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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하나]

"영산강 홍수에 더 강해졌다" 
"4대강 사업 이후 홍수 위험 줄었다"
"4대강 사업으로 홍수피해 예방효과 탁월"
"4대강 공구·구제역 매몰지 비 피해 없어"

[# 장면 둘]

"영산강 사업 홍수피해 가중"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 키워"
"4대강 공사 탓에 농사 망쳤다"
"4대강 공사현장, 지류 지천 피해 심각"

비 피해 보도가 연일 폭우처럼 쏟아졌다. 거의 한달 동안 지칠 줄 모르고 내리는 굵은 빗줄기처럼 지면과 영상을 가득 차지했다. 그런데 폭우피해 관련 기사들을 보면 어느 게 현실인지 정확히 구분하기 힘들다. 두 장면으로 나뉜 뉴스는 뉴스 수용자들을 헷갈리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상과 지면에 묻어난 큼지막한 활자와 이미지들 사이에는 '진실'과 '거짓'으로 나뉘어 뉴스 수용자들로 하여금 연일 진위를 가려낼 줄 아는 능력 테스트를 경쟁적으로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사안이라도 해석과 서사 구조가 제각각 다르다. 기사의 제목들에서 묻어난다. 기호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언론이 지니고 있는 시각과, 지향점, 서사들, 담론 및 이데올로기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다양성"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 언론의 보도태도에서 나타나고 있는 맥락은 다양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대형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과 호우피해를 다루는 국내 언론의 보도 태도에선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 즉 두 무늬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분법적 보도 태도로 극명하게 갈린 현상을 보이고 있다. 굳이 기호학적으로 분류하자면, 다양성의 지체 또는 정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기습적인 폭우와 그로 인한 피해상황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에서 나타난 텍스트와 이미지가 함의하는 메시지, 서사구조의 전후맥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의도 내지는 압력 등이 숨겨 있음이 읽힌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처럼 극명하게 두 부류로 갈릴 수는 없다.

언론은 지금, '4대강 사업이 홍수피해를 막기 위한 사업일까, 아닐까?' 또는 '홍수피해가 4대강 사업 때문일까, 아닐까?'란 두 프레임에 갇혀 두 가지 답을 내놓으며 서로 옳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독자와 시청자들은 과연 어떤 답에 손을 들어줄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던져주기라도 하듯,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거대한 혈세를 퍼 부어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지구 주변에 물폭탄이 쏟아졌다. 폭우는 서울경기와 영서, 충청, 호남, 영남 등 전 지역에 쏟아져 그 피해도 컸다. 곳곳에서 산사태와 주택·도로·농경지침수 등으로 인명·재산피해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홍수피해를 보도하는 언론사들 사이에선 그 원인을 놓고 두 부류로 나뉘었다. 폭우로 인한 피해가 컸던 같은 지역의 언론사들 사이에서도 원인에 대한 규명이 극명한 차이를 보인가 하면, 접근과 해석의 방법, 그 결과에서도 다르게 나타나 시선을 끈다.       

[대전충청] "4대강 홍수예방 탁월"-"침수피해 4대강 탓" 

<충청투데이>의 침수피해와 4대강 관련 기사.
 <충청투데이>의 침수피해와 4대강 관련 기사.
ⓒ 충청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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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홍수피해 예방효과 탁월 <충청투데이> 7월 29일
"침수피해 4대강 탓… 도(道) 보상해야" <중도일보> 7월 29일

7월 29일자 <충청투데이>와 <중도일보>의 두 꼭지 기사는 제목에서부터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히 갈렸다. 이날 <충청투데이>는 외부기고를 두 편 내보면서 모두 4대강과 관련 있는 글로 선정해 주목을 끌었다. '4대강 사업으로 홍수피해 예방효과 탁월', '대전시 3대 하천과 4대강 살리기 긍정적 효과'란 선정적인 제목부터 시선을 끈다.

"올 장마철을 맞아, 4대강 사업은 그야말로 성공적임이 밝혀졌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해마다 발생하는 홍수로부터 해방되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1석 7조의 다목적 사업으로 물 문제 해결, 생명회복, 지역발전으로 연계되도록 반대론자의 조언도 귀 기울이며 성공하도록 온 국민의 협조와 집중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중도일보>의 침수피해와  4대강 관련 기사.
 <중도일보>의 침수피해와 4대강 관련 기사.
ⓒ 중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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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글은 비록 신문사 편집방향과는 다른 외부의 글이라 할지라도 비 피해로 시름에 젖어 있는 농가들이 "4대강 사업이 홍수피해를 늘렸다"고 주장하며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상황과는 전혀 상반된 주장이어서 의구심을 살만하다. 숨겨진 의도가 엿보인다.

