서울시는 시내 9개 지하철 노선에 투표독려 광고를 내보내는 등 거리낌 없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가장한 '더러운 주민투표' 실시에 반대하는 모든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번 투표에 대한 거부의 뜻을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권한쟁의심판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심지어 한나라당 소속의 김문수 경기지사조차 "애들 밥 안 주는 게 보수냐"며 오세훈 시장의 주민투표 강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처럼 중대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제1야당이자 민주개혁세력의 맏형이라는 민주당은 마치 강 건너 불구경이라도 하듯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가만히 놔두면 법정 투표율을 넘기지 못해 무산되고 말 것'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낙관과 무사안일이 당 지도부 안에 팽배하다. 하지만 이런 발상은 두 가지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문제점 하나] 주민투표의 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범죄행위

 

첫째, 이번 주민투표는 무상급식에 대한 서울시민의 의견을 물을 자격을 상실한 불법·부정 행사이자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범죄행위기 때문이다. 법률의 기본 중에 '증거능력'의 원칙이란 것이 있다. 증거가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되기 위해 필요한 '법률상의 자격'을 말한다.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는 사실인정의 자료로 채용될 수 없을뿐더러 법정에 증거로 제출하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같은 의미에서 이번 주민투표는 '주민투표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해프닝이자 범죄행위다. 이처럼 심각한 불법과 부정에 눈을 감고 투표 자체를 묵인하자는 것은 서울시민 모두를 공범으로 만드는 무책임하고 비겁한 행위다.

 

[문제점 둘] 무대책이 상책? 서울시민 무시하는 발상

 

둘째, '무대책이 상책'이라는 식의 소극적인 발상은 민주개혁세력을 대표하는 책임 있는 공당(公黨)의 태도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나서면 투표율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오세훈 시장만 거들어주게 된다'는 발상이 팽배하다.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에 민주당 지도부가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서울시민들은 게임이론에 등장하는 죄수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다. 촛불의 광장을 경험하고 SNS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은 더 많은 정보와 진실을 원하며, 정의와 불의를 가릴 수 있는 '집단지성'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국민의 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6.2 지방선거와 4.27 재보선의 승리에서 민주당은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단 말인가?

 

'깨어있는 시민의 힘'을 믿고 주민투표 거부운동에 나서자. 여의도에 갇힌 소심한 정치공학의 습성을 털어내고 민주당이 당당하게 정도(正道)를 걸을 때 서울시민의 가슴 속에도 다시 촛불이 켜질 것이다. 시민의 대지에 든든히 뿌리내린 민주당만이 2012년 총선 승리도, 정권교체도 이루어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신기남 기자는 민주당 상임고문,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주민투표, #주민투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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