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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1년 전 정리해고당했습니다. 그 뒤로 먹고살기 위해 이것저것 해보았으나 몸이 안 따라주고 기능도 부족해 조금 다니다 그만두고 조금 다니다 그만두고 했습니다.

몇 개월 전엔 이런 일들도 있었지요. 현대중공업 하청 일자리를 알아보고 건강진단서와 서류 일체를 준비해서 하청업체 총무를 만나 면접을 봤습니다. 출입증이 나오는 대로 일할 수 있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며칠 후 그는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원청에서 출입증을 발급하지 않네요.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면서요?" 했습니다. 참 황당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사건을 두 번이나 겪었습니다. 저는 실의에 빠졌습니다만 힘없는 사람이라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더군요.

그러다 우연히 초등학교 주사 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당은 5만3천 원, 6개월 계약직이라 했습니다. 그래도 당장 밥벌이가 필요한 저에게는 그마저도 감지덕지였습니다. 정규직이라면 '기능직 공무원 10급'입니다. 본래는 교육청에서 정규직 주사를 보내주어야 하는데 인원이 없다고 보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장 직권으로 임시직을 사용하게 되면서 저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매일 이런일이 일어 납니다. 그래도 이건 양반입니다. 어떤 사람은 유리병을 박살냅니다. 또 깨트려서 모래속에 묻기도 합니다. 립스틱 묻은 담배꽁초도 많습니다. 주변 중고생이 주로 놀다간 흔적에서 발견됩니다.
▲ 우리학교 운동장 계단 매일 이런일이 일어 납니다. 그래도 이건 양반입니다. 어떤 사람은 유리병을 박살냅니다. 또 깨트려서 모래속에 묻기도 합니다. 립스틱 묻은 담배꽁초도 많습니다. 주변 중고생이 주로 놀다간 흔적에서 발견됩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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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없는 학교 한번 만들어보자'

학교마다 있는 그 주사란 일자리는 제가 어려서부터 참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국민학교 시절 학교엔 화단을 관리하거나 교실을 고쳐주는 나이 드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때는 '소사'라 부르던 분이셨습니다. 제 주업무는 시설관리지만 저는 잡다한 일을 다 맡아 합니다. 오히려 인쇄가 주업무가 아닐까 싶을 때도 많습니다.

인쇄하는 일이 없을 땐 주로 화단관리를 하는데, 학교장은 일일이 화단을 돌며 저에게 일거리를 줍니다. 저는 학교장 지시에 따라 파옮기고 솎아내고 자르고 풀 뽑고 합니다. 그렇게 지난 4개월 동안 일했고 이제 계약기간이 2개월 남았습니다.

학교 첫 출근 날 운동장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다짐을 했습니다.

'내 비록 6개월 다니면 그만이지만 이 학교 있는 동안 쓰레기 없는 학교 한번 만들어보자.'

그리고 저는 매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쓰레기봉투 하나 들고 운동장과 학교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봉투는 2개입니다. 하나는 분리수거 가능한 깡통이나 종이류를 담고 하나는 그냥 버려질 쓰레기를 담는 것입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커서 운동장과 계단, 학교 뒷길을 돌자면 1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이 일은 지금까지 매일 거르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비가 와도 하고 있습니다. 비옷 입고요.

이곳은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는 입구 옆입니다. 누군가 전 날 똥누고 간 흔적입니다. 어른인지 청소년인지 모르지만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치우느라 혼났습니다.
▲ 누군가 싸놓고 간 똥덩어리 이곳은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는 입구 옆입니다. 누군가 전 날 똥누고 간 흔적입니다. 어른인지 청소년인지 모르지만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치우느라 혼났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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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출입구에 똥까지...누가 이런 짓을

월요일이 제일 쓰레기가 많습니다. 토요일 일요일 이틀간의 휴일을 지낸 뒤라, 이건 운동장인지 쓰레기장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쓰레기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더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합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방학을 했습니다. 저는 방학을 하면 쓰레기 덜 나오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월요일에 출근해보니 방학 전이나 후나 똑같이 쓰레기가 많았습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어떤 사람이 그랬는지 모르나 교실로 들어가는 출입구 바로 옆에다 똥을 싸두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비위가 약해서 그것을 치우지 못했습니다. 지나다니는 학생들이 똥냄새가 난다 해서 그냥 흙으로 덮어둔 상태입니다.

저는 학교에 왜 그리 쓰레기가 많이 쌓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오후 5시면 퇴근합니다. 일당제이기 때문에 학교 쪽에서 더 이상 못 있게 해서 퇴근합니다. 일몰 후 도대체 학교에선 무슨 일들이 일어나기에 아침만 되면 그리도 많은 쓰레기들이 넘쳐나는 것일까요?