게다가 이 신문은 이에 앞선 지난 25에도 '4대강 사업, 금강 장마피해 줄였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4대강 살리기 일환으로 실시된 금강 준설(강바닥의 퇴적물을 파냄)사업이 홍수예방에 효자 노릇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난달 22일부터 20여 일간 충남도내 금강 유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으나 준설로 인해 강의 전체적인 수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반해 <중도일보>는 29일 "침수피해 4대강 탓… 도 보상해야"란 제목의 기사에서 "28일 논산 성동면 주민 100여 명은 충남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9~10일 내린 폭우로 토마토와 수박, 멜론 등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1000여 동이 침수됐다'며 충남도가 나서 피해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며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봤다.

기사는 이어 "주민들은 특히 '이번 피해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논산 성동면 개척리 일대에서 추진 중인 배수문 공사가 늦어지면서 발생한 인재'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을 무게 있게 다뤘다.

이 신문은 지난 22일에도 '"침수피해 4대강 탓" 보상 촉구'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북 익산시 망성면과 논산시 강경읍 주민들이 21일 '4대강 공사 관리 감독 소홀로 수십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충남도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는 내용을 리드로 전했다.

[광주전라] "영산강 홍수에 더 강해졌다" - "그렇지 않다" 

<전남일보> 7월 1일 영산강 관련 기사.
 <전남일보> 7월 1일 영산강 관련 기사.
ⓒ 전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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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7월 7일 영산강 관련 기사.
 <전남일보> 7월 7일 영산강 관련 기사.
ⓒ 전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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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홍수에 더욱 강해졌다"  <무등일보> 7월 1일
익산국토청 "영산강 홍수에 더 강해졌다"  <전남일보> 7월 1일
시민단체 "영산강 사업 홍수피해 가중" <전남일보> 7월 7일

영산강 주변도 홍수피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역시 지역언론은 그 중심에 섰다.  7월 1일 <무등일보>는 "영산강 홍수에 더욱 강해졌다"는 기사에서 "익산국토관리청은 30일 준설과 제방보강, 보 건설 등을 통해 영산강이 4대강 사업 이전보다 홍수에 더 강해졌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부각시켰다.

이날 <전남일보>도 '익산국토청 "영산강 홍수에 더 강해졌다"'란 제목과 함께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자료와 관계자 말을 인용한 내용을 기사에서 다뤘다. 기사는 "준설과 제방보강, 보 건설 등을 통해 영산강이 4대강 사업 이전보다 홍수에 더 강해졌다"는 익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의 말을 여과 없이 인용했다.

그러더니 이 신문은 6일 만에 그와는 전혀 다른 주장이 실린 기사를 내보내 어리둥절하게 했다. 7월 7일 '시민단체 "영산강 사업 홍수피해 가중"'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4대강 사업중단 광주전남공동행동은 6일 '영산강이 홍수에 강해진 것이 아니라 홍수피해를 가중시킬 위험이 커졌다'고 주장했다"면서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속도전 토목공사로 영산강 지형을 급격히 변화시켜 영산강과 지천에 그동안 나타나지 않는 현상들이 적은 비에도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비 피해가 확산되자 <무등일보>는 26일 '장마 끝난 영산강 사업 구간 침식 지속 시민조사단, 2차 조사'란 제목의 기사에서 앞선 기사와 다르게 "장마로 영산강 살리기 사업 구간에서 구조물이 부분 유실돼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역행침식 등 이상퇴적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홍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그런가 하면 비 피해를 놓고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기사도 등장했다. <대전일보>는 7월 22일 '폭우피해 충남도-전북도 지역싸움 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전북 익산시 망성면과 용안면 시설하우스 주민 120여명이 21일 충남도청 앞에서 '금강으로 통하는 자연배수문이 4대강 사업 공사로 막히는 바람에 큰 피해를 봤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진과 함께 내보냈다.

같은 날 <전북일보>도 "60여억원 수해 피해 보상하라"란 제목의 기사에서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익산시 망성·용안면 시설하우스 주민 120여명은 충남도청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며 "충남도의 발주를 받은 H사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추진해 온 망성면 화산리 화포마을 화산배수장 인근 자연배수 수문공사를 당초 계획보다 늦게 완료하는 바람에 각종 작물이 침수됐다"는 주민들의 주장을 비중 있게 다뤘다.

[부산경남] "4대강 사업 피해 키워" - "4대강 사업 효과...개명" 

"4대강 사업이 낙동강 홍수 피해 키워" <부산일보> 7월 14일
"정부의 4대강 광기, 시민이 직접 나서다" <경남도민일보> 7월 19일
"공사 99% 완료… 태풍에도 안전" <경남신문> 7월 25일
"4대강 사업 효과 본 창녕 도천면 아랫마을, 강마을로 개명" <경남신문> 7월 27일

홍수피해와 4대강 사업과의 관계를 보도하는 지역신문은 크게 두 모습이다. "4대강 사업이 홍수피해를 키웠다"는 쪽과 반대로 "4대강 사업이 홍수피해를 줄이는 데 효과를 보았다"는 쪽으로 갈린다. 
 
