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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대한민국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보수매체, 아니 우익매체다. 솔직히 한반도 북녘땅에 김정일 정권이 존재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남을지 궁금할 정도로 색깔론 첨병을 걷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4일자 4면 <EBS 인기 강사의 황당한 근현대사 강의>가 증명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좌파세력을 배우자'고 나섰다. 최보식 선임기자는 5일자 <좌파세력에 배울 점>이라는 칼럼에서 지난달 26일부터 3일 동안 물난리때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오세이돈'이라며 비판 여론이 거셌던 것을 예로 들면서 "물에 잠긴 서울을 배경으로 해신(海神) 포세이돈에 오 시장의 얼굴을 합성한 '오세이돈'에 나는 감탄했다. '오세훈 주연의 무상급수(水)' 풍자도 딱 들어맞았다. 일류의 감각"이었다면서 비판세력은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고 은근히(?) 추켜세웠다.

 

오세이돈 세력은 이처럼 탁월한 감각을 지녔지만 "물을 막는 것보다 말을 막는 게 더 급했을지 모른다. 서울시는 기자회견을 열어 '수해 방지 예산은 더 늘어났다'며 통계 숫자를 제시했다"며 "수해 현장을 돌아다닌 오 시장의 일정 자료를 돌렸고, 현장에서 첫날 점심은 선지해장국, 둘째날은 순댓국밥을 먹은 것까지 공개했다"고해 비판세력은 '나는 놈'(?)인데 오세훈은 '뛰는 놈'(?)에 불과하다는 탄식이다.

 

'오세이돈'은 나는 놈, 오세훈은 뛰는 놈?

 

그런면서 "좌파세력은 '무상급식 선택' 주민투표를 앞둔 오 시장을 폭우에 떠내려보내고 싶었을 것"이라며 "사실을 왜곡해 목표를 쟁취하려는 선동술에 침뱉고 돌아설 일만은 아니다. 배우는 자세가 되어 있다면 악당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고 했다. 오세훈 비판세력이 좌파가 되고, 결국은 '악당'이라는 말이다.

 

중국의 유명한 악당 도척(盜蹠)이 말했다. "방 안 어디에 값진 물건이 있는지 단번에 알아내는 성(聖), 훔칠 때 앞장서는 용(勇), 훔친 뒤 마지막에 나오는 의(義), 그날 상황을 잘 판단하는 지(智), 장물을 공평하게 나눠주는 인(仁), 도둑질도 이런 덕목을 갖춰야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러니 좌파세력에서 어찌 배우려고 하지 않는가.

 

오세훈을 오세훈이라 부르지 않고, '오세이돈'이라고 부르는 좌파 아니, '악당'에 대해 그는 "나는 좌파세력의 뛰어난 감각과 기민함에 늘 탄복한다"며 "이들은 인터넷과 트위터를 장악하고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파고들고 먹히는지를 안다. 시위대를 태운 버스를 '희망버스'라고 이름붙인 것은 우파의 머리로는 백 번 죽었다 깨어나도 어림없다"고 다시 한번 좌파 띄우기와 우파 때리기를 했다.

 

하지만 아는지 모르겠다. 바로 그 '빈 머리' 덕분에 <조선일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도 우파에게 머리가 없다고, 좌파를 악당에 비유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그는 이어 "좌파세력의 번성은 대중문화·예술·문학 분야의 솜씨 좋은 프로들이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잠깐 오른쪽을 기웃거리던 68세의 황석영씨도 운동모를 쓴 채 자랑스럽게 시위버스에 올라탔다. 그만큼 국내 가치시장에서 좌파가 더 매력적이 됐다는 뜻이다. 그 이유를 우파는 탐구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해 황석영씨를 시대 조류에 갈팡지팡하는 사람으로 비판했다.

 

이제 '빨갱이' 단어는 힘을 잃었다!

 

오세이돈에서 희망버스로 옮겨 탄 그는 "한진중공업 시위대에는 야유회 오듯 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도 있었다"며 "이들과 맞선 우파의 모습은 황혼에 가까운 노인들이었다. 노인들은 시위대와 마주치자 "저 빨갱이!" 흥분했다. 힘에 부쳐 길에서 쓰러질 듯했지만, '이 나라를 어떻게 지켜냈는데' 하는 사명감으로 자신을 지탱했을 것"이라고 했다.

