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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의원들이 21일 트위터를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조건부 시장직 사퇴' 선언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
ⓒ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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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건다네요. 쿼바디스(Quo Vadis) 한나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서울 서대문구을)이 21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조건부 시장직 사퇴' 선언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doorun)에 남긴 글이다. 본래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뜻의 라틴어 '쿼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를 인용해 오 시장으로 인해 곤경에 처한 당의 입장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정 의원의 발언처럼 한나라당은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 선언에 마뜩찮은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당초 한나라당은 '투표율 미달'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책임을 야당의 투표거부 운동에 묻겠다는 전략이었다.
특히, 오 시장이 주민투표 패배로 시장직에서 물러나는 경우도 당에게 큰 부담이었다. 한나라당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서울 기초단체장의 과반수를 민주당에게 내주었다. 오 시장의 중도하차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더라도 한나라당의 승리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주민투표와 시장직을 연계하겠다는 오 시장을 끝까지 만류해왔다.
하지만 오 시장은 '벼랑 끝 승부수'를 던졌다. 한나라당은 일단 "정책투표인 주민투표에 시장직 신임을 연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투표함을 열지 못한다면 그건 야당의 투표 거부 운동 책임이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또 "주민투표 승리를 위해 서울시당을 중심으로 매진하겠다"며 오 시장을 일부 거들었다.
그러나 이후 당이 겪을 진통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부가 오세훈 시장직 사퇴 선언 철회시켜야"당장 서울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서울 강서구갑)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당 지도부는 빨리 오 시장의 시장직 사퇴 선언을 철회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지역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중 가장 적극적으로 주민투표 운동을 해왔다. 하지만 오 시장의 이번 결정으로 당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게 문제다. 구 의원은 이와 관련, "당은 개인의 정당이 아니다"며 "오 시장은 주민투표 시작할 때도 당이랑 상의하지 않았고 시장직을 걸 때도 상의하지 않았다, 서운하다"고 말했다.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서울 노원구병)도 "오 시장 개인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복지논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오 시장은) 앞으로 급식 뿐만 아니라 보육·의료·노후 등 정책적 문제에 정치적 승부를 걸어야 하는 선례를 남겼다"고 꼬집었다.
홍 의원은 아울러 "오 시장이 시장직 사퇴를 걸려면 투표율이 아니라 투표결과에 거는 게 더 나았다고 본다"며 "당협위원장 등이 투표참여 운동을 하는 것은 오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상급식에 대한 당의 입장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오히려 오 시장이 의원들에게 딜레마를 제공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권영세 의원(서울 영등포을)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전부터 시장직을 주민투표와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며 "오 시장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이래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지역 의원들이 모여서 이러한 우려를 오 시장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남경필 "그만두는 것은 도망가는 것...도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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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오전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긴급회견을 열어, 오는 24일 실시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밝힌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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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의원과 같이 트위터를 통해 쓴 소리를 내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시를 찬성해 온 나경원 최고위원(서울 중구)는 이날 트위터(@Nakw)를 통해 "오 시장이 정책에 관련된 투표에 관해 시장직을 건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시장직을 걸어서는 안 되는 사안이었다, 더더구나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오 시장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남경필 최고위원(경기 수원시 팔달구)은 트위터(@yesKP)를 통해 "그만두는 것은 도망가는 것"이라고 오 시장을 질타했다. 남 최고위원은 "오 시장의 결정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서울시장직은 투표율 높이기에 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서울시민과 당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 시장이 시장직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은 오직 하나, 투표율이 33.3%를 넘고도 패배한 경우다"며 "투표율이 미달되면 그만둘 일이 아니라 홍준표·손학규·오세훈·곽노현 4자 회담을 열어 타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수지만 오 시장을 지지하는 이도 있다. 전여옥 의원(서울 영등포갑)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okstepup)를 통해 "오세훈 시장의 기자회견문을 읽으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의 힘이 되어주십시오"라며 "오 시장은 역사에 큰 책임을 지기 위해 시장직을 건 것이다, 그의 고뇌 어린 결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