<경남신문>은 7월 27일 '4대강 사업 효과 본 창녕 도천면 아랫마을, 강마을로 개명'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홍수피해를 벗어난 창녕의 한 외딴 강촌마을이 마을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동네이름을 아예 '강마을'로 바꿔 눈길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함안보 상류 4㎞ 지점 창녕군 도천면 우강리 옛 '아랫마을'은 낙동강 하류 수계에서 강과 가장 근접해 있어 4대강사업과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고, 낙동강 함안보 준설 구간 인근 폭 350m, 깊이 3m 규모의 준설이 지난해 완료되면서 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 장용석 수자원공사 경남본부장의 발언을 말미에서 부각시켰다.

이에 앞서 이 신문은 7월 25일 수자원공사 경남지역본부 장용식 본부장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공사 99% 완료… 태풍에도 안전", "장마철 집중호우 피해 없어", "준설로 평균수위 낮춰 효과" 등의 중간제목을 뽑은 박스기사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그러나 <부산일보>는 7월 14일 "4대강 사업이 낙동강 홍수 피해 키워"란 제목의 기사에 이어 19일 '낙동강 곳곳에 모래섬, 지류 역행침식 심각'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 대별된다. 기사는 "18일부터 경남·북 일대 낙동강 본류와 지천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는 '4대강 시민조사단'이 장맛비로 인한 피해를 곳곳에서 확인한 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점을 드러낼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시민조사단 관계자의 말을 이렇게 부각시켰다. 

"이번 장맛비로 낙동강 본류 곳곳에 새로운 모래섬이 생겨 났습니다. 함안보, 합천보의 어도는 훼손되고 지천의 역행침식은 더욱 심해지는 등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은 이루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경남도민일보>도 이날 '정부의 4대강 광기, 시민이 직접 나서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장마가 물러가면서 4대강 공사 구간에서 피해 상황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며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단골 논리로 써먹는, 강바닥을 파고 보를 설치하여 물의 저장 용량을 크게 늘려 홍수를 예방한다는 물그릇론은 장마 기간 중 4대강 본류 곳곳에 일어난 피해를 통해서도 이미 허구임이 증명되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그러나 시민들이 4대강 사업의 실상을 피부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며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후원자인 조중동 등 주류언론에서 관련 기사는 여간해서는 찾을 수 없다. 사회의 공기인 언론마저 제 역할을 놓고 있다면 시민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 "4대강 공사현장 피해 심각"-"4대강 공구 비 피해 없어"

7월 19일 MBC 4대강 관련 보도 화면캡쳐.
 7월 19일 MBC 4대강 관련 보도 화면캡쳐.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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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언론도 홍수피해 원인을 두 부류 스펙트럼으로 보도했다. 제목에서 드러낸 맥락은 '4대강 공사로 홍수피해가 줄거나, 없어졌다'는 쪽과, '전혀 그렇지 않다'는 쪽으로 갈라섰다. 과연 누구 주장이 맞는 걸까.

<동아일보>는 가장 강렬한 톤으로 4대강 사업을 비호하고 나섰다. 7월 26일 '4대강 사업 이후 홍수 위험 줄었다'는 대형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4대강 살리기 공사현장을 집중 조명하고 전문가들을 내세워 4대강 사업 이전와 이후를 비교하면서 홍수 위험성이 크게 줄었다는 의제로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이 신문은 이에 앞선 25일 사설 '홍수 피해 줄인 4대강 사업, 지류 지천도 정비해야'에선 "4대강 사업은 수해 방지와 수량 확보 성과를 거두었으나 지류 지천까지 손을 본 뒤라야 명실상부한 사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4대강 사업을 부추기며 지류 지천까지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문화일보>도 이에 뒤질세라 7월 20일 '4대강 사업 준설 효과 홍수피해 크게 줄었다'는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는 "지난 6월 말부터 1개월여 동안 태풍 '메아리'에 이어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렸지만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등 4대강 유역의 수해 피해액은 예년보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대해 정부와 전문가들은 '준설(강바닥의 퇴적물을 파내는 것) 작업 등을 통해 물을 담을 그릇이 커지는 것처럼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관계자 등의 발언을 인용해 크게 부각시켰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르포와 해설기사 등을 통해 "홍수피해가 4대강 사업의 강행 때문에 비롯되었다"는 피해현장 목소리와 분석들을 내보냈다. 제목에서 차별성이 묻어났다. 

