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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잠시 출연했던 안내견 축복이 모습.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잠시 출연했던 안내견 축복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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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애인을 보조하는 '장애인보조견'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지하철에 안내견을 데리고 탄 시각장애인 승객에게 다른 여성 승객이 말도 안되는 생떼를 쓰더니, 이번엔 국회마저 장애인보조견의 국회 출입을 막아서고 나섰다. 장애인복지법에는 이렇게 장애인보조견의 출입을 제한하면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명기되어 있으나 일선 행정기관에서는 이러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달 19일, 제주도에 사는 대학생 강윤미(지체장애 1급)씨는 국회에서 진행되는 '대학생의회아카데미'에 참여했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늘 강씨의 곁을 지켜주는 지체장애인보조견 '마음이'와 함께 국회 본청 참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려 했지만, '보조견은 출입이 어렵다'는 제지를 받았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앓던 근육병 때문에 힘이 약해 많이 움직이거나 힘쓰는 일을 잘 못하는 강씨를 대신해 마음이는 물건도 집어주고 심부름도 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보조견이다. 그러나 강씨의 보조견 마음이를 제지한 국회 직원은 "동물이 국회 본청에 들어간 전례가 없고, 신성한 국회에 동물이 들어갈 수 없다"며 장애인보조견의 출입을 한사코 제지했다고 한다. 결국 강씨는 국회 입장을 포기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장애인보조견 출입 제한한 경우, 200만 원 이하 과태료

11일 기자는 이런 사실과 관련하여 국회가 위치한 영등포구청에 과태료 부과 등을 문의하였다. 그런데 정작 영등포구청의 담당자는 이런 사실이 있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장애인복지법에 명기된 과태료 부과  업무와 관련, 아예 그런 법 조항이 있는지, 과태료 부과를 누가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었다.

"국회를 상대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기자가 묻자, 담당자는 "장애인보조견의 출입이 제한당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사항이므로 인권위원회 제소를 거쳐 법무부가 과태료를 부과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일선 시·군·구와는 무관한 사항이라며 발뺌했다.

이에 인권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에 확인한 결과 장애인보조견의 출입을 제한한 사유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아닌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건복지부 담당자로부터 확인받았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3항에는 "누구든지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할 땐,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해선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같은법 시행령 별표4에는 이러한 장애인보조견의 출입을 정당한 사유없이 제한한 경우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있으며, 같은 법 시행령 36조에는 과태료의 부과는 시·군·구청장이 하도록 되어 있다. 

기자가 다시 영등포구청의 사회복지 담당자에게 보건복지부의 이러한 확인 결과를 안내하자 그제야 "내용을 몰랐다, 검토해보겠다"라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영등포구청의 홍보 담당자는 "우리 관내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확인을 못했다"며 "만약 해당장애인이나 장애인단체가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할 경우 당연히 국회의장을 상대로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 국회, 간단한 허가 절차 거친 뒤 보조견 출입

영화 <마음이2>의 한 장면.
 영화 <마음이2>의 한 장면.
ⓒ (주)화인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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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회가  장애인보조견의 출입을 막은 경우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4월 20일 <한국일보>는 장애인 사업가 출신으로 왕성한 사회복지 활동을 인정받아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창화(53·시각장애 1급) 다산복지재단 이사장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에  참석하려던 이씨는 국회 직원에게 "안내견은 국회에 들어갈 수 없다"며 제지당했다고 한다. 국회회관에는들어 갈 수 있지만 본청이나 상임위 등의 회의장에 안내견 등 장애인보조견이 들어 갈 수 없었다는 것.

이씨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안내견을 사용하는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국회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이유는 거의 "신성한 국회에 동물이 들어 갈 수 없다"는 것이지만 솔직히 매일 싸움질만 하는 국회가 뭐가 신성한지 모르겠다. 묵묵히 장애인을 안내하고 도와주는 장애인보조견들의 임무야말로 진정 신성하지 않을까?

과연 이런 일들이 국회에서만 일어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대법원에도 '법정에 보조견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지' 문의했다. 대법원 사법정책실의 한 관계자는 "법정 출입을 결정하는 것은 소송지휘권에 따라 해당 법관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법원에는 장애인보조견의 법정 출입과 관련한 내부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나라도 그럴까? 기자는 일본 국회는 장애인보조견의 출입이 가능한지를 중의회에 문의하였다. 문의한 결과 "당연히 출입할 수 있다, 그러나 동물 출입인 경우 사전에 간단한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장애인보조견은 그저 단순한 한 마리의 개가 아니다.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가능케 해주고 사회 속에서 혼자 살아가기 힘든 장애인을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존재다. 따라서 이런 장애인보조견들은 제지를 받아선 안 된다. 또 장애인보조견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더 이상 장애인보조견을 이용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

영등포구청이 입법기관인 국회를 상대로 과태료를 부과할지 장애인계가 지켜 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JPNews에도 송고 될 예정입니다.



태그:#장애인보조견, #안내견, #국회 , #과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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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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