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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는 전두환과 함께 죄없는 광주시민을 무참히 살육했다.
 노태우는 전두환과 함께 죄없는 광주시민을 무참히 살육했다.
ⓒ 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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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범은 유언비어."

며칠 전 나온 노태우 전 대통령 회고록(상권 552쪽, 하권 560쪽) 중 가장 눈에 띈 대목입니다. 대부분 언론이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 직전 김영삼 후보에게 건넸다는 '3000억 원'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이미 김영삼 전 대통령은 3당 야합으로 민주주의를 배반하고  IMF로 경제파탄을 안겨 준 것에 무너진 '도덕성'이 더해진 것뿐입니다.

그러나 "'경상도 군인들이 광주 시민들 씨를 말리러 왔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들은 시민들이 무기고를 습격하게 된 것", 5·17 계엄 확대를 "서울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치안 유지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적은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아직도 광주민중항쟁 때 스러져간 수많은 민주시민들에게 눈꼽만큼도 사죄할 마음이 없다는 고백입니다. 

아니,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대한민국 13대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양심있다면 속마음은 아닐지라도 겉으로는 '미안하다'는 표현은 해야 합니다. 노태우씨의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이런 인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노태우 "광주사태는 문화혁명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냐"

그는 지난 1995년 10월 5일 서울 호텔신라에서 열린 '경신회'(경북고 졸업생 모임) 주최 간담회에 참석해 "문화대혁명 때 수천만 명이 희생을 당하고 엄청난 피를 흘렸다. 거기에 비하면 광주 사태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이런 갈등, 이런 불화, 이런 피를 흘린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한 사람도 처벌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죄없는 시민을 수없이 죽여놓고 중국 문화혁명에 비유하면서 "아무것도 아니다"는 변명은 지금 읽어도 분노가 치밀어오릅니다. 그러면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그의 발언은 그가 전두환과 함께 왜 12·12 군사반란 주역이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시민에게는 관심 자체가 없었던 것이죠.

노태우는 전두환과 함께 군사반란와 내란죄로 처벌받았다.
 노태우는 전두환과 함께 군사반란와 내란죄로 처벌받았다.
ⓒ 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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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이 발언 얼마 후 비자금 수수와 뇌물조성 혐의로 구속됐고, 12·12 군사 반란과 5·17 쿠데타를 일으킨 주범으로 군사반란죄·내란죄 등으로 단죄받았습니다. 민주주의가 용서하지 않은 것입니다.

"12·12 군사반란은 돌발사고"

광주민중항쟁을 문화대혁명과 유언비어로 몰아간 것은 '12·12 군사반란'을 "국가원수를 시해한 김재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 사건에 관련이 있다고 의심되는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연행하려다가 일어난 돌발사고였다"고 주장한 것에서 이미 예견된 일입니다.

"만일 이 사건을 쿠데타로 규정한다면 쿠데타의 구성요건인 '사전계획'이 있었어야 하는데 수사계획 이외의 말을 어느 누구에게서든지 들어본 적이 없다. 역사상 어느 쿠데타도 병력을 동원하는 부대장이 부대를 이탈해 지휘할 수 없는 곳에 가 있은 예는 없었다. 다시 말해 쿠데타가 성립될 수 있는 구성요건이 전혀 없었다"
- <노태우 회고록 상> '부대 출동 명령'

노태우와 전두환은 권력에 눈멀어 민주주의를 유린한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1979년 12.12군사반란 후 찍은 기념사진
 노태우와 전두환은 권력에 눈멀어 민주주의를 유린한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1979년 12.12군사반란 후 찍은 기념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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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다녀 온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습니다. 9사단은 수도 서울 방어하는 핵심 사단입니다. 그런데 9사단장이었던 노태우는 박희도(제1공수여단장), 최세창(제3공수여단), 차규헌(수도군단장), 황영시(1군단장) 등과 함께 경복궁 내 수도경비사령부 여하 제30경비단 장세동 단장실에 있으면서 군사반란을 도모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암살과 최규하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사단장이 근무지를 떠나는 것만으로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데도 노태우는 뻔뻔하게 군사반란이 아니라고 우겼습니다.

<노태우 회고록> 역사 단죄 받아야

이심전심인지 몰라도 전두환 전 대통령도 회고록을 집필 중이라고 합니다. 과연 '학살자' 전두환은 회고록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궁금합니다. <노태우 회고록>처럼 군사반란을 돌발상황으로, 광주민중항쟁 진범이 유언비어라고 한다면 민주주의와 역사는 단죄를 다시 해야 합니다. 아직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갈 길이 참 멀고도 험하다는 것이 <노태우 회고록>이 증명했습니다.


태그:#노태우, #회고록, #광주민중항쟁, #군사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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