 

희망버스를 탄 젊은 부부를 '빨갱이'로 몰면서 스러져가는 자칭 애국세력 가스통 할배들을 향한 애틋한 사랑을 가감없이 드러내면서 탄식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를 더 절망으로 이끄는 것은 희망버스가 아니라 '빨갱이'가 생명줄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좌파에 결정타를 먹였던 '빨갱이'는 이제 용어의 힘을 잃었다. 나라를 걱정해온 어른들로서는 기운이 빠지겠지만. '급진 좌경세력'이란 1980년대 말도 더 이상 우리 사회를 경각시키지 못한다. 그렇게 말할수록 말하는 사람만 점점 구닥다리로 밀려난다. 이제 젊은 세대는 '극우'와 '보수 꼴통'을 더 조롱하고, 그걸 멋으로 안다. 좌파세력이 우파 전체에 덮어씌워 놓은 용어전략이 효과를 본 것이다."

 

어쩌면 <조선일보> 생존전략이 위기에 처했다는 절박함인지 모른겠다. <조선일보>는 김정일 정권으로 먹고사는 언론에 가깝다. 비판세력은 김정일 정권을 비호하는 '빨갱이'로 매도하는 '사상장사', '이념장사'로 먹고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빨갱이'가 더 이상 먹히지 않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더 솔직하다면 "나라를 걱정해온 어른들이 기운 빠지겠지만"이 아니라 <조선일보> 밥줄이 끊어지고 있다고 탄식함이 옳을 것이다.

 

이렇게 절박한 탄식을 한 후, "소집 신호음이 발령나면 이들은 5분대기조인듯 금세 몰려온다. 한진중공업에도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60여개 단체가 속속 집결했다"며 "시위 현장에서 즉석 모금함을 돌리면 제 호주머니를 비울 줄 안다. 선거판에서 우파는 '실탄'을 내려줘야 움직이지만, 이들은 자기 돈을 들여가면서 뛴다"고 했다.

 

좌파는 자기가 꿈꾸는 세상을 위해 희생까지 감수하는데 우파는 '돈'이 있어야 겨우 움직인다며 '자뻑'을 하고 말았다.

 

김진숙 욕하면서 35m 크레인 위에 올라가지 않아

 

그는 "높이 40m 크레인에 올라가 200여일 농성한 김진숙씨를 '좌파 불순세력'으로 쉽게 욕한다"며 "하지만 우파에서는 그 누구도 그런 크레인에 올라갈 용기가 없다. 그늘 속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를 우파의 고민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고 해 자기 희생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는 관심 없는 우파를 거듭 비판했다.

 

그러면서 "크레인 농성자보다 '우파'로 상징되는 그 회장님을 향해 고개를 흔드는 게 우리 사회의 균형감각"이라며 도망다니고 있는 조남호 회장을 비판하면서 "우파가 아직 몰락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글을 맺었다.

 

겉으로는 좌파를 배우자면서 좌파가 주장하는 내용은 '악당'에 비유하는 <조선일보>, 특히 '빨갱이'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절박한 탄식은 <조선일보> 스스로 대한민국 여론을 주도할 수 없다는 고백으로 읽힌다. 우파를 크레인에 올라가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조선일보>가 가장 책임을 져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칼럼에 대해 <조선닷컴> 누리꾼들은 다양한 의견을 올렸다.

 

<솔로몬의 재판>에 나오는 두 어머니의 싸움이다. 대한민국이란 아이의 친어머니와 가짜 어머니간의 싸움... 그런데 가짜 어머니는 내 자식이 안 될 바에는 죽여도 좋다는 생각이고, 진짜 어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죽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가짜 어머니는 악착스럽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친어머니인 우파는 밀릴 수밖에 없는데 국민은 솔로몬처럼 지혜롭지 못하다." - boram***

 

정말 정확한 진단입니다. 우리는 좌파를 욕하기  전에 우리 자신들이 어떤 가치관에 얼마나 헌신했는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거짓 선동질에 놀아나면 결국 그 피해는 우리가 입는다는 것을 우리 국민이 깨닫는 시간이 올려면 언제 올련지 정말 답답합니다. 지난 10년 두번의 실패를 경험하고도 이번에 또 선동질에 다시 놀아나는 우리 모습이 정말 안타까울뿐입니다. - cbg1***

 

최보식 님. 비정한 신자유주의의 승자독식경제에서 탈락한 사람, 합리적 이유 없이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하고 형편 없는 소득을 받아야 하는 사람, 청년실업, 88세대, 이런 모순을 두고 좌파만을 욕할 수는 없지 않은가요? - pa***

 

한국의 진보는 친북좌파 세력을 말한다. 보수는 최고의 가치를 유지시켜나가고 ,장기적인 가치변화를 추구한다. 친북좌파는 모든 가치는 김정일의 주관적이고 독단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며, 그가치 실현을 위해서 혁명적인 투쟁을 벌린다. 나 자신보다,내 가정보다,내가 속해있는 사회나 국가보다 김정일의 안위와 만족이 우선한다. 그들의 최고의 선은 김정일의 최대 행복이다. - yungki***

덧붙이는 글 | 다음뷰에 실립니다


태그:#조선일보, #좌파, #우파, #최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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