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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 등 시민단체가 서울역 광장에서 노숙인 강제퇴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홈리스행동 등 시민단체가 서울역 광장에서 노숙인 강제퇴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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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을 위한 장소가 있어야 한다. 우리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기 싫다. 국가적 보호가 필요하다."

서울역에서 한 달여 동안 노숙한 70대 노인의 말이다. 전북에서 올라 왔다는 그는 더운 여름 날씨에도 검정 패딩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는 25일 오전 서울역 광장 앞에서 열린 '거리 홈리스 강제퇴거 조치 서울역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보다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서울역 노숙인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14개 인권 단체 및 시민사회 단체들이 개최했다.

코레일은 지난 20일 "노숙인들의 구걸과 악취 등이 여행객의 민원을 발생시킨다"며 역내 노숙인 퇴거 조치에 들어갈 것을 발표했다. 퇴거조치가 시작되면 서울역 실내 야간취침이 전면 금지된다.

"노숙인에게 필요한건 약보다 주거 공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동현 홈리스행동 집행위원장은 "서울역 같은 공공역사는 단지 이용객에게 기차표 장사만 하는 곳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역은 국가 기반시설이고 코레일이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역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8월 혹서기, 살인적인 더위가 시작되는데 노숙인들을 밖으로 내모는 것은 반인권적인 행위"라며 "서울역 노숙인이 밥상 위 파리인가? 어디로 가든 좋으니 서울역 안은 안 된다는 태도는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리스행동은 노숙인의 자활과 인권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다.

이어 정영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노숙인을 서울역에서 강제로 퇴거시키는 것은 그들을 더 험한 곳으로 내모는 것"이며 "노숙인에게 필요한 것은 약보다 주거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숙인 문제를 단순히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서울역과 도시철도공사, 서울메트로, 서울시 등 관계당국과 시민단체가 함께 포괄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지난 1999년부터 서울역 근처에서 노숙인을 위한 진료소를 운영해 왔다.

서울시노숙인복지시설협회 관계자는 "노숙인들에게 서울역은 최종 보류지이기 때문에 강제퇴거 조치는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코레일과 서울시 측에서는 상담보호센터 등 노숙인 자활시설을 이용할 것을 권유하지만, 자활시설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시 "자활센터를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최선 다할 것"

이러한 요구에 코레일 측은 "8월 중 퇴거조치에 들어갈 것"이라며 "대책 없이 내모는 것이 아니라 자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퇴거조치는 서울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져 내린 결정"이라며 "현재는 서울역내 노숙인 계도기간"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역에서 퇴거한 노숙자를 위한 대책이 있냐'는 질문에 "대책은 서울시 자활지원센터 등과 계속 협의해 왔다"며 "현재 알코올중독치료 프로그램과 지역쉼터·상담센터로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관 서울시 복지건강 본부장도 "서울시는 폭염시 거리 노숙인의 안전사고 예방 등에 대비하여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거리 노숙인이 쉼터 등 자활 시설에 입소하여 자립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서울역 측에서 노숙인을 강제 퇴거하는 것이 우려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제 노숙인들이 가까운 서소문 공원이나 인근 지하도 등으로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역 노숙인이 이용할 수 있는 자활센터가 모두 포화상태라는 지적에 "상담보호센터는 예산 문제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전이나 확대를 쉽게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윤성원 기자는 오마이뉴스 14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서울역 노숙인, #홈리스,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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