저는 다른 학교도 그런가 퇴근하면서 가보기도 했습니다. 다른 학교도 사정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거나 공을 차거나 운동장 계단에 앉아 이바구를 합니다. 그들의 손에 들린 음료수, 과자, 담배들이 다음 날 그대로 운동장 주변에 휘날리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초등학교 갔더니 상황은 똑같았습니다. 그냥 버려두고 간 쓰레기가 넘쳐 났습니다.
▲ 학교 운동장 계단에... 다른 초등학교 갔더니 상황은 똑같았습니다. 그냥 버려두고 간 쓰레기가 넘쳐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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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여기저기 쓰레기 봉투가 놓여 있었지만 운동장과 계단엔 쓰레기가 많이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 쓰레기 봉투 학교 여기저기 쓰레기 봉투가 놓여 있었지만 운동장과 계단엔 쓰레기가 많이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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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겁나서 고등학생들한테는 뭐라 말도 못해

우리 학교 주변에는 중고등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이상하게도 꼭 초등학교인 우리 학교로 지나다니거나 그룹을 지어 와서 놀다 갑니다. 그들이 간 후 그 자리로 가보면 주변에서 사온 먹을거리 그릇이 놓여 있습니다. 1회용 종이컵과 나무젓가락도 있고 먹고 난 얼음과자 나무막대기도 있습니다. 여름철이라 그런류의 쓰레기가 더 많습니다.

야간 경비를 서는 분에게 물어보면 중고등학생들이 운동장 계단에 앉아 놀다 간다는데, 겁나서 뭐라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어떤 때는 서로 싸우기도 하는데 경찰에 신고해도 오기를 꺼린다고 합니다.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게 참고 설명이었습니다. 예전에 계셨던 경비분은 여러 무리의 고교생들이 놀고 있기에 빨리 집에 가라고 한마디 했다가 큰 변을 당했다 합니다. 그들이 돌로 본관 유리창을 박살내고 도망갔다는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 겁나서 못 건드려. 괜히 건드렸다간 어떤 보복이 가해질지 몰라."

나이드신 경비분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아침마다 그냥 일일이 주워 치울 수밖에요.

쓰레기는 참 다양합니다. 닭 뼈도 있고 족발 뼈도 있고 소주병도 있습니다. 담배곽도 많고 담배꽁초도 계단마다 넘칩니다. 어떤 담배꽁초에는 립스틱이 묻어 있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남녀 중고생이 함께 피운 게 아닌가 추측되기도 합니다.

다른 학교는 어떨까요? 하루 날 잡아서 출근을 조금 일찍 했습니다. 마을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를 두어 군데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두 학교 모두 우리 학교랑 다를 바 없었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운동장에 쓰레기봉투가 없었는데, 그 학교에는 쓰레기봉투가 여기저기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쓰레기봉투가 있으나 마나 운동장과 운동장 계단엔 어제 저녁에 왔다간 사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냥 계단에 버려두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지 화단 나무 뒤에 버려두었습니다. 왜 그런 행위를 하는지 참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사는 곳, 버려도 '곱게' 버려주세요

계단에 버려 두는 것도 모자라 화단뒤에다 버려 두기도 하네요. 앞 파간 간판에 교사실이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 화단 뒤에 버려둔 쓰레기 계단에 버려 두는 것도 모자라 화단뒤에다 버려 두기도 하네요. 앞 파간 간판에 교사실이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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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동안 아침마다 쓰레기를 주우면서 갖가지 쓰레기를 보았습니다. 버리지 않고 가져 온 거 도로 봉투에 담아 가져가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사람들 인식이 그렇질 못하니 제발 '이렇게'만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버려도 좀 그냥 버려주세요.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서 버리면 줍기가 엄청 번거롭습니다.

소주병이나 유리로 된 음료수병 깨서 놀이터 모래밭에 묻어두지 말아주세요. 아직 어린 초등학생들이 많이 노는데 학생들 다치면 어떡하나요? 그렇게 술병이나 유리병을 깨서 모래 속에 묻어놓으니 그 유리조각을 일일이 찾아 쓰레기봉투에 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계단에서 술 마실 때는 안주로 사온 거 좀 운동장이나 계단에 쏟아버리지 말아주세요. 학생들이 체육시간이면 그 계단에 앉아 수업받습니다.

'열린학교'라 요즘은 교문을 걸어잠그지 않습니다. 그리고 '학교 담 허물기 운동'에 참여한 학교는 담까지 허물어 마을 주민에게 개방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한 초등학교가 담을 허물어 완전 개방형 학교가 되었습니다. 마을분들이 와서 운동도 하고 친교의 시간도 가지라는 의미 같습니다.

그러나 학교는 좋은 쉼터지 쓰레기장이 아닙니다. 제발 학교에서 놀면서 쓰레기 좀 버리지 맙시다. 가져온 거 잘 드시고 그대로 가져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에게도 학습을 시켜서 제발 학교에다 쓰레기 좀 버리지 말라고 지도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쓰레기장에다 갖다버리고 가든가요. 학교 운동장은 쓰레기장이 아니잖아요?

왼쪽에 있는 물건은 학교에서 버린 것이고 오른쪽과 바닥에 있는 나무는 학교 물건이 아닙니다. 다음날 출근해 보니 누군가 버려두고 간 것입니다. 이런 거 버리는 일이 더러 있었습니다.
▲ 쓰레기장에 누가? 왼쪽에 있는 물건은 학교에서 버린 것이고 오른쪽과 바닥에 있는 나무는 학교 물건이 아닙니다. 다음날 출근해 보니 누군가 버려두고 간 것입니다. 이런 거 버리는 일이 더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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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학교, #쓰레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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