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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이 붐을 이루고 있다. '나는 언제쯤 저 대열에 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부럽기만 하다. 외국에 가면 이국적인 풍경도 보고 별난 음식도 맛볼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별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기에 그나마 위안이 된다. 전남도내 몇 곳에 문을 연 다문화음식점이 그곳. 여기에 가면 그 나라 출신 여성들이 직접 만들어 내놓는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가서 맛보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더 맛있다. 우리 입맛에도 맞다.

 

초원의집. 전남 영광에 사는 다문화 이주여성 5명이 모여 고국의 음식을 만들어 내놓는 식당이다. 그들은 한국어 능력이 유창하지는 않지만 의사소통에 전혀 불편이 없는 이주여성들이다.

 

식당은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이들의 문화적 교류의 장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지난 1월 예비사회적기업인 연한가지(주)가 설립했다. 하여, 초원의집에 가면 필리핀, 태국, 일본 등 아시아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넉넉히 준비된 테이블에는 사진을 곁들인 메뉴판이 음식 선택을 돕는다. 여러 나라 음식의 맛과 특징이 알기 쉽게 설명돼 있다.

 

첫 번째 메뉴는 닭고기로 우려낸 육수에 포보를 넣고 특유의 향을 낸 베트남쌀국수. 이곳의 인기 메뉴 가운데 하나다. 훈제오리와 각종 생야채를 싸먹는 월남쌈, 갖가지 해물과 우동면을 매콤하게 볶은 일본식 야끼우동도 먹음직스럽다.

 

얇은 당면을 야채와 함께 볶은 반싯, 다진 돼지고기와 야채를 쌀 페이퍼로 말아 튀겨낸 룸삐아는 필리핀 음식이다. 설탕과 식초를 밑간으로 해서 채소와 연근을 고명으로 얹어 만든 비빔초밥도 맛있게 생겼다. 쌀밥에 해물과 각종 양념을 넣어 볶은 카우팟탈래, 쌀국수에 숙주와 야채를 넣고 볶아낸 팟타이볶음면은 태국음식이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스파게티, 피자, 돈가스, 유부우동도 눈에 띈다. 제 나라 고유의 맛을 살리면서도 한국사람 입맛에 맞도록 일부 퓨전화한 것이 특징이다. 금명간 된장찌개, 김치찌개 같은 찌개류도 선보일 예정이다.

 

값도 착하다. 1인분에 평균 6000원씩이다. 식사 때가 아니라면 타미린드, 구아바, 망고스틴, 커피 등 여러 종류의 차와 음료를 골라도 괜찮다. 여러 나라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식재료와 소스, 과자 등도 따로 살 수 있다.

 

요리는 모두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직접 한다. 지난 2006년 필리핀에서 이주해 온 메리안 파자질로(27) 씨의 음식솜씨는 수준급이다. 반싯, 룸삐아 등 필리핀 요리는 모두 잘 한다. 그녀는 "한국 사람에게 필리핀 음식을 소개하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1996년 일본에서 이주해 온 와다베요코(42) 씨는 일본어강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요리를 하고 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여성들과 함께 일하며 서로 의지도 할 수 있어 마음 편하다"고 했다.

 

식당의 운영비와 이주여성들의 임금을 뺀 수익금은 대부분 아동시설 등 공동체시설에 내놓는다.

 

김성덕(39) 대표는 "초원의집은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쉼터이면서 희망을 가꿔가는 소중한 공동체 공간"이라며 "많은 이주여성들이 이곳에서 만나 교류하고 지역주민들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음식을 맛보며 다문화를 이해하며 소통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다문화음식점 '초원의집'은 영광군청 뒤에 자리하고 있다.


태그:#초원의집, #다문화음식점, #영광, #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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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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