논산 수박 농가 "4대강 공사 탓에 농사 망쳤다" <경향신문> 7월 17일
장마로 다시 쌓인 모래 '4대강 헛준설' <경향신문> 7월 18일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미약할 '4대강 준설' <경향신문> 7월 19일

4대강 금강구간, 장맛비에 '만신창이' <한겨레> 7월 14일
주민 "4대강 공사탓 빗물 안빠져 150억 피해" <한겨레> 7월 21일
"4대강 반대…우리 강 복원" <한겨레> 7월 24일

이 중 <경향신문>의 7월 19일 '장마로 다시 쌓인 모래 '4대강 헛준설''이란 제목의 기사가 돋보인다. 기사는 "4대강사업에 따른 대규모 준설에도 불구하고 4대강 본류에 모래가 다시 쌓이고 있다"면서 "정부의 주장과 달리 이번 장마로 인해 농경지 침수, 역행침식 등 지천 곳곳에서 홍수피해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4대강 금강구간, 장맛비에 '만신창이'', '주민 "4대강 공사탓 빗물 안빠져 150억 피해"'란 제목의 현지 르포기사에서 4대강 사업 주변의 비 피해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방송사들도 이번 집중호우 피해와 관련해 4대강 기사를 많이 보도했다. KBS, MBC, SBS 등 3개 지상파 방송의 7월 한달동안 4대강 관련 기사를 45건 보도했다. 이 중 KBS와 MBC의 대별된 기사가 눈에 띈다.

'4대강 공사현장, 지류 지천 피해는 심각' MBC 7월 19일
'4대강 공구·구제역 매몰지 비 피해 없어' KBS 7월 28일

보도 시점은 다르지만 해석이 극명하게 갈린 기사다. MBC가 7월 19일 '4대강 공사현장, 지류 지천 피해는 심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4대강 공사현장에서 제방이 유실되거나 강물이 범람해 피해를 입은 곳도 적지 않다"며 "특히 지류와 지천들이 침식되면서 주변 농가에까지 피해를 입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KBS가 28일 내보낸 '4대강 공구·구제역 매몰지 비 피해 없어'란 제목의 기사와는 전혀 다르다. KBS는 "사흘 동안의 집중호우에도 경기도의 4대강 사업장과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는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기도 건설본부와 경기도 가축매몰지 관리단의 주장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4대강 X파일] "진정으로 홍수피해 막으려면 소하천 정비부터"

최석범 수자원개발기술사가 4대강의 진실을 파헤쳐 고발한 <4대강 X파일(호미 출판사)> 책 표지.
 최석범 수자원개발기술사가 4대강의 진실을 파헤쳐 고발한 <4대강 X파일(호미 출판사)> 책 표지.
ⓒ 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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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두 얼굴 보도가 시청자와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는 사이에 30년간 수자원 전문가로 활동해 온 최석범 수자원개발기술사가 4대강의 진실을 파헤쳐 고발하고 주장한 책 <4대강 X파일(호미 출판사)>을 펴내 주목을 끈다. 그는 자신이 쓴 책에서 정부가 부족한 물을 확보하고 홍수피해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4대강에 거대한 보 16개를 연달아 세워서 가뭄과 홍수대책에 쓰겠다는 정부주장이 터무니없는 거짓임을 밝혀 보이겠다. 보는 수위를 높이는 시설이지 물을 저장하는 시설이 아니다. 따라서 가뭄에 아무런 쓸모가 없다. 또 보는 댐하고 달라서 홍수기에 물을 저장했다가 갈수기에 꺼내 쓰는 유량조절 기능이 없다"

1981년부터 한강종합개발과 한탕강 하천정비, 진주 남강댐, 평화의 댐, 횡성댐, 태백 광동댐 등의 타당성 조사와 설계·감리에 참여했고 하천 및 댐들의 환경영향평가 등에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이 책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그는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사업일까?'란 물음에 그는 이렇게 반문한다.

"진정으로 홍수피해를 막으려면, 지방2급 하천 및 소하천부터 정비해야 하고, 하천 정비(개수)율이 가장 낮은 강원도 산간 지역부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홍수 예방을 명분으로 4대강 본류 강바닥을 파내고, 제방을 보강하고, 보를 세우고 있다. 정작 수해 피해가 잦은 곳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해도 적고 대책도 이미 마련되어 있는 4대강 본류를 우선해서 보강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뉴스 수용자들은 언론이 생산․유통시킨 기사들을 통해 자신의 주변을 이해하고, 사회의 주요 이슈들을 알게 되며, 세상과 소통하게 되고, 나아가 이들과의 관계들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게 된다. 이른바 '뉴스의 현실 구성' 기능에 의해 뉴스 수용자들은 현실과 세상에 대해 알게 된다. 그런데 뉴스가 정확하지 않거나 편향된 채 생산, 유통된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뻔하다. 거짓을 진실처럼 믿게 된다.


태그:#4대강, #홍수피해, #기호학, #4대강 엑스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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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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