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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는 피해 상황만 있고 산사태 원인이 없어요. 사람이 18명이나 죽었는데 왜 그런지 얘기가 없잖아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백원우 의원이 시청 관계자들을 쏘아봤다. 대책실로 사용되는 버스 차창 너머에는 무너져내린 우면산 서쪽 끝자락이 얼핏 보였다.

 

국회 행안위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산사태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는 이인기 행안위원장과 한나라당 고흥길·안효대·김소남·임동규 의원과 민주당 김충조·이석현·백원우·장세환 의원, 미래희망연대 윤상일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피해지역을 돌아보기 앞서 시청 관계자로부터 간략한 피해 상황 및 복구작업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백 의원의 말처럼 산사태의 원인에 대한 얘기는 보고서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백 의원의 질타에 김영걸 서울 행정2부시장이 나섰다. 그는 "산사태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어느 개인이나 단체의 주장과 같이 단순하게 말할 수 없다"며 "전문가를 모셔서 30일부터 원인을 정밀하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우면산 산사태가 '배수로 관리 실패', '무리한 생태공원 조성' 등으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백 의원은 "여기보다는 관악구가 더 비가 많이 오지 않았냐, 자꾸 천재(天災)로 몰지 마라"며 그를 몰아붙였다.

 

논란이 길어질 것 같자 결국 이인기 행안위원장이 나섰다. 그러나 그 역시 쓴 소리를 빼놓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우면산의 배수로 부분부터 긴급조치 해달라"며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시도 할 말이 없어진다"고 꼬집었다.

 

지역주민들 "정치인 현장방문, 복구 작업에 전혀 도움 되지 않아"

 

브리핑을 마친 행안위원들은 산사태 피해가 가장 큰 방배동 래미안 아트힐 아파트 단지 곳곳을 둘러봤다.

 

온 몸에 진흙을 묻힌 채 복구작업에 열중하던 장병들과 의경들은 지휘관의 구호에 따라 잠시 작업을 멈추고 경례를 붙였다. 이 위원장은 "우리 장병, 의경들이 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다"며 "밤낮으로 작업을 해주셔서 빠른 속도로 복구되고 있다, 국민 모두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그러나 장병, 의경과 달리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행안위원들이 기자들과 함께 단지 안에 들어서자 일부 지역주민들은 "돌아가라"고 요구했다. 김소남 의원 등이 달래봤지만 "정치인들의 보여주기 쇼"란 주민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한 중년 여성은 "왜 이제 와서 사진 찍으려고 하나, 오려면 카메라 모두 끄고 들어오라"고 쏘아붙였다. 복구 작업을 하던 아파트 주민 한 명도 "저희 일하는 데 방해만 되니깐 필요한 것만 지원해 달라"며 "이렇게 오면 차량이 왔다갔다 하면서 복구 작업이 진행되지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배동에서 20년간 살았다는 이아무개(57)씨는 의원들을 향해 "오려면 어제 아침에 왔어야지,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 상황은 새발의 피"라고 소리쳤다. 그는 "여기 오는데 양복을 입고 와서 되겠냐"라며 "삽이라 한 번 뜨고 돕고 가야지, 이것은 사진만 찍는 것 아니냐"고 호통쳤다.

 

한편, 행안위원들은 이날 수해현장 방문을 실태 조사 성격으로 규정했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은 "일단 오늘은 현장 상황을 점검해 보러 왔다"며 "이후 본격적으로 산사태 등 수해 원인이 무엇인지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우면산 산사태, #행정